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토브리그서 냉온탕을 오가고 있는 롯데가 급기야 선발 투수 고원준의 음주 운전 사건으로 시름에 빠졌다.
부산진경찰서는 3일 “음주운전으로 교통사고를 낸 혐의로 고원준을 불구속 입건했다”고 밝혔다. 다행히 큰 사고는 없었지만 롯데 구단 측은 징계위원회에 회부해 자체 징계를 내린다는 방침이다.
앞서 롯데는 FA 자격을 얻은 홍성흔과 김주찬이 각각 두산과 KIA로 이적하며 전력의 큰 손실을 입었다. 하지만 위기는 곧 기회였다. 이들이 떠난 대신 김승회와 홍성민을 보상선수로 얻어오며 마운드의 높이를 더했고, 트레이드를 통해 지명타자 장성호까지 영입하며 스토브리그의 실질적인 승자로 떠올랐다.
그러나 지난달 30일 KBO가 발표한 2013시즌 경기일정표를 받아든 롯데는 당혹감을 감출 수 없었다. 프로야구는 내년 시즌부터 9구단 체제가 됨에 따라 무조건 1팀이 휴식을 취해야 한다. 따라서 이동일 포함 최대 4일의 휴식기간을 갖는 팀이 매주 나오게 된다.
이 경우, 휴식일을 얻은 구단은 선발 로테이션을 다시 1선발부터 가져갈 수 있는 이점이 있다. 반대로 휴식을 얻은 구단과 만나게 되는 상대 팀으로서는 선발진 구성은 물론 선수들의 체력적인 면 등 모든 면에서 불리할 수밖에 없는 입장.
이 부분에서 롯데는 최대 피해를 입게 됐다. 일단 9개 구단 모두 여섯 차례의 4일 휴식일을 갖는 것은 같다. 하지만 휴식일을 치른 구단과의 매치업 횟수를 따져보면 상당한 차이가 있음이 드러났다.
롯데는 휴식일 팀과 무려 12차례 만나는 반면, 올 시즌 우승팀 삼성은 고작 한 차례 매치업만 벌일 뿐이다. 두 번째로 매치업 횟수가 많은 한화와 NC가 각각 8회, 7회인 것을 감안하더라도 상당히 불리한 일정이 아닐 수 없다.
이에 대해 롯데 구단은 KBO에 강력히 항의했지만 소용이 없었다. KBO 측은 “최선을 다해 일정을 짜봤지만 미진한 부분이 있었다. 9구단 체제에서의 일정은 모든 구단을 만족시킬 수 없다. 이해해달라”고 밝혔다.
그러자 머릿속이 가장 복잡해지는 이는 역시나 김시진 감독이다. 선발 투수가 1명이라도 귀한 상황에서 고원준 악재가 터졌기 때문이다.
올 시즌 롯데는 유먼-송승준-사도스키-고원준-이용훈을 축으로 선발 로테이션이 구성됐다. 이 가운데 유먼과는 재계약에 성공했지만 사도스키와는 결별을 택했다. 물론 김승회와 군 복무 후 복귀 예정인 조정훈의 합류로 선발진 오히려 더 탄탄해진 느낌이다.
하지만 어깨 부상으로 포스트시즌을 뛰지 못한 이용훈은 내년 시즌 정상 가동이 불확실하며, 어깨와 팔꿈치 수술을 받은 조정훈도 시즌 중반에야 등판이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 김승회 역시 시즌 초반에는 선발보다 스윙맨으로 활용될 공산이 크다. 현 상황에서 내년 시즌 롯데의 확실한 선발 카드는 유먼-송승준-고원준 셋이 전부인 셈이다.
따라서 고원준의 역할이 더욱 커질 수밖에 없게 된 롯데다. 그러나 활약은 고사하고 정상적으로 로테이션을 소화할 수 있을지가 의문이다. 그동안 야구팬들은 야구 외적인 부분에서 말썽을 일으킨 선수들이 경기력에도 상당한 악영향을 받은 것을 수차례 목격했다. 술로 선수 생활을 마감한 정수근을 비롯해 고(故) 송지선 아나운서와의 스캔들 이후 내리막길을 걷고 있는 두산 임태훈이 그들이다.
게다가 고원준이 구설에 오르내린 것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그동안 무절제한 사생활로 양승호 전 감독의 속을 썩이기도 해 특별 관리대상으로 분류되기도 했다. 넥센 시절, 한솥밥을 먹은 정민태 투수코치는 롯데 부임 후 아예 고원준과 같은 오피스텔을 숙소로 잡을 정도다.
사실 롯데는 외국인 선수의 남은 한 자리를 투수가 아닌 타자로 채울 것이란 전망이 나올 정도로 투수력은 이제 양질의 풍부함을 자랑하게 됐다. 물론 구단 측은 여전히 투수 선발을 염두에 둔다는 방침이다. 아무래도 외국인 타자의 성공가능성이 낮아 보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고원준으로 인해 외국인 투수 선발은 선택이 아닌 필수가 돼버리고 말았다.
아직 22살에 불과한 고원준은 앞길이 창창한 특급 선발 유망주다. 지난해에는 9승 7패 평균자책점 4.19를 기록하며 가능성을 내비쳤고, 이로 인해 억대 연봉(1억 1000만원)에도 진입하며 성공 무대를 활짝 열었다. 그러나 구슬도 꿰어야 보배라 했다. 다른 곳에 눈을 돌릴 때가 아니라 마음을 다잡고 오로지 경기에만 집중해야 고원준도 날아오르고 롯데도 우승에 도전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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