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동훈의 전성기는 화려했다. 특히 소방수로 활약하던 지난 2009년에는 6승 2패 22세이브 10홀드 평균자책점 0.53을 기록, 타이거즈의 10번째 우승을 견인했다.
당시 유동훈의 별명은 '세일러유'였다. 박빙의 상황에서 유동훈이 등판하면 팬들은 만화 세일러문에 빗댄 명대사 '싱커의 이름으로 널 용서하지 않겠다!'는 응원문구를 흔들어댔다. 이에 보답하듯 거침없는 세이브 행진을 이어갔다.
강력한 선발진에 비해 중간계투진이 취약하다는 평가를 받았던 KIA임에도 위기에 강할 수 있었던 건 리그 최고의 소방수 유동훈이 있었기 때문이다.
유동훈은 삼진을 많이 잡아내는 투수는 아니다. 제구력으로 타자의 방망이를 끌어내 땅볼을 유도한다. 무엇보다 명품 싱커가 일품이다. 직구 구속이 130km대 밖에 되지 않음에도 소방수 역할을 맡을 수 있었던 이유다.
싱커는 좌우변화가 거의 없이 빠르게 날아오다가 홈 플레이트 근처에서 급하게 떨어지는 구종이다. 때문에 타자들 눈에는 때리기 만만한 직구처럼 보이지만 정작 배트 밑 부분에 맞아 땅볼이 나오기 일쑤다.
특히, 싱커는 언더스로와 사이드암 투수들에게 효과적인 무기다. 그렇지 않아도 공이 낮게 들어오는 가운데 변화가 일어나 타자들 입장에서는 공의 전체를 보고 타격하기가 매우 어렵기 때문이다.
2009년 대활약에도 최근 유동훈을 바라보는 KIA 팬들의 시선은 썩 곱지만은 않다. 지난 2년간 극심한 부진을 거듭했기 때문. 박빙의 상황에서 가장 든든한 소방수였던 그는 어느덧 승부처에서 불을 지르는 방화범으로 바뀌어 있었다. 팬들을 그를 '세일러유'로 부르는 대신 '휘발유'로 부르기 시작했다.
하지만 최근 선동열 감독은 그를 다시 주목하고 있다. 심지어 마무리 투수로 고민하고 있을 만큼 유동훈의 구위가 회복됐다. 불펜의 핵으로 점찍었던 한기주와 김진우의 몸 상태가 기대에 미치지 못하고 있다는 점도 유동훈을 주목하는 이유다.
유동훈은 싱커의 낙차 폭이 커졌고 커브의 각도와 직구의 볼끝이 강해졌다는 평을 듣고 있다. 오키나와 실전 캠프에서도 확 달라진 피칭 내용으로 벤치의 신뢰를 받았다.
이 같은 변화에는 선동열 감독의 족집게 과외도 한 몫 했다. 지난 시즌엔 오른발과 왼발의 폭이 너무 커 손이 늦게 나오는 현상이 나타났지만, "폭을 줄인 채 팔 스윙 동작을 간결하게 가져가면서 공을 최대한 앞에서 뿌리라"는 선동열 감독의 주문이 효과를 봤다. 구위가 살아나자 자신감도 덩달아 살아나고 있다.
과연 '조련사' 선동열 감독의 마법은 잠자고 있던 유동훈까지 깨울 수 있을까, 부활을 선언한 '세일러유' 행보에 귀추가 주목된다.[데일리안 스포츠 = 김종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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