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 보좌진들, 설 연휴에 눈물 흘리는 이유

조성완 기자

입력 2013.02.11 09:54  수정

총리 후보 청문회 준비에 민생법안 처리 국회까지 일 산더미

장관 인선 설이후로 연기되자 "밤낮없이 준비해도 모자랄판"

꽁꽁 언 한강변의 얼음 사이로 국회의사당이 보인다.
민족 최대의 명절인 설을 앞두고 마냥 기뻐할 수 없는, 오히려 더욱 바쁘게 뛰어다녀야 하는 사람들이 있다. 바로 각 국회의원들의 보좌진들이다.

평소 의원들의 정책 수립부터 일정관리는 물론 개인 심부름까지 도맡아 하는 이들은 올해 설을 앞두고 더욱더 눈코 뜰새 없이 바쁜 상황을 맞이하게 됐다. 지난 4일부터 시작된 2월 임시국회 때문이다.

이번 임시국회는 ‘박근혜 정부’의 출범과 맞물리면서 정부조직 개편안, 국무총리 임명 동의안 처리 외에도 박근혜 대통령 당선인의 공약과 관련된 민생 법안 처리 등으로 인해 숨 가쁘게 진행될 전망이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명절휴가는 꿈도 꾸지 못하게 됐다. 최근 ‘데일리안’과 만난 한 초선 의원의 보좌진은 “그야말로 전쟁이다. 설 당일 하루라도 쉬는 것을 다행이라고 생각한다”고 털어놨다.

또 다른 초선 의원의 보좌진도 “이미 예상했던 일이다. 대선 끝나고 상대적으로 널널한 1월에 다들 미리미리 휴가를 좀 갔다왔다”고 애써 긍정적인 반응을 보였다.

특히 보좌진들을 힘들게 하는 것은 8일 지명된 정홍원 국무총리 후보자와 설 연휴 직후 2차 인선발표에서 이뤄질 신임장관 17명에 대한 인사청문회다.

지난달 29일 김용준 전 총리 후보자의 자진 사퇴로 인해 박 당선인은 시간에 쫓기고 있다. 박 당선인은 애초 김 후보자로부터 3배수의 장관 후보자를 제청 받아, 이르면 2월 초까지 인선을 마칠 계획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김 전 후보자 사퇴 이후 정 후보자 인선까지 10일 가까운 시간이 소요되면서, 자연스레 모든 일정이 늦춰질 수밖에 없게 됐다.

길게는 20일까지 늘어지는 총리·장관 후보자 임명동의안 처리 기간을 고려하면, 25일 대통령 취임식까지의 일정이 빠듯한 상황이다. 만약 정 후보자조차 김 전 후보자처럼 인사청문회를 치르기도 전에 언론검증에서 낙마할 경우, 새 정부 출범에 회복이 불가능한 치명타로 작용할 수 있다.

특히 정 후보자는 이날 총리 후보자 지명 직후 가진 기자회견에서 ‘장관 제청권 행사 방향’에 대해서는 “앞으로 제가 생각도 해보고 (박 당선인과) 상의해가면서 하겠다”고 답하면서, 장관 인선에 상당한 시일이 소요될 것을 예고했다.

청문회를 준비해야되는 보좌진으로서도 참으로 답답한 상황이다. 야당에서는 후보자에 대한 혹독한 검증을 예고한만큼 칼날을 바싹 세워야하고, 여당인 새누리당 입장에서는 철벽의 방패를 준비해야 하지만, 문제는 ‘대상이 없다’는 것이다.

한 보좌진은 “청문회 준비를 하긴 해야 되는데 도대체 누구를 대상으로 해야 되냐”며 “설 연휴 이후 발표한다고 하는데 그렇게 되면 정말 밤낮없이 준비해야 된다”고 토로했다.

신설 부처로 인해 동시에 두 명의 장관 후보자에 대한 청문회를 준비해야 되는 보좌진들의 경우 거의 자포자기 상태다. 예를 들어 국회 농림수산식품위의 경우 현행 농림수산식품부 장관은 물론 신설되는 해양수산부 장관의 인사청문회까지 준비해야 되는 상황이다.

농림수산식품위 소속 의원의 한 보좌진은 “한 명도 빠듯한데, 두 명을 언제 다 (준비)할까 싶다. 설 연휴는 이미 포기한지 오래다”고 허탈한 웃음을 지었다.

의원이 대통령직 인수위원으로 발령된 경우도 마찬가지다. 명색이 인수위원인데 사소한 신상검증을 하면 그야말로 ‘웃음거리’가 되기 때문에 정책현안에 대해 최대한 전문적으로 접근해야 한다는 것이다.

임시국회 외에도 보좌진들에게는 지역구 관리라는 과제가 남아있다. 그 중에서도 수도권이 아닌 지방에 지역구들 둔 의원들의 보좌진들은 평상시에도 평일에는 서울, 주말에는 지방에 내려가는 생활을 반복하고 있다. 그야말로 쉴 틈 없이 일하고 있는 것이다.

한 보좌진은 “지역구가 지방인 의원들의 경우 따로 지역구에 보좌진을 두기 어렵기 때문에 우리가 월화수목은 서울에 있고, 금요일부터 주말까지 지방에서 일처리를 한다”면서 “정말 쉴 날이 없다”고 말했다.

명절이라고 예외는 없다. 부산에 지역구를 둔 한 의원의 보좌진은 “의원은 당연히 명절에 지역구 관리를 위해 부산으로 내려갈 것이고, 그럼 당연히 우리도 따라가야 한다”며 “이젠 뭐 새삼스러운 일도 아니다”고 담담한 표정으로 말했다.

이처럼 궂은 일을 하는 보좌진들의 마음을 더욱 불편하게 하는 것은 바로 ‘고용의 불안정성’이다.

보좌하는 의원이 다음 총선에서 낙마하면, 보좌진들도 당연히 ‘실업자’가 돼 떠돌아다니게 된다. 또 아무 이유 없이 6개월에 한번씩 보좌진들을 바꾸는 경우도 있으며, 심지어는 보좌진들의 월급 일부를 의원이 대신 가져가는 경우도 있다고 한다.

한 보좌진은 “안정된 직업이 아니기 때문에 의원의 임기가 끝나면 같이 그만 두게 되는 경우가 많다”며 “발전 가능성에도 조금 위태한 면이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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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성완 기자 (csw44@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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