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개 정유사 2000만 배럴 이상 수요 파악
대체 물량 확보 촉진이 목적
6월까지 원유 수급 큰 차질 없어
양기욱 산업통상부 산업자원안보실장이 지난 5일 서울 종로구 한국생산성본부에서 열린 '석유 수급 및 시장 점검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중동 전쟁이 32일째 이어지며 에너지 위기 우려가 커지는 가운데, 정부가 국내 석유 수급 안정을 위해 '정부 비축유 스왑(Swap) 제도'를 전격 시행한다.
민간 정유사가 해외에서 대체 원유를 확보하는 동안 정부가 비축유를 먼저 빌려주고 추후 대체 물량이 도착하면 다시 돌려받는 방식이다.
양기욱 산업통상부 산업자원안보실장은 31일 오전 브리핑을 통해 "오늘부터 비축유 스왑 제도가 시작돼 첫 계약이 이뤄질 예정"이라며 "기업들이 특정 지역의 물류 차질로 원유 도입에 어려움을 겪을 때 정부 비축유를 신축적·탄력적으로 운영해 위기를 극복하겠다"고 밝혔다.
이번 스왑 제도는 단순히 비축유를 방출하는 기존 방식과 달리 기업이 대체 물량을 확보했다는 것이 검증되면 정부가 비축유를 즉시 투입해주고 선박이 국내에 도착할 때 원유를 다시 회수하는 형태다.
양 실장은 "비축유를 방출만 하고 회수 절차가 없으면 기업들이 대체 물량을 확보할 유인이 떨어진다"며 "스왑 제도는 기업들이 세계 곳곳에서 새로운 공급처를 찾도록 유도하는 동시에 일시적인 재고 하락 시점을 메워주는 효과가 있다"고 설명했다.
현재 국내 4개 정유사가 모두 스왑 참여 의사를 밝혔으며, 수요 파악 결과 그 규모는 2000만 배럴을 넘어서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날 중 1개 정유사가 200만 배럴 규모의 첫 스왑 계약을 진행할 예정이다.
중동 상황 악화로 국제 유가는 불안정한 흐름을 보이고 있다. 브렌트유는 배럴당 114달러, WTI는 105달러에 육박했다. 가스 가격은 카타르의 불가항력 선언 이후 높은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
양 실장은 국내 유가와 관련해 "미국은 우리나라보다 석유 제품 가격 상승 폭이 더 크다"며 "환산해 보면 국내 휘발유 가격은 미국보다 200원 정도 높지만 경유는 오히려 우리가 300원 정도 저렴해 미국 소비자들의 물가 압력이 상당한 상황"이라고 진단했다.
한편 산업부는 나프타 등 석유화학 기초 원료 수급에도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생활필수품과 보건의료용 원료의 차질 없는 공급을 위해 나프타 매점매석 금지를 추진 중이다. 폴리에틸렌(PE)과 폴리프로필렌(PP)에 대해서도 검토 중이다.
특히 수액 팩 포장재 등 의료용 소재는 식약품의약품안전처와 협력해 생산자와 공급망을 연결하고 있다. 반도체, 디스플레이, 배터리 등 주요 업종의 공급망을 모니터링한 결과 헬륨과 브롬화수소 등은 상반기까지 수급에 문제가 없을 것으로 전망했다. 다만 자동차 부품과 가전 내외장재 등은 전쟁 장기화 시 불확실성이 있어 1~1.5개월 수준의 재고량을 면밀히 관리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정부는 비축유 활용과 IEA(국제에너지기구) 규정에 따른 방출, 정유사의 대체 물량 확보를 종합할 때 6월 말까지는 국내 수급에 큰 문제가 없을 것으로 보고 있다.
현재 정유사들은 아프리카(알제리, 가봉), 중앙아시아(카자흐스탄), 미주(미국, 브라질), 아시아(호주, 파푸아뉴기니) 등 전 세계를 대상으로 대체 물량을 확보 중이다.
양 실장은 "전쟁 충격이 우리 경제 곳곳으로 번지고 있다"며 "석유 수급뿐 아니라 산업·의료 현장에 필요한 공급이 적기에 이뤄질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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