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떼든 벌떼든’ KS 키는 정대현

데일리안 스포츠 = 이경현 객원기자

입력 2012.10.16 10:18  수정

강력한 불펜 앞세운 SK-롯데 ‘불펜 대전’

정대현 못 나오게? 버티다 정대현 믿기?

정대현

SK와 롯데의 '2012 프로야구' 플레이오프는 ‘정대현 시리즈’로도 불린다.

정대현은 지난해까지 SK 불펜야구의 핵심이었다. ‘벌떼 불펜’으로 유명했던 SK 마운드에서도 ‘여왕벌’로 통할만큼 절대적인 비중을 차지했던 그의 존재는 SK가 지난 5년간 세 번의 한국시리즈 우승에 크게 기여했다.

하지만 정대현은 더 이상 SK가 아닌 롯데 소속이다. 정대현의 존재가 바로 2년 연속 리턴매치를 치르는 양팀의 가장 큰 변화다. SK로서는 어제까지 든든한 수호신이었지만, 이제는 반드시 넘어야 할 산이 되어버린 정대현을 보며 여러 생각이 들 수밖에 없다. 정대현이 롯데 유니폼을 입는 순간부터 예상한 수순이다.

롯데는 그동안 단기전에서 늘 뒷심 부족에 시달렸다. 올해 준PO 이전까지 지난 13년간 6차례의 포스트시즌 시리즈에서 번번이 고배를 들었던 원인이다. 하지만 올해는 다르다. 올 시즌 롯데는 ‘양떼불펜’이라는 신조어를 만들어내며 든든한 뒷문을 구축했다.

준PO에서 두산을 상대로 따낸 3승이 모두 역전승이다. 패한 3차전을 제외하고 모두 경기 종반인 7회 이후 전세를 뒤집는데 성공했다. 두 번은 연장 접전이었다. 초반 리드를 내주고도 중반 이후 추가실점을 최소화한 불펜의 공이 컸다.

준PO 4경기에서 실책으로 내준 점수를 제외하고 투수들은 평균자책점 2.84를 기록했다. 불펜 평균자책점은 이보다 더 낮은 2.21에 그쳤다. 양승호 감독이 시리즈 내내 한발 빠른 투수교체로 선발보다 불펜이 두 배에 가까운 이닝을 소화하며 계투작전을 펼친 게 주효했다.

특히, 정대현은 정규시즌 맹활약한 김사율을 대신하며 마무리 보직을 소화하며 3경기에 등판해 1승2세이브를 기록했다. 4이닝 동안 피안타는 단 1개. 무실점으로 생애 첫 준PO 최우수선수(MVP)에 선정되는 영광도 안았다. 정대현은 FA 이적 후 시즌 초반 부상으로 반년 가까이 날리며 며 ‘먹튀’에 대한 우려를 낳았지만 후반기에 정상적으로 복귀하며 빠르게 녹아들었다.

정대현은 정규시즌 SK전에서는 5경기 나와 평균자책점 4.15(4⅓이닝 2실점)를 기록했다. 올 시즌 정대현의 유일한 자책점이 SK전에서 나왔다. 아무래도 SK 타자들이 정대현 공에 좀 더 익숙하다는 것은 정대현 역시 의식하지 않을 수 없는 대목이다.

하지만 아무래도 정대현을 실전에서 직접 상대해본 경험이 적은 SK 타자들보다는 옛 동료들의 습성을 두루 파악하고 있는 투수 쪽이 심리적으로 더 유리한 것은 사실이다. SK 입장에서 가장 좋은 방법은 물론 정대현이 나오는 상황을 만들지 않는 것이지만 박빙의 승부가 될 경우, 정대현과의 대결을 피할 수 없다.

정규시즌에 정대현을 상대했던 SK 타자들은 초반부터 적극적인 타격을 시도하는 것이 두드러졌다. 수싸움에 능한 정대현을 상대로 불리한 볼카운트에 몰리기 전에 빠르게 승부를 보는 것이 오히려 유리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

서로에 대해 너무나 잘 아는, 그래서 반드시 서로를 넘어야만 하는 SK 타자들과 정대현. 벌떼든 양떼든 한국시리즈로 들어가는 키는 정대현이 쥐고 있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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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경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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