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일리안 스포츠 = 이일동 기자]'여왕벌' 정대현(34·롯데)의 부산 비행이 순조롭지 않다.
스토브리그 MLB 볼티모어 오리올스와 계약 성사 직전까지 갔지만 롯데로 유턴했던 정대현은 왼 무릎 수술로 시즌 중반까지 사직 마운드에 오르지 못했다. 하지만 8월 들어 1군에 등판한 정대현은 26일 두산전까지 9경기 등판, 1승 무패 2홀드 평균자책 1.86의 안정된 성적을 기록하고 있다.
올 시즌 FA로 롯데에 둥지를 튼 정대현은 SK 시절 벌떼 마운드의 최후 보루인 여왕벌로 불렸다. 김성근(현 고양 원더스 감독) 전 감독의 불펜 운용에서 마지막 승부사로 등판, 통산 99세이브를 기록한 벌떼 마운드의 '여왕벌', 주전 마무리였다.
추격조 강등 이유 '친정팀 트라우마'
그럼에도 양승호 감독은 26일 정대현을 '필승조'가 아닌 추격조로 내렸다. 수치는 양호한데 양 감독과 정대현 본인의 생각은 다르다. 수술에서 회복한 지 얼마 지나지 않은 상황에서 박빙 상황의 등판에 조심스러운 반응을 보이고 있는 것.
정대현은 지난 15일 사직 SK전에서 최대성에 이어 8회 2사 만루 위기에서 셋업맨으로 등판, 옛 동료 정상호에게 역전타를 맞았고 팀은 졌다. 16일은 더 심각했다. 5-3으로 앞선 8회 등판, 이호준과 박정권에게 연속안타를 허용하는 등 무사만루 위기를 초래하며 2실점, 5-5 동점을 만들고 내려갔다. 이 경기에서 롯데는 10회 연장 끝에 5-6으로 패했다.
이후 3경기에서 안정감 있는 투구를 했지만 정대현 스스로는 셋업 등판의 심적 부담이 컸던 것으로 보인다. 그랬던 정대현이 중간계투로 내려간 26일 경기에선 펄펄 날았다. 1-2로 뒤지던 6회 2사 1루 상황에서 선발 사도스키에 이어 등판한 정대현은 1.1이닝 동안 탈삼진 3개를 잡는 호투를 선보이며 두산 타자들을 연속으로 돌려세웠다.
마무리 김사율보다 '안정감'
필승조가 아닌 '추격조' 정대현은 SK 시절 여왕벌의 면모를 유감없이 드러냈다. 부상에서 복귀한 지 얼마 안 된 심적 부담을 덜어준 게 주효했다. 정대현 호투를 발판 삼은 롯데는 8회 말 김주찬과 용덕한의 연속 스퀴즈로 극적인 3-2 역전승을 거뒀다.
사실 추격조로 쓰기엔 아깝다. 최근 4경기 연속 무실점 무자책점 행진을 이어가고 있다. 평균자책점 1.86은 롯데 불펜에서 제일 낮다. 피안타율 역시 0.156에 불과하다. SK를 제외하면 타팀 타자들에겐 거의 공략 당하지 않았다.
롯데 1군 엔트리에서 1점대는 정대현이 유일하다. 마무리 김사율마저 2.82를 기록 중이다. 정대현의 빈자리를 완벽하게 메운 김성배 조차 2.98인 것을 감안했을 때, 정대현의 추격조 전환은 선뜻 이해가 되지 않는 대목이다.
친정 SK 타자들은 정대현을 완벽하게 분석해 공략했지만 나머지 팀들에는 여전히 난공불락이다. 직구 구속은 130km/h 내외로 SK 시절과 비슷했고, 업슛과 싱커 슬라이더 역시 예리했다. 정대현의 보직 변경은 26일 두산전 호투로 다시 변경될 가능성도 없지 않다.
다만, 과격하기로 유명한 사직 부산팬들의 응원열기가 오히려 이적생 정대현에겐 부담스러울 수 있다. 구원 실패 시 정대현이 받는 부담은 문학과는 다르다. 이런 이유가 정대현의 셋업맨 전환에 부담을 키울 수도 있다.
양승호 스몰볼 '키워드는 정대현'
정대현이 셋업에 들어올 경우, 기존 셋업진인 최대성과 강영식, 김성배 등의 부담이 줄어든다. 이럴 경우 롯데는 최근 허약해진 타격을 지키는 야구로 커버 가능할 수 있다. 바로 정대현의 셋업 복귀 시점에 따라 롯데 야구는 섬세한 스몰볼도 구사가 가능하다.
양승호 감독은 최근 상당히 조밀한 야구를 구사하고 있다. 2연속 스퀴즈가 그랬고 희생번트와 희생타 등의 구사 빈도가 전임 제리 로이스터 시절은 물론, 작년 1년차 시절과 달라졌다. 주포 이대호가 빠져나가고 홍성흔 전준우 등 주포들의 타격 컨디션이 기복이 심하다. 결국, 타자의 능력에 맡기던 빅볼보단 세밀한 작전야구의 구사 빈도를 최근 높여가고 있다.
최소 득점과 박빙 상황이 경기 후반까지 이어지는 최근 상황에선 불펜의 중요성이 커진다. 정대현의 셋업 복귀가 바로 막판 롯데의 2위 싸움에 결정적인 변수가 될 수 있다. 양 감독의 정대현 추격조 전환이 과연 얼마나 길게 갈 수 있을지 주목되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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