롯데와 플레이오프 5차전에서 무너진 선발 김광현을 구원해 위기에 빠졌던 소속팀 SK를 구해냈던 채병용이 비슷한 상황에서 맞이한 한국시리즈 3차전에서는 체면을 구겼다.
채병용은 28일 인천 문학구장에서 벌어진 2012 팔도 프로야구 한국시리즈 3차전에서 선발 부시에 이어 3회초 마운드에 올랐지만 정형식에게 밀어내기 볼넷을 내준데 이어 최형우에게 오른쪽 담장을 넘어가는 3점 홈런을 맞으며 0.1이닝 만에 강판됐다. 이날 자신이 내준 실점은 무려 3점이나 됐다.
지난 22일 롯데와 플레이오프 5차전에서 채병용은 그야말로 영웅이었다. 김광현이 2회초에만 대거 3실점하며 무너지자 이만수 감독의 선택은 바로 채병용이었다.
채병용은 처음 맞이한 타자 전준우에게 볼넷을 내주긴 했지만 강민호를 삼진으로 돌려세워 더 이상 추가실점을 막았다. 6회초 2사후 박희수와 교체될 때까지 4이닝동안 안타는 고작 하나만 허용하고 삼진을 5개나 잡아내며 역전승의 기폭제가 됐다.
하지만 삼성전에서는 체면을 구겼다. 아니, 어쩌면 너무나 급박한 상황이었기에 채병용에게 마음의 여유가 없었기 때문일지도 모르겠다. 진갑용의 볼넷에 이어 김상수의 투수 앞 희생번트 때 송구 실책으로 무사 2·3루가 됐고 설상가상으로 배영섭에게 몸에 맞는 볼을 허용하면서 무사 만루가 된 상황에서 채병용이 마운드에 올랐다.
정형식을 맞이한 채병용의 구질은 그다지 나쁘지 않았다. 첫 2개의 공이 낮게 제구되는 스트라이크가 되면서 볼 카운트를 유리하게 끌고 갔다. 하지만 이후 4개의 공이 모두 볼이 되면서 밀어내기 볼넷을 주면서 1-1 동점이 되고 말았다.
그러나 채병용은 이승엽을 상대로 너무 쉽게 가려다가 초구에 좌중간 적시타를 허용, 순식간에 2점을 뺏겼다. 물론 여기까지는 부시가 내보낸 주자였기에 부시의 실점으로 기록됐다. 1-3으로 역전당한 가운데 박석민을 1루수 플라이 아웃으로 잡아내 1사 1·3루가 되면서 병살타 처리로 이닝을 끝낼 수 있는 상황까지 만들어냈다.
하지만 최형우를 상대로 2볼, 2스트라이크라는 유리한 볼 카운트로 끌고 갔지만 5구째 볼에 이어 6구째를 통타당한 것이 그대로 3점 홈런이 되고 말았다. 여기서 채병용은 끝이었다.
SK 타선이 터져 12-8로 역전승하긴 했지만, 자칫 채병용은 플레이오프의 영웅에서 한국시리즈의 역적이 될 뻔 했다. 사실 1사 1·3루나 1사 만루나 모두 병살타로 처리할 수 있다는 점에서 2차전 만루홈런의 주역 최형우를 상대로 정면 승부를 펼칠 필요는 없었다.
그 다음 타자가 교타자인 박한이였고 최형우가 한국시리즈에서 만루홈런을 제외하고는 별 다른 활약을 보여주지 못했다는 점이 고려된 것으로 보이나 큰 경기에서 한방이 있는 타자에게 정면 승부를 거는 것은 모험이다. 1-3으로 역전당한 상태였기 때문에 최형우를 잡겠다는 것은 무모했다. 오히려 1-4가 되는 한이 있어도 박한이를 상대하는 편이 훨씬 나았다.
SK가 역전승을 거둬 채병용이 마음의 부담은 덜었지만 3차전 3실점의 트라우마를 어떻게 해결할지가 숙제다. 채병용이 3차전 투구수가 16개에 지나지 않기 때문에 4차전 위기 상황에서도 충분히 나올 수 있다. 하지만 자신감을 회복하지 못한다면 '채병용 카드'는 특급 조커가 아닌 '버리는 카드'가 될 수밖에 없다.
3차전을 역전승으로 장식했지만 조커로 활용할 수 있는 채병용의 부진은 이만수 감독으로서는 이래저래 고민이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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