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대화 사퇴, ´이별의 예의´ 없었던 한화

이경현 넷포터

입력 2012.08.29 08:44  수정

계약 기간 한 달 앞두고 자진사퇴 형식 경질

한대화 요구도 수 차례 묵살, 감독 책임 떠넘겨

계약종료를 한 달 앞두었던 한대화 감독은 사실상 경질 수순으로 지휘봉을 내려놓았다.

[데일리안 스포츠 = 이경현 객원기자]한화 한대화 감독이 전격적으로 사퇴했다. 한화 구단은 28일 한대화 감독의 퇴진을 공식 발표했다. 올 시즌 개막 이후 내내 최하위를 면치 못하며 부진한 성적을 이어가고 있었던 한화는 결국 시즌 종료를 한 달여 앞두고 감독교체라는 강수를 선택했다. 올 시즌까지 계약되어있던 한대화 감독은 결국 임기를 채우지 못하고 물러나게 됐다.

아쉬웠던 것은 시기와 방식이다. 한화 측은 한대화 감독의 퇴진을 ´자진사퇴´라고 주장하고 있다. 한 감독이 27일 단장과 면담 도중 스스로 사퇴를 결정했다는 주장이다. 하지만 야구계에서는 구단 측이 먼저 경질을 통보하고 언론에는 뒤늦게 자진사퇴로 포장하고 있다는 시각이 지배적이다.

무엇보다 한대화 감독이 지금 시기에 굳이 스스로 물러날 이유가 없다는 분석이다. 시즌 종료를 불과 한 달 앞둔 가운데 현재 한화는 이변이 없는 한 최하위를 면하기 어려운 실정이다. 어차피 올 시즌 종료 이후 한화와의 3년 계약이 만료되는 한대화 감독으로서는 이미 재계약을 기대하기 어려운 게 현실이었다. 한대화 감독 이전에 사령탑을 맡았던 김인식 감독도 계약 마지막 해이던 2009시즌 팀이 최하위에 그쳤으나 계약기간은 지키고 시즌 후 교체됐다.

사실 한대화 감독은 이미 시즌 초반 여러 차례 사퇴를 고민해왔던 것으로 알려졌다. 한화는 올 시즌 김태균, 박찬호 등 스타선수들이 가세하며 다크호스로 기대를 모았으나 정작 시즌 초반부터 투타에서 총체적 난국을 드러내며 최하위권을 벗어나지 못하자 한대화 감독의 마음고생도 상당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오히려 한대화 감독의 사퇴 의사를 만류하고 붙잡은 것은 한화 구단 쪽이었다. 시즌 초반과 올스타전 휴식기를 전후하여 몇 차례나 한대화 감독의 경질설이 불거졌을 때도 한화 구단 측은 "교체는 생각하지 않는다. 계약기간은 보장한다는 것이 구단의 원칙"이라고 수차례나 강조해왔다.

하지만 겉으로 보이는 모습과 달리, 이미 구단 내부에서는 한대화 감독이 설 자리가 없었다는 분석이다. 한화 구단은 5월초 팀 성적 부진을 이유로 코칭스태프 강제 개편을 단행했다. 당연히 한대화 감독의 의지는 전혀 반영되지 않은, 프런트와 구단 고위층에서 내려온 일방적인 결정이었다.

이로써 사실상 실권을 잃은 한대화 감독의 구단 내 입지는 크게 줄어들었다. 앞에서는 사퇴를 만류하는 듯 하다가, 뒤에서는 결국 손발을 묶어놓고 뒤통수를 친 모양새라는 비난을 피할 수 없게 됐다.

올 시즌 한화의 성적 부진에 큰 영향을 미친 외국인 선수 스카우트 문제도 한화 구단은 한대화 감독의 의견을 철저히 배제했다. 이미 조기에 수준 미달로 밝혀진 브라이언 배스와 션 헨의 영입 과정에서, 한대화 감독은 구단 측에 여러 차례 문제제기를 했음에도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심지어 투수가 안 되면 외국인 타자라도 영입해달라던 한 대화 감독의 마지막 요청도 끝내 묵살 당했다. 한대화 감독은 여기서 구단의 태도에 크게 실망한 것으로 알려졌다.

사퇴 발표 하루 이틀전만해도 한대화 감독은 야수들의 컨디션과 향후 잔여시즌 일정을 점검하며 성적과 상관없이 끝까지 최선을 다하겠다는 의지가 분명했다. 하지만 구단의 미숙한 일처리와 지원 부족 속에 한대화 감독은 끝내 계약기간의 마지막 한 달을 채우지 못하고 불명예스럽게 팀을 떠나게 됐다. 몇 년째 계속되고 있는 한화의 장기 부진과 리빌딩 실패는 이번에도 ´감독 개인의 책임´으로만 떠넘겨진 채 또 한 번의 희생양을 만들었다는 비난을 피할 수 없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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