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밀러 임상 문턱 낮춘다"…美·유럽 규제 완화에 셀트리온·삼바에피스 '개발 속도전' 기대

이소영 기자 (sy@dailian.co.kr)

입력 2026.04.01 15:15  수정 2026.04.01 15:15

FDA·EMA 등 시밀러 임상 규제 완화 추진

셀트리온 임상 비용 줄여 '규모의 경제' 실현

글로벌 상위 시밀러 기업 영향력 보다 커져

바이오시밀러 관련 이미지 ⓒ게티이미지뱅크

글로벌 제약·바이오 산업의 양대 규제 기관인 미국 식품의약국(FDA)과 유럽의약품청(EMA)이 시밀러 임상 규제 완화를 추진하고 있다. 단순 절차 간소화를 넘어 ‘불필요한 임상을 걷어내겠다’는 계획이다. 임상 비용 절감과 개발 기간 단축이 가능해지면서 셀트리온과 삼성바이오에피스 등 국내 선두 기업들이 수혜권에 들었다.


1일 업계에 따르면 최근 FDA는 바이오시밀러 개발을 간소화하기 위한 새로운 지침 초안을 발표했다. 이번 지침은 시밀러 개발 과정에서 요구되던 임상 일부를 줄이고 분석 기반 평가를 확대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임상약동학(PK) 연구의 경우 과학적으로 정당화될 때 일부 시험을 생략할 수 있도록 하면서 기업들의 연구 부담이 크게 줄었다. 특히 시밀러와 미국 대조약, 해외 대조약을 모두 비교하던 ‘3자 PK 시험’ 의무를 반드시 수행할 필요가 없도록 완화했다.


EMA의 경우 지난 3월 말 바이오시밀러 개발 시 비교효능임상시험(CES) 면제 가능성을 열어둔 성찰 보고서를 채택했다. 과거에는 물리화학적 분석 뿐 아니라 대규모 환자 대상 임상을 통해 효능과 안전성을 재입증해야 했지만, 이제는 고도화된 분석 기술로 오리지널과의 유사성을 입증하면 임상 3상 격인 CES 없이도 허가가 가능해질 전망이다.


국내 기업 중 이러한 규제 완화의 최대 수혜자는 단연 셀트리온과 삼성바이오에피스다. 양사는 이미 EMA 시밀러 허가 순위에서 상위 5위권에 이름을 올리고 있는 ‘글로벌 시밀러 강자’들이다.


특히 셀트리온은 임상 간소화 변화를 단순한 비용 절감을 넘어 파이프라인 확장을 위한 ‘발판’으로 활용한다는 전략이다. 셀트리온은 이번 규제 기관 개정안이 아직 초안 단계지만 FDA 측의 최신 견해를 즉각적으로 반영하는 것으로 판단하고, 현재 진행 중인 개발 프로젝트에 즉시 적용해 비용과 개발 기간을 크게 단축한다는 방침이다.


셀트리온은 현재 시장에 출시한 11개 시밀러 제품을 넘어 2038년까지 총 41개의 포트폴리오를 구축하겠다는 공격적인 목표를 세웠다. 임상 요건 완화로 아낀 자본과 시간을 후속 파이프라인에 재투자하는 선순환 구조를 만들겠다는 것이다.


특히 면역항암제처럼 대조약 구입 비용이 막대한 영역에서는 이번 조치 만으로 전체 임상 비용의 25% 이상을 절감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이를 통해 그간 높은 개발비 탓에 채산성이 낮았던 중소형 시장용 제품까지 빠르게 라인업을 넓혀 ‘규모의 경제’를 실현한다는 계획이다. 셀트리온은 최근의 규제 완화 흐름을 통해 해당 제품 개발 목표도 상향 조정될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셀트리온 관계자는 “글로벌 규제 완화라는 정책적 흐름은 초기 개발 역량과 대규모 생산, 직판망을 모두 갖춘 셀트리온이 최대의 수혜자가 될 수 있는 절호의 기회”라며 “절감된 비용을 바탕으로 파이프라인을 더욱 촘촘히 확대해 규모의 경제를 실현하고 글로벌 시장에서 독보적인 원가 경쟁력을 갖춘 빅파마로 도약하겠다”고 말했다.


글로벌 생산 인프라와 강력한 마케팅 파트너십을 구축한 삼성바이오에피스 역시 이번 규제 완화의 실질적 수혜주로 꼽힌다. 임상 절차 간소화가 본격화되면 삼성바이오에피스가 보유한 차세대 파이프라인들의 시장 진입 속도도 보다 빨라질 전망이다.


현재 삼성바이오에피스는 임상 3상을 진행 중인 키트루다 바이오시밀러 ‘SB27’을 비롯해 총 7종의 시밀러 파이프라인을 개발하고 있다. 특히 키트루다 시밀러와 같은 면역항암제는 임상 규모와 비용 부담이 막대한 만큼 이번 규제 완화 기조는 에피스가 후속 제품들을 보다 신속하고 효율적으로 글로벌 시장에 선보이는 데 결정적인 역할을 할 것으로 보인다.


다만 임상 규제 문턱이 낮아질수록 선두 업체와 후발주자 간 격차는 더욱 벌어지게 될 것이라는 우려도 나왔다. 임상 데이터 비중이 줄어든다는 것은 곧 초기 단계의 항체 분석 능력과 공정 최적화 기술이 허가의 핵심 잣대가 된다는 뜻이기 때문이다.


바이오 업계 관계자는 “개발 기간 단축은 이미 인프라를 갖춘 기업들에게 보다 유리하게 작용하는 부분”이라며 “대규모 생산 시설을 직접 운영하며 압도적인 원가 경쟁력을 확보하고, 글로벌 직판망까지 갖춘 상위 업체들의 영향력이 더욱 커질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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