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예훼손 등 1심서 징역형…2심서 로펌과 성공보수 약정
대법 전합, 2015년 형사사건서 성공보수 약정 무효 판단
"성공보수 약정 일률 금지, 변호인 충실한 변론 담보 약화"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방법원.ⓒ데일리안DB
형사 사건에서 변호사 성공 보수를 인정한 하급심 판결이 나왔다. 2015년 변호사 성공 보수를 무효로 본 대법원 전원합의체 판결이 나온 지 11년 만이다.
23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중앙지법 민사항소1-3부(당시 재판부 최성수 임은하 김용두 부장판사)는 최근 A 법무법인이 B씨 등을 상대로 낸 약정금 소송에서 원고 패소한 1심 판결을 뒤집고 원고 일부 승소로 판결했다.
재판부는 "B씨가 A 법무법인에 3300만원과 지연이자를 지급하라"고 주문했다.
B씨는 통신비밀보호법 위반, 명예훼손 혐의로 기소돼 2019년 11월 1심에서 징역형의 집행유예를 선고받았다. 이후 항소심에서 A 로펌과 위임 계약을 맺으면서 무죄가 확정될 경우 성공 추가보수금 3300만원을 지급하기로 했다.
이후 B씨는 실제로 2심에서 무죄를 선고받고 대법원에서 이 판결이 확정됐으나 성공보수를 지급하지 않았고, A 로펌은 약정금 소송을 냈다.
법정에서 B씨는 "형사 사건에 관한 성공보수 약정은 수사와 재판의 결과를 금전적인 대가와 결부시킨 것으로, 선량한 풍속 등 사회질서에 위배되는 만큼 무효"라고 주장했다.
이는 형사사건에서 성공보수 약정을 무효로 판단한 2015년 대법 전원합의체 판결에 따른 논리다.
당시 대법원 전원합의체는 "형사사건에서 성공보수약정은 기본적 인권의 옹호와 사회 정의 실현을 사명으로 하는 변호사 직무의 공공성을 저해하고 의뢰인과 일반 국민의 사법제도에 대한 신뢰를 현저히 떨어뜨릴 위험이 있다"며 "선량한 풍속 등 사회질서에 위반한 사항을 내용으로 하는 법률행위를 무효로 규정한 민법 103조에 따라 무효로 봐야 한다"고 판단했다.
1심은 이런 판례에 따라 B씨의 손을 들어줬다.
하지만 2심은 "이 사건 약정은 선량한 풍속 등 사회질서에 위반되지 않는다"며 원심 판결을 뒤집었다.
2심 재판부는 "모든 형사 사건에서 성공보수 약정이 곧바로 변호사 직무의 공공성 및 윤리성에 반한다거나 사법 정의를 훼손한다고 단정할 순 없다"며 "공공성이나 윤리성 침해 여부는 해당 약정이 변호사에게 위법하거나 부당한 수단을 동원하도록 유인하는지, 또는 형사사법의 공정성과 적정성을 실질적으로 해할 위험이 있는지를 기준으로 판단하는 게 타당하다"고 판시했다.
이어 "성공보수 약정을 일률적으로 금지하는 것은 변호인의 충실한 변론을 담보하는 실질적 동인(動因)을 약화하고, 그로 인한 부담과 위험을 의뢰인이 고스란히 감수하는 결과를 초래한다"고 지적했다.
재판부는 "B씨가 1심에서 유죄를 선고받았다가 2심에서 무죄를 선고받을 수 있었던 것은 A 법무법인의 충실한 변론과 노력 덕분"이라며 "B씨의 행위는 기존 법리를 방패로 삼아 자신의 책임을 회피하기 위한 수단으로 악용한 것으로서, 정당한 권리 행사로 보기 어렵다"고 짚었다.
현재 이 사건은 B씨의 상고로 대법원에 올라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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