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 불러' 최강희, 조광래와 다른 ‘유럽파 활용법’

데일리안 스포츠 = 이준목 기자

입력 2012.11.11 01:14  수정

14일 호주전 앞두고 유럽파 제외 결단

유럽파 배려, 국내파 신뢰..조광래와 대조

최강희 감독은 알고 보면 선수 차출이라는 면에서는 전임자들에 비해 크게 손해를 보고 있는 케이스다.

최강희 감독이 오는 14일 호주와의 A매치 평가전을 앞두고 유럽파들을 제외, 팬들의 반응이 엇갈리고 있다.

일각에서는 대표팀이 손발을 맞출 시간이 부족한 상황에서 A매치 기간이라도 최대한 정예멤버를 소집해 조직력을 다질 필요가 있다는 지적도 있다.

최근 '2014 브라질월드컵' 최종예선 우즈베키스탄-이란 원정에서의 부진으로 입지가 다소 좁아진 최강희 감독으로서는 호주전마저 해외파가 빠진 상황에서 좋은 경기를 보여주지 못할 경우 여론의 비판이 부담스러운 상황이 될 수 있다.

하지만 최강희 감독은 대승적으로 당장의 명분 없는 희생보다는 유럽파 선수들의 사정을 배려하는 길을 택했다. 장기적인 안목으로 대표팀과 유럽파 선수들의 미래를 감안한 결단이다.

호주전은 올해 마지막 A매치다. 내년 3월 재개하는 월드컵 최종예선과는 사실상 연속성이 없는 경기다. 현재 한창 시즌 중인 유럽무대에서 치열한 생존경쟁을 펼치고 있는 유럽파들이 평가전 1경기를 위해 장거리 차출을 감수하면 컨디션에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 선수나 대표팀 양쪽에 모두 이로울 게 없다는 판단을 내린 것이다.

최강희 감독의 유럽파 활용법은 전임 조광래 감독과 극명한 대조를 이루는 대목이다. 조광래 감독은 임기 내내 유럽파에 대한 절대적 신뢰를 넘어 집착을 보였다.

조광래 체제에서 치른 21차례의 A매치(12승 6무 3패)에서 유럽파 소집 없이 치른 경기는 한 차례도 없었다. 이중 월드컵 예선이나 아시안컵 같은 국제대회를 제외하고도 총 10차례의 홈·원정 평가전에서 조광래 감독은 자신이 원하는 유럽파 선수들을 마음껏 소집했다.

무리한 차출에 대한 비판론이 일 때마다 조광래 감독은 대표팀이 손발을 맞출 시간이 없다는 것과 유럽파가 이미 ‘검증된 선수’임을 이유로 들어 소신을 굽히지 않았다.

하지만 선수들의 팀 사정이나 개인 컨디션을 고려하지 않은 채 이름값에만 의존한 무분별한 차출로 혹사 논란을 초래했을 뿐 아니라, 이로 인해 경쟁구도가 실종되면서 상대적으로 국내파 선수들이 소외감을 느끼는 상황까지 발생했다. 이것은 대표팀의 성적부진과 더불어 조광래 감독이 경질까지 이르는 빌미가 됐다.

박주영

최강희 감독은 알고 보면 선수 차출이라는 면에서는 전임자들에 비해 크게 손해를 보고 있는 케이스다. 최강희 감독이 처음 부임하던 당시는 유럽파 선수들이 부상과 컨디션 난조 등으로 대부분 소속팀에서 제대로 자리를 잡지 못하던 상황이었고, 런던올림픽 본선까지 겹쳐 원하는 선수를 모두 차출할 수가 없었다. 병역논란으로 물의를 빚던 박주영 같은 돌발적인 상황도 있었다.

결국, 최강희 감독은 한동안 평가전과 월드컵예선에서 모두 K리그 선수들 위주로 라인업을 꾸릴 수밖에 없었다. 최강희호 출범 이후 치러진 9차례의 A매치에서 유럽파 선수들을 제대로 총가동한 것은 우즈베키스탄-이란전 정도가 고작이었다.

만일 최강희 감독이 조광래 감독처럼 선수 차출에 대해 욕심을 부렸다면 좀 더 많은 해외파를 평가전 등에 우선적으로 기용할 수도 있었지만 최감독은 그렇게 하지 않았다. 선수들의 입장과 연령대별 대표팀의 상황까지 늘 배려하고 공존하는 길을 우선적으로 택했다.

호주전에서도 최강희 감독은 평가전에서 무리한 욕심을 부려 선수들에게 부담을 주지 않았다. 그보다는 아직 자신의 입지를 다지지 못한 K리그 선수들에게 더 많은 기회를 주는 길을 택했다. 최강희 감독의 결단과 인내에 박수를 보내야 할 대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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