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대호(30·오릭스)의 일본 진출로 우타 거포의 빈자리를 누가 채울 것인가가 올 시즌 초 프로야구계의 주된 관심사 중 하나였다. 가장 유력한 후보는 친정 한화로 복귀한 김태균이었다. 하지만, 시즌 종반 예상치 못했던 선수가 이대호 대를 이어 신세대 거포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바로 넥센 4번타자 '한국형 빅맥' 박병호(26)가 그 주인공. 박병호는 25일 현재, 홈런(30)-타점(100)-장타율(0.567) 공격 3개 부문에서 리그 선두에 올라 있다. 빅보이의 뒤를 이을 빅맥의 탄생이 현실로 다가온 것.
이대호 친구이자 가장 강력한 라이벌 김태균은 올 시즌 홈런과 장타 욕심보다는 정교한 타율 위주의 타격에 중점을 뒀다. 덕분에 타율은 치솟았지만 홈런포는 줄었다. 거포 이미지를 포기하는 대신 타격 기계로 변신한 모습이다.
리그 대표적인 우타 거포 급부상
이대호의 화끈한 한 방을 시즌 초 김태균이 아닌 강정호(넥센)에서 맛봤다. 강정호의 부상(봉와직염) 이후 급상승세를 탄 게 바로 박병호다. 이후 엎치락뒤치락하던 박석민(삼성)과의 타점·홈런 경쟁에서도 이제는 1위 굳히기에 들어섰다.
공교롭게도 강정호를 제외한 박병호의 라이벌 김태균과 박석민은 3루와 1루를 번갈아 보던 타자들이다. 이대호 역시 마찬가지다. 이제는 붙박이 1루수로 전향한 김태균 역시 천안북일고를 졸업하고 입단해 3루를 본 경험이 있다. 박석민은 현재 3루가 주포지션이다.
내야 출신 거포들은 1,3루로 포지션 이동, 즉 좌우로 수평 이동하는 게 일반적이다. 포지션이 상하로 움직이는 경우는 드물다. 거포들은 대개 큰 체구의 소유자라 수비 시 순발력과 수비 범위가 좁기 마련. 이대호와 김태균, 그리고 박석민 등이 그런 경우다.
박병호는 성남고 시절 포수였다. 1995년 LG에 입단해서 3루수로 뛴 적이 있다. 김시진 전 넥센 감독은 작년 시즌이 끝나고 박병호의 3루수 전환을 시도한 적도 있다. 하지만 올 시즌 주전 1루수로 확정, 수비 부담이 줄었다. 타격에 집중할 수 있는 여건이 제대로 형성된 셈이다.
'뛰는 4번타자' 신기원 개척
박병호는 성남고 시절 4연타석 홈런을 뽑아낼 정도로 파워는 이미 초고교급이었다. LG에 입단한 후에도 차세대 4번타자로 주목받았지만 잠재력을 발휘하지 못하고 2011시즌에 넥센으로 트레이드됐다.
LG는 사실상 기라성 같은 대선배들이 많아 출전 기회를 잡기 힘들었다. 넥센은 팀 내 거포 부재가 타선의 아킬레스건이던 팀. 박병호에 넥센은 기회의 땅이었다. 충분한 출전기회와 심리적 안정을 찾게 되면서 잠재된 타격 재능은 폭발했다.
올 시즌 박병호의 기록 중 가장 주목할 부분이 있다. 바로 뛰는 4번타자라는 점이다. 박병호는 올 시즌 도루 17개를 기록, 안치홍(KIA)와 더불어 도루 부문 공동 19위를 달리고 있다. 호타준족의 팀 동료 'K-로드' 강정호(20도루)와 불과 1개 차다. 도루 3개만 더 추가하면 20(홈런)-20(도루) 클럽에 가입하게 된다. 30-30을 세 차례나 달성한 박재홍(SK)에 이어 호타준족의 새로운 대명사가 되는 셈.
타율 역시 0.290로 생애 첫 3할 진입을 눈앞에 두고 있다. 정교함과 빠른 발, 그리고 장타력을 모두 갖춘 3툴 플레이어의 가능성을 올 시즌 맘껏 분출하고 있다. 주목할 점은 이대호도 갖지 못한 빠른 발이다. 한국 프로야구 사상 그 누구도 개척하지 못했던 '도루하는 4번타자'의 신기원을 박병호는 열어젖히고 있다.
올 시즌 박병호는 가장 강력한 MVP 후보 중 하나다.
'한국형 빅맥' 박병호의 그랜드 슬램
사실 박병호의 롤 모델은 '빅맥' 마크 맥과이어였다. 영일초등학교 시절 맥과이어의 시즌 70홈런을 보고 맥과이어를 닮고자 했던 어린 박병호가 10년이 지난 지금도 맥과이어를 꿈꾸고 있다. 맥과이어가 오클랜드 시절 달았던 등번호 25번을 넥센에서 단 채 말이다.
올 시즌 박병호는 가장 강력한 MVP 후보 중 하나다. 타격 3관왕(홈런-타점-장타율)에 이어 20-20클럽만 달성한다면 박병호의 시즌 첫 MVP 선정은 물론, 꿈에 그리던 월드베이스볼클래식 대표팀의 태극 마크를 달 가능성도 있다. 박병호는 김태균, 이대호와 함께 국가대표 우타 1루수 경쟁을 벌이고 있다.
빅보이가 떠난 우타 거포 등극을 시작으로 20-20클럽, 영광의 정규시즌 MVP, 나아가 월드베이스볼 대표팀 태극마크까지 단다면 박병호의 2013시즌은 그야말로 생애 최고의 그랜드 슬램을 달성하는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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