뚝따미쉐바는 올 시즌 그랑프리에서 ‘데이비드 윌슨’을 안무가로 선정, 부족했던 표현력 향상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애니메이션과 피겨스케이팅은 의외로 닮았다.
디즈니로 대변되는 미국 만화는 1초당 평균 24장의 그림을 사용하는 풀 애니메이션 기법을 쓴다. 덕분에 장면전환이 부드럽고 자연스럽다.
반면, 일본만화영화는 1초에 12장 안팎의 그림을 사용하는 리미티드 애니메이션을 추구한다. 장수가 적은 대신 장면 전환에 강약 혹은 임팩트를 준다. 하지만 리미티드 기법 특성상 생략이 많아 투박한 편이다. 또 캐릭터 얼굴 틀은 변화가 없고 단조롭다.
피겨스케이팅도 마찬가지다.
미국출신이나 북미코치의 가르침을 받았던 선수들은 연결동작이 매우 부드럽다. 전신을 활용한 다채로운 표현력, 풍부한 감정연기가 특징이다. 캐나다 출신 안무가 데이비드 윌슨과 힘을 합친 ‘피겨퀸’ 김연아(22·올댓스포츠)가 대표적인 예다. 팔만 뭉뚱그려 움직이는 게 아닌, 손가락 마디마디가 움직이는 세밀한 묘사가 돋보인다.
반면, 일본 피겨스케이팅은 임팩트를 중시한다. 아사다 마오 스타일이 대표적인 예다. 연결동작이 어색하고 딱딱 끊기지만, 중요한 순간에 트리플 악셀과 같은 충격 혹은 포인트를 넣는다.
90년대까지는 미국과 일본피겨가 자신들만의 특징을 바탕으로 세계 피겨계를 양분했다. 하지만 21세기로 넘어오면서 김연아가 ‘세계피겨 대세’로 자리매김했다. 김연아는 북미스타일 뼈대에 고난도 기술까지 장착, 토털패키지로 거듭났다는 평가다.
이 때문일까. 전 세계 피겨 유망주들이 김연아를 목표로 구슬땀을 흘리고 있다. ‘유망주’ 엘리자베타 뚝따미쉐바(16·러시아)가 그 중 한 명이다. 최근 외신과의 인터뷰에서 닮고 싶은 인물로 김연아를 꼽으며 2014 소치동계올림픽에서의 만남에 기대를 드러냈다.
뚝따미쉐바는 올 시즌 그랑프리에서 데이비드 윌슨을 안무가로 선정, 부족했던 표현력 향상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러시아 초특급 유망주가 러시아 자존심 타라소바(안무가)를 외면하고 윌슨과 북미스타일을 완성한 점은 중요하다. 일각에선 노골적으로 ‘제2의 김연아’를 지향하고 있다는 분석도 내놓는다.
실제 뚝따미쉐바는 올 시즌 그랑프리 2차 ‘스케이트 캐나다’에서 김연아의 <죽음의 무도> 의상과 흡사한 드레스로 나타났다. 강렬한 바이올린 선율의 배경음악도 김연아의 <죽음의 무도> 바이올린 편곡 버전을 잠시 떠올리게 했다. 점프 성공 직후의 동작 또한 김연아 모션과 판박이다.
그러나 뚝따미쉐바는 아직 김연아와 비교하기에는 풋내난다. 3회전-3회전(3-3) 점프엔 자신감이 묻어나지만 설익은 시니어 연기력이 문제다. 속도감과 연결동작은 준수한 편이나 예술성에서 어린 티를 벗지 못했다.
때문에 필요 이상의 짙은 화장으로 16살 색깔을 지우려고 애쓴다. 하지만 기합이 들어간 메이크업은 매력적인 아가씨보다 어색한 아줌마 분장에 가깝다. 여기에 체중도 불어 후덕한 인상마저 준다. 두꺼운 화장과 투명 화장 사이 조율이 필요한 이유다.
뚝따미쉐바는 아직 김연아와 비교하기에는 풋내난다.
한편, 러시아에선 뚝따미쉐바 외에 또 한 명의 기대주 아델리나 소트니코바(16)가 있다. 공교롭게도 소트니코바가 좋아하는 선수는 안도 미키와 아사다 마오다. 평소 입버릇처럼 “미키 언니를 닮고 싶다”고 말한다. 피겨스타일도 북미보다 일본에 가까워 연결동작이 딱딱 끊어지는 편이다.
흥미로운 사실은 아사다 마오의 안무를 맡았던 타라소바가 소트니코바를 지키고 있다는 점이다. 소트니코바는 올 시즌 극심한 슬럼프가 엄습해 그랑프리 파이널 진출에 실패했다. 측근들은 급격한 신체변화를 겪고 있어 유망주에 머물까 우려하고 있다. 그만큼 러시아 현지에서는 경기력이 들쭉날쭉한 소트니코바보다 느리지만 꾸준히 진화하는 뚝따미쉐바에 잔뜩 기대하는 눈치다.
북미스타일을 지향하는 뚝따미쉐바, 일본스타일을 추구하는 소트니코바, 2014 소치 올림픽서 '디펜딩 챔피언’ 김연아에게 도전장을 던질 러시아 병아리들의 서로 다른 도전방식이 어떤 결과를 낳을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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