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 삼성에서 진가를 입증한 선동열 감독은 KIA 마운드에도 대폭적인 변화를 예고, 환골탈태를 천명한 상태다. 그동안 KIA는 선발과 불펜이 매년 일정한 궤도를 유지해왔다. 시즌이 진행되면서 조금씩 변하기는 했지만 큰 틀은 그대로 이어진 것. 하지만 선동열 감독은 투수들의 내구력과 피칭 스타일 등을 면밀하게 검토하면서 모든 가능성을 열어둔 상태다.
선동열 감독의 구상 중 가장 눈에 띄는 것은 불펜투수의 선발화다. 유력한 선발후보를 불펜으로 돌리겠다는 의사를 내비친 선동열 감독은 반대로 중간계투를 선발로 내세우겠다는 복안도 마련했다. 물론 아직 실험 단계다.
그중 눈에 띄는 것은 좌완 박경태와 잠수함 손영민(25)의 선발 테스트다. 이들은 그동안 주로 불펜서 활약해왔지만, 선동열 감독이 선발 후보로 유심히 지켜보고 있다. 기회를 놓치지 않고 업그레이드 된 능력을 선보인다면 선발진 합류가 충분히 가능하다.
특히, 손영민을 선발 후보로 낙점한 것은 뜻밖이다. 박경태의 경우, 좌완 선발감이 필요한 선동열 감독이 부상으로 빠진 양현종을 대신해 고려할 수 있는 카드지만, 손영민은 누구도 예상치 못했다. 선발로선 성공 가능성이 낮은 잠수함 투수기 때문.
실제로 손영민은 뛰어난 구위와 잠재력에도 매년 KIA 불펜진에 머물러왔다. 이 같은 분위기는 다른 팀들도 마찬가지다. 과거엔 박충식, 박정현, 한희민 등 특급 잠수함 선발투수들이 한 시대를 풍미했지만 최근 들어 사실상 씨가 말랐다.
여기에는 여러 이유가 있겠지만 장타력과 좌타자에 대한 대응문제가 크다. 아무래도 오버핸드 투수보다는 힘이 덜 실리기 때문에 구위가 약한 것이 사실. 따라서 파워와 노림수가 뛰어난 타자들의 좋은 먹잇감이 될 수밖에 없었다. 게다가 공의 궤적이 좌타자들에게 절대적으로 불리할 수밖에 없다.
2000년대 들어 선발예고제가 정착되면서 잠수함 투수들은 모습을 감췄다. 잠수함 선발투수가 등판하는 날이면 상대팀에서는 좌타자들을 대거 내세웠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선동열 감독은 손영민의 선발 전환에 긍정적이다. 또 다른 잠수함 유동훈의 구위가 살아날 기미를 보이고 있어 2명이나 불펜에 있을 필요가 없다는 것. 또 잠수함 투수가 왼손타자들에게 불리하다고 하지만 제대로 떨어지는 싱커와 커브를 구사한다면 꼭 그렇지도 않다는 게 선동열 감독의 지론이다.
자연스럽게 KIA팬들은 '제2의 이강철' 탄생 여부에 관심을 보이고 있다. 현재 KIA 투수코치이기도 한 이강철은 90년대 선동열 감독과 함께 타이거즈 마운드의 한 축을 담당했다.
10년 연속 10승이라는 대기록을 보유하고 있는 이강철은 프로야구 통산 탈삼진 2위, 다승과 통산이닝 3위에 올라 있는 대투수다. 역대 잠수함 선발투수로선 가장 굵직한 발자국을 새긴 그다. 부드러운 미남형 얼굴에 물 흐르듯 매끄러운 투구 폼 등은 손영민과 이강철의 공통점이다. 일부 팬들은 벌써부터 손영민을 ‘손강철’로 부르며 기대를 높이고 있다.
몸쪽 제구에 강점이 있는 데다, 연투 시 다소 기복이 심했다는 점을 감안한다면 손영민은 선발이 더 맞는 옷인지도 모른다. 롤 모델인 이강철 코치의 존재도 그의 성공 가능성을 높인다. 과연 손영민이 올 시즌 선발 한자리를 꿰차고 타이거즈 잠수함 투수의 명맥을 이을 수 있을까. ‘제2의 이강철’을 꿈꾸는 손영민 행보에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데일리안 스포츠 = 김종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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