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009년, 제2회 WBC에서는 당당히 대표팀에 이름을 올리고도 자취를 감춘 선수가 있었다. 바로 손민한(전 롯데)이다.
당시 대표팀 주장이었던 손민한은 결승까지 치른 9경기 동안 단 한 번도 마운드에 오르지 않았다. 이로 인해 야구 팬들 사이에서는 ‘실종된 손민한을 찾아주세요’라는 우스갯소리가 나오기도 했다.
손민한이 등판하지 않았던 이유는 극심한 부진 때문이었다. 대표팀에 소집된 뒤 컨디션이 나아질 기미가 보이지 않았던 손민한은 본선무대가 열린 미국에서 한 차례 마운드에 오르긴 했다. 바로 샌디에이고와의 연습경기에서였다. 하지만 0.2이닝 2실점의 난조를 보인 손민한은 끝내 김인식 감독의 선택을 받지 못했다.
사실 국가대표팀은 최고의 선수들을 한데 모아놓은 만큼 포지션 경쟁도 치열하다. 이번 WBC 대표팀에 선발된 선수는 모두 28명. 하지만 모두가 다 그라운드에 나설 수는 없다.
대개 야구에서 선발 라인업에 포함되는 선수는 선발 투수와 지명타자 포함 10명. 이 가운데 붙박이 주전들은 웬만큼 점수 차가 벌어지지 않는 이상 교체되는 경우가 드물다. 게다가 대회 자체가 단기전이다 보니 출전 기회 자체를 보장받지 못하는 선수가 나오기도 한다.
따라서 매 경기 박빙의 승부가 펼쳐질 경우, 백업 전력으로 분류된 선수들은 태극마크를 가슴에 달고도 자랑스러운 모습을 보여주지 못할 수도 있다.
물론 반대의 상황도 있다. 당초 주전으로 낙점된 선수가 대회 초반부터 부진하다면 백업 선수가 대신 나서 의외의 활약을 펼치기도 한다. 2010 광저우 아시안게임에서의 강정호가 좋은 예다.
그 당시 조범현 대표팀 감독은 붙박이 3루수로 최정을 일찌감치 지목했다. 하지만 최정은 예선전부터 타격 컨디션을 끌어올리지 못한 반면, 대타로 나선 강정호가 불방망이를 휘두르기 시작했다. 결국 준결승은 물론 결승에서도 선발 3루수는 강정호였다. 당시 강정호는 4경기에서 타율 0.615(13타수 8안타) 3홈런 8타점을 기록, 대표팀 금메달의 수훈갑이 됐다.
이번 대표팀에서는 그 어느 때보다 포지션 쏠림 현상이 두드러지고 있다. 특히 이승엽-김태균-이대호가 몰려있는 1루수는 이름값들이 상당해 큰 고민이 아닐 수 없다. 1명을 지명타자로 돌린다 하더라도 나머지 1명은 벤치에 앉아 대타 출전을 기다려야 한다.
2006 제1회 WBC에서 김재걸은 대수비로만 5경기 출전해 타석엔 서보지 못했다. 내야 유틸리티 자원으로 선발한 손시헌과 김상수도 마찬가지다. 두 선수의 포지션인 유격수 자리에는 20-20 유격수 강정호가 자리를 꿰차고 있으며, 2루와 3루는 정근우와 최정이 위치하고 있다.
외야 백업인 전준우의 쓰임새는 다소 다를 수 있다. 사실 전준우는 함께 외야수로 선발된 이진영, 이용규, 김현수, 손아섭에 밀린다는 평가다. 그러나 그는 유일한 우타 외야수라는 희소성을 갖고 있다. 류중일 감독 역시 상대 선발이 좌완일 경우 전준우를 기용하겠다는 뜻을 내비친 바 있다. 따라서 출전 기회는 적지만 2010 광저우 AG에서의 김강민처럼 하위타선의 첨병 역할을 기대해 볼 수 있다.
투수 쪽에서는 ‘투구 제한’ 규정으로 인해 많은 선수들이 기회를 잡을 것으로 보인다. 일단 선발 로테이션은 사실상 윤석민-송승준-장원삼으로 확정됐으며 마무리 오승환과 셋업맨 정대현, 박희수, 손승락, 그리고 롱릴리프 서재응, 노경은도 중용될 전망이다. 반면, 셋업맨인 유원상은 최근 세 차례 연습경기서 모두 부진해 코칭스태프에 고민을 안겼고, 부상을 안고 있는 윤희상과 지난해 크게 부진한 차우찬도 제1 옵션이 되기는 무리라는 평가다.
지난 2006년 1회 대회에서는 1경기에 나와 1이닝동안 1피홈런 1실점한 정재훈이 최소 이닝을 소화했으며, 2회 대회에서는 손민한은 물론 2경기 1이닝에서 3피안타 2실점으로 크게 부진한 오승환이 고개를 숙였다.
댓글 쓰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