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년 세 살배기 딸을 살해하고 야산에 유기한 30대 친모 사건과 관련해, 정부의 아동학대 감지 시스템이 아이의 사망 이후에도 수차례 위기 신호를 보냈으나 제대로 된 조사가 이루어지지 않은 것으로 드러났다.
ⓒ연합뉴스
28일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소속 더불어민주당 남인순 의원실에 따르면, 보건복지부의 ‘e아동행복지원시스템’은 피해 아동 A양이 숨진 이듬해인 2021년 10월부터 2024년 4월까지 총 9차례에 걸쳐 학대 가능성을 경고했다.
매 회차마다 의료기관 미진료, 건강보험료 체납, 영유아 건강검진 미실시 등 2~4개의 뚜렷한 위기 징후가 확인됐다.
9차례의 경고에도 불구하고 A양에 대한 현장 조사는 2021년 10월 단 한 차례만 진행됐다. 이마저도 특정 위기 아동을 겨냥한 조사가 아닌, 어린이집에 다니지 않는 3세 아동 대상 일괄 전수조사였다. 당시 친모 B씨는 담당 공무원에게 다른 아이를 보여주며 교묘하게 현장 조사를 넘겼고, 범행은 은폐됐다.
나머지 8차례의 위기 정보가 현장 조사로 이어지지 않은 배경에는 복지부의 ‘대상자 선별 방식’의 한계가 자리하고 있다.
위기 아동 조사는 인공지능(AI) 기계학습 모델을 활용해 상위 1만 5000여 명을 추려내는데, A양은 상대적으로 위험도가 낮게 평가되어 조사 대상에서 번번이 제외됐다. 또 2세 이하 아동은 의료 관련 위기 정보 감지 시 무조건 전수조사를 실시하지만, A양은 사망 당시 3세라는 이유로 해당 보호 기준을 비켜갔다.
남인순 의원은 “위기 신호가 여러 번 감지되었음에도 해당 아동의 사망 사실이 드러나지 않은 것은 현행 아동보호 시스템의 맹점”이라며 “관련 복지 체계에 대한 전면적인 보완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친모 B씨는 2020년 3월 경기 시흥시 정왕동의 한 아파트에서 A양을 살해했으며, 공범인 30대 남성 C씨와 함께 시신을 유기했다. 이들은 범행 발각을 피하기 위해 C씨의 조카 D양을 동원해 현장 조사를 속이고 초등학교 입학을 연기하는 등 치밀함을 보였다.
그러나 D양이 현장체험학습 기간이 끝난 후에도 등교하지 않는 것을 수상히 여긴 학교 측의 신고로 결국 4년 만에 진실이 드러났다. 경찰은 지난 26일 친모 B씨를 살인 등의 혐의로, 공범 C씨를 사체유기 등의 혐의로 각각 구속 송치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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