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이 29일 벌어지는 문학 4차전마저 허무하게 내준다면 2001년 악령이 되살아날 수밖에 없다.
삼성 라이온즈에는 가을 잔치만 되면 반갑지 않은 손님이 바로 '비'다.
최강의 전력을 자랑하며 한국시리즈 우승 문턱까지 가고도 2002시즌 LG를 꺾고 우승하기까지 단 한 차례도 정상에 등극하지 못했던 것은 비의 영향도 적지 않게 작용했다.
삼성은 두 번째로 한국시리즈에 진출했던 지난 1984년 롯데와 한국시리즈를 비롯해 2001년 두산과의 한국시리즈에서 비 때문에 분루를 삼켜야 했다. 범위를 포스트시즌 전체로 확대하면 1998년 플레이오프도 있다.
이 가운데 삼성은 11년 전인 2001년의 기억이 가장 뼈아프다. 한국시리즈 상대가 준플레이오프부터 치르고 올라온 두산인 데다 상대전적에서도 12승7패로 앞서 있었기 때문이다. 게다가 '해태 왕조'를 이룩했던 김응룡 감독이 삼성에서 맞이한 첫 한국시리즈라 의미가 남달랐다.
첫 출발은 좋았다. 10월 20일 벌어졌던 대구 1차전에서 4-4로 팽팽하던 8회말 3점을 뽑으며 7-4로 이겼다. 하지만 바로 그 다음날 비가 내렸고, 준플레이오프부터 플레이오프까지 기나긴 여정을 달려왔던 두산에는 하루 휴식이 보약이 됐다. 그리고 삼성은 2차전에서 5-9로 패했다.
이후 삼성의 기세는 꺾였다. 잠실 3차전에서 삼성은 6회까지 2-4로 약간 뒤져 충분히 만회할 수 있는 기회가 있었지만 6회말에만 대거 7점을 내주고 말았다. 7회초 곧바로 6점을 따라가는 저력을 보여줬지만 끝내 9-11로 무릎을 꿇었다.
설상가상으로 삼성은 4차전에서 1회말 2점을 먼저 내주고도 2회말 8점을 뽑는 저력을 과시하며 무난하게 승리를 따내는 듯했지만, 3회말에 대거 12실점하며 마운드가 무너졌다. 1회말부터 5회말까지 이닝마다 점수를 내주며 무려 18실점하며 11-18로 대패한 삼성은 한국시리즈 최다 점수차(6점차) 역전패라는 불명예도 함께 했다.
공교롭게도 삼성의 현재 상황은 2001년을 떠올리게 한다. 1,2차전 대구 홈경기를 모두 잡은 상황에서 3차전이 우천으로 하루 연기돼 치러진 것부터 삼성에 기분 나쁜 기억을 떠올리게 한다. 게다가 28일 문학구장서 벌어진 ‘2012 팔도 프로야구’ 한국시리즈 3차전은 마치 2001년 두산과 한국시리즈 4차전의 대역전패 악몽까지 떠올리게 했다.
삼성은 1회말에 최정에게 적시타를 맞아 0-1로 끌려갔지만 3회초 진갑용의 볼넷을 시작으로 안타 하나 없이 무사 만루를 만든 뒤 정형식이 밀어내기 볼넷을 얻어내 동점을 만들고 이후 이승엽의 적시타와 최형우의 홈런까지 더해져 무려 6점을 뽑아냈다.
삼성의 불펜 마운드가 탄탄하다는 점, 그리고 SK가 롯데와 플레이오프를 5차전까지 치르면서 체력이 크게 떨어졌다는 점 등 여러 가지를 고려하면 내리 3승을 따내고 한국시리즈 판도를 쉽게 결정지을 수 있는 순간이었다.
하지만 삼성은 이어진 3회말 박정권과 김강민에게 연속 적시타를 허용하며 3점차로 쫓긴데 이어 4회말에는 박진만의 홈런 등으로 추가 2실점, 5점차 우위를 지켜내지 못했다. 삼성은 5회초 다시 1점을 뽑아내긴 했지만 6회말 김강민에게 3점 홈런을 맞는 등 대거 6실점하며 와르르 무너졌다.
5점차로 앞서다가 6회말 6실점하며 순식간에 7-11로 역전당한 장면은 6점차의 우위를 지켜내지 못하고 무너진 2001년 두산과 한국시리즈 4차전을 그대로 연상케 했다. 공교롭게도 11년 전의 흐름과 너무나 흡사하다.
물론 아직까지는 삼성이 2승 1패로 앞서 있다. 하지만 삼성이 29일 벌어지는 문학 4차전마저 허무하게 내준다면 2001년 악령이 되살아날 수밖에 없다. 반대로 SK 입장에서는 두산을 상대로 2연패 뒤 내리 4연승한 지난 2007년의 좋은 추억을 떠올릴 수 있게 된다. 그야말로 4차전이 이번 한국시리즈 판도의 분수령이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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