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율 0.266→5억 연봉’ MLB로 눈 돌리면…

데일리안 스포츠 = 김윤일 기자

입력 2013.02.03 15:31  수정

하락 요인 뚜렷해도 오히려 연봉 인상

'FA 프리미엄' 결국 구단들에 부메랑

예비 FA 선수들의 연봉이 과잉 상승하고 있다.

FA 선수들을 잡으려는 각 구단의 치열한 눈치싸움이 과도한 연봉 거품 현상을 낳고 있다.

최근 SK 와이번스는 미계약자 4명과의 연봉 협상을 완료했다. 대상자는 정근우와 최정, 송은범, 박희수. 먼저 연봉 상승 요인이 뚜렷했던 최정과 박희수는 각각 85.7%와 142.9%가 인상된 5억 2000만원과 1억 7000만원에 도장을 찍었다.

문제는 삭감해도 모자란 정근우와 송은범이다. 이들은 지난해 타율 0.266 8홈런 46타점 22도루와 8승 3패 평균자책점 4.15를 기록, 이름값에 턱없이 부족한 성적을 남겼다. 그러나 두 선수 모두 2억 4000만원씩이나 올랐다. 둘은 가뜩이나 2~3억원대의 고액연봉자였다. 이유는 올 시즌이 끝나고 FA 자격을 얻기 때문이다.

예비 FA들의 프리미엄은 이뿐만이 아니다. 구단과 팽팽한 줄다리기를 펼쳤던 삼성 오승환은 5억 5000만원에 계약했고, 연봉 3억원이었던 롯데 강민호도 오승환과 어깨를 나란히 했다. 물론 지난해 활약을 감안했을 때, 납득은 가는 수준이다. 오히려 연봉이 동결 또는 소폭 인상된 KIA 윤석민과 이용규가 무색해질 따름이다.

구단들이 이처럼 과한 연봉 인상을 책정하는 이유는 크게 두 가지로 분석된다. 먼저 FA 시장이 열리면 소속 선수들을 반드시 잡겠다는 확고한 의지로 해석할 수 있다. 상황이 여의치 않아 붙잡지 못하더라도 이미 FA 직전 연봉을 높게 책정, 보다 많은 보상금을 그려놓은 행보다.

하지만 이에 대해 야구 관계자들이 바라보는 시선은 대체로 부정적이다. FA 시장이 열리지도 않았는데 벌써부터 협상 준비에 들어가는 것은 좋지 않은 선례를 남길 수 있기 때문이다. 이는 프로야구 전체 선수들의 몸값이 상승, 각 구단들이 부메랑을 맞을 수 있다.

시계를 조금만 앞으로 돌리면 해결방안은 얼마든지 마련할 수 있다. 바로 메이저리그에서 흔히 볼 수 있는 ‘비 FA 다년 계약’이다.

지난해 4월, 추신수의 소속팀 신시내티는 왼손 강타자 조이 보토와 계약기간 13년에 총액 2억 5150만 달러라는 초대형 계약을 맺었다. 보토 입장에서는 빅리그 데뷔 5년 만에 이룬 성과였다.

2002년 신인 드래프트에서 2라운드에 지명된 보토는 2007년 메이저리그에 승격됐고, 빅리그 4년 차였던 2010시즌 타율 0.324 37홈런 113타점을 기록하며 그해 내셔널리그 MVP를 수상했다. 그러자 신시내티도 더는 미룰 이유가 없었다. FA 자격 획득까지는 3년이나 남았지만 메이저리그 최장 계약기간이라는 상징성을 부여하며 가치를 인정해줬다.

이는 보토뿐만이 아니다. 앨버트 푸홀스는 세인트루이스 시절이던 2004년, 빅리그 4년 차에 7년간 1억 달러의 대형 계약을 맺었고, 첫 번째 FA 자격을 획득한 지난해 LA 에인절스로 이적했다. 이밖에 라이언 하워드, 라이언 브론, 조 마우어 등 일찍부터 재능을 발휘한 선수들은 소속팀에서 장기계약으로 묶어뒀다.

물론 한국 프로야구 현실에 비춰봤을 때 조기 장기계약은 언감생심일 뿐이다. 프로야구 규약에 따르면, 구단과 선수는 매년 연봉 협상을 해야만 한다. 장기 계약은 FA 자격을 획득한 선수들만 할 수 있으며, 규약(4년 뒤 재자격)에 의거해 4년 계약을 맺는 것이 보통이다.

예외도 있었다. 지난 2005년, 롯데는 FA 정수근과 6년간 총 40억 6000만원의 계약을 맺었다. 한국 프로야구 역사상 최장 기간 계약이다. 조건 역시 신선했다. 당시 롯데는 정수근에게 연봉 총액 19억원을 2년씩 나눠 차등지급했고, 플러스 옵션(6억원)과 마이너스 옵션(9억원)은 물론 4년 후 FA 포기 보상금 3억원을 계약서에 명시했다. 혹시 모를 ‘먹튀 방지법’을 마련한 셈이었다.

결과적으로 롯데는 정수근과의 계약에서 큰 손해를 보지 않았다. 음주 난동으로 큰 물의를 빚었던 정수근은 플러스 옵션은 고사하고 계약 마지막 해였던 2009년 FA 계약 취소 통보를 받았고, 연봉도 4억원에서 1억원으로 크게 떨어지고 말았다.

그동안 언론과 야구 관계자들은 선수들의 권익 보호를 위해 FA 제도는 물론 유명무실해진 여러 규약들을 손봐야 한다는 목소리를 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KBO는 일부 수정안을 제외하면 요지부동이었다. 구단들의 눈치를 봐야했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조기 장기 계약’ 도입은 구단들에게도 이득이 갈 수 있는 제도다. 데뷔 3~4년 차에 궤도에 오른 선수라면 대체로 길게 활약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즉, 전성기를 지날 시점에 자격을 얻게 되는 FA보다 더 큰 활약을 기대할 수 있다.

또한 구단 입장에서는 FA 획득 시기를 늦춰 전력 유지가 가능해지고, 소속 선수와의 계약이기 때문에 계약금도 지불할 이유가 없다. 선수 역시 고액연봉을 동반한 10년 정도의 장기 계약을 제시받는다면, 이를 마다할 선수는 없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최근 프로야구는 몸값 거품 현상이 절정에 달하고 있다. 1~2년 사이, 외야수 이택근과 김주찬은 나란히 4년간 50억원이라는 역대 2위의 몸값을 기록했다. 이는 예고편에 불과하다. 올 시즌과 내년 시즌 후 각 구단에서는 국가대표급 자원들이 대거 쏟아져 나온다. 항간에는 100억원을 돌파할 것이라는 예상도 나오고 있다. 모두 각 구단들이 자초한 일이라 부담 역시 고스란히 구단들이 떠안을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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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윤일 기자 (eunice@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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