신용등급 낮으면 보증료율 높게…전세보증 제도 개선 논의 본격화

이수현 기자 (jwdo95@dailian.co.kr)

입력 2026.03.23 14:24  수정 2026.03.23 14:44

HUG, 보증료 산정 기준 세분화 연구 발주

수년간 쌓인 영업손실…재무 건전성 확보 고민

“위험한 물건은 높은 보증료내야…보증 강화 불가피”

ⓒ데일리안 DB

주택도시보증공사(HUG)가 전세보증 보증료율을 산정 연구를 진행한다. 임대인과 임차인의 신용등급과 주택 유형 등 기준을 세분화해 중장기적 재무 부담을 줄이기 위해서다. 지난 2022년 이후 전세사기가 속출하며 조 단위 영업손실을 기록한 HUG가 보증료 산정 방식 개편 나설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23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HUG는 지난 17일 ‘전세보증 보증료율 산정 연구용역'을 발주했다. 전세보증의 리스크와 그에 따른 재무 영향을 분석하고 적정 보증료율을 찾는 것이 용역 핵심이다.


전세보증은 전세보증금반환보증과 전세자금대출특약보증 등으로 구분된다. 전세보증금반환보증은 전세계약 종료 시 임대인이 임차인에게 반환해야 하는 전세보증금의 반환을 책임지는 상품이며 전세자금대출특약보증은 금융기관에 전세자금대출의 원리금상환책임을 함께 부담하는 상품이다.


적정 보증료율을 도출하기 위한 방안으로 신용등급이 우선 거론된다. 임대인과 임차인의 신용등급에 따라 다른 보증료율을 적용하는 방안이다.


또 임대인과 임차인, 개인과 법인 등 가입주체에 따라 보증료를 차등하는 방안도 용역에 담겼다. 아파트와 오피스텔, 연립·다세대, 단독·다가구 등 주택 유형을 세분화하는 것도 연구 목적에 포함됐다.


현재 HUG는 보증금액과 부채비율(전세가율) 등에 따라 보증료율을 다르게 산정하고 있다. 또 주택 유형은 아파트와 기타로만 구분한다.


예를 들어 보증 금액이 1억원 이하고 전세가율이 70% 이하인 아파트라면 보증료율은 연 0.0097%다. 반면 보증금액이 5억원 초과에 전세가율이 80%를 초과하는 기타 유형 아파트는 보증료율이 연 0.211%다.


신용등급의 경우 보증을 신청하는 임차인이 임대인의 신용정보 제공 동의를 받아야 하는 등 평가하는데 일부 제약이 있었다. 이에 이전에는 보증 대상인 물건의 담보 가치 등을 바탕으로 보증료율을 산정해 왔다. 이번 용역에서는 이러한 문제까지 개선할 방안을 함께 연구할 것으로 전망된다.


HUG는 이번 용역이 정기적으로 진행하는 제도 점검 중 하나라고 설명했다. HUG 관계자는 "이번 용역은 보증 상품 설계 후 최근 3년간 사고율 등을 점검하기 위한 목적"이라며 "보증료 개편 방향은 정해지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데일리안DB

다만 관련업계에서는 HUG의 보증료 산정 방식 재검토가 불가피하다는 의견도 나온다. 최근 수년간 발생했던 전세사기로 HUG가 대위변제한 금액이 급증했고 대규모 영업 손실이 발생했기 때문이다.


HUG에 따르면 지난 2022년 9241억원이던 전세금 반환보증 대위변제 금액은 2023년 3조5544억원, 2024년 3조9948억원으로 급증했다. 급증하던 대위변제 금액은 HUG가 보증 가입 기준을 강화하고 지난해 3월 보증료 산정 기준을 재편하는 등 조치를 시행한 후에야 지난해 1조7935억원으로 줄었다.


대위변제 금액이 줄어드는 등 위기는 넘겼지만 지난 수 년간 이어졌던 영업손실은 여전히 부담이다. 공공기관 경영정보 공개시스템 알리오(ALIO)에 따르면 HUG는 지난 2022년 2428만원 영업손실을 기록한 후 2023년(3조9962억원)과 2024년(2조1924억원) 손실액이 커졌다. 지난해에도 반기 기준 1406억원 손실로 실적 부진을 만회하지 못하고 있다.


이에 따라 지난해 국정감사에서도 보증료에 대한 지적이 쏟아졌다. 당시 이종욱 국민의힘 의원은 “보증료 자체도 너무 낮게 산정됐고 그마저도 지자체에서 보증료를 지원하는 경우가 많다”며 “보증계약 형태지만 사실상 국민 세금으로 충당하는 구조라 지속가능하지 않다”고 언급했다.


이어 “보증 수준을 자부담을 강화하는 쪽으로 상품 재설계를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에 대해 윤명규 당시 HUG 사장 직무대행은 “보증사고 손실 등을 지속적으로 모니터링해서 보증요율 적정성을 검토하겠다”고 언급하기도 했다.


또 이달 HUG가 발표한 국정감사 결과에 따른 조치 계획에 “전세보증 보증료율 개선을 위한 외부전문기관 연구용역 절차 진행 후 연구용역 결과를 반영해 보증료율 개선을 추진한다”는 내용이 담기기도 했다.


부동산업계 전문가들도 정부의 정책 기조를 고려했을 때 HUG의 보증료율 개선 연구가 불가피하다고 입모았다.


업계 한 관계자는 “보증도 상대적으로 위험한 물건이나 위험한 사람에게 보증해 주지 않거나 보증료를 비싸게 받는 것이 일반적이지만 서민들이 다수 이용하는 HUG에서는 그러지 못했다”며 “어느 정도 보증 요건 강화는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서진형 광운대 부동산법무학과 교수도 “보증할 때 신용등급 등 요건을 강화하면 전세사기 등을 예방하거나 보증금 대위변제 후 회수율을 높이는 등 재정 건전성을 강화하는 데 도움이 될 수 있다”고 분석했다.


이어 “앞서 정부가 공시가격의 126%(공시가격 140%*전세가율 90%) 이내여야 전세보증에 가입할 수 있도록 요건 강화를 밀어붙이면서 전세사기가 속출했다”며 “정부에서 기준을 강제하는 대신 HUG 등 보증을 하는 기관이 보증을 해줄지 여부를 판단해 결정할 수 있도록 자율성을 줘야 한다”고 덧붙였다.


한편 HUG가 발주한 용역은 4개월간 진행될 예정이다. 이에 이르면 올해 하반기 용역 결과에 따른 보증료 개편안이 발표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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