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 회담수용, 핵무력 완성 위한 시간 끌기용?

목용재 기자

입력 2013.06.07 14:23  수정 2013.06.07 16:27

전문가들 "평화 메시지 흘려서 국제압박을 이완시키려는 의도" 우려

[기사추가 : 2013.06.07. 16:23]

미국의 북한 관련 전문 웹사이트인 '38노스'는 3일(현지시간) 북한이 영변 핵시설의 플루토늄 생산 원자로를 재가동하기 위한 목적으로 공사를 재개했다고 위성사진을 분석해 밝혔다. 38노스의 북한 전문가인 닉 핸슨과 제프리 루이스는 지난 2월 7일 상업 위성이 촬영한 위성사진 영상에는 공사 흔적이 포착되지 않았으나 3월 27일 영상에서는 경수로 주변에서 새 건설 활동이 잡혔다고 설명했다. 사진은 38노스웹사이트가 공개한 3월 27일 디지털 글로브 위성사진 모습. ⓒ 연합뉴스

한국 정부가 제안한 당국 간 대화에 북한이 전격 호응하면서 남북대화가 급물살을 타고 얼어붙었던 한반도가 해빙분위기로 접어들고 있다. 하지만 북한의 이 같은 대화 수용은 핵무력 완성을 위한 전형적인 ‘시간끌기 전략’이라는 지적이 나와 주목된다.

북한이 대륙간탄도미사일 발사와 핵실험을 연이어 감행한 후 국제사회의 대북제재는 더욱 굳건해졌다. 유엔안보리 대북제재 2094호 채택과 2087호 이행에 중국이 적극 동참했고, 미중ㆍ한중 정상회담에서 북핵 문제가 핵심 의제로 다뤄질 예정이기 때문에 대북 압박 수위가 더욱 높아질 전망이다.

전문가들은 굳건해진 국제공조가 북한에 큰 압박으로 작용했다고 평가한다. 따라서 북한의 남북회담 수용은 ‘핵’이라는 막강한 대외 협상카드를 완성하지 못한 북한의 입장에서 핵무기 완성을 위한 시간끌기에 불과할 수 있다는 지적을 내놓았다. 즉, 남북 당국 간 대화제의 수용은 대외에 ‘평화 메시지’를 흘려서 국제압박을 이완시키려는 의도라는 것이다.

송대성 세종연구소 소장은 “북한은 하루빨리 핵무기를 만들어 남한을 인질로 삼고 대외협상을 통해 자신들의 원하는 바를 얻어내고 싶어 한다”면서 “전형적인 ‘성동격서’식 시간끌기 전략인데, 이번 남북 간 회담 수용으로 평화적 메시지를 대외에 흘리고, 이를 통해 핵무기 개발 시간을 벌려는 의도가 있다”고 분석했다.

류길재 통일부 장관이 6일 오후 정부서울청사에서 "남북장관급회담을 12일 서울에서 열자"라고 북한에 제의하고 있다. ⓒ 연합뉴스
북한은 그동안 북핵 문제가 불거져 국제사회의 제재가 가해질 때마다 대화와 평화 분위기를 조성하고 이를 통해 핵무기 개발 시간을 벌어왔다. 한반도비핵화공동선언과 6자회담을 통해 비핵화 원칙을 수용했지만 결국 헌법 서문을 개정, ‘핵보유국’이라고 명시한 후 3차 핵실험을 감행했다.

때문에 전문가들은 이번 남북회담 핵심의제에 개성공단과 금강산 관광 재개보다는 한반도 비핵화 문제를 우선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대북지원 여부도 북한의 비핵화 의지에 따라 판단해야 한다는 것이다.

유동열 치안정책연구소 선임연구관은 “북한이 제의한 금강산 관광 재개는 ‘들러리’, 이산가족상봉 제의는 ‘유인책’”이라면서 “목적은 개성공단 재개를 통한 자금줄 회복, 국제제재 완화인데 우리정부가 대북관계에서 주도권을 잡으려면 우리 측 요구도 관철시켜야 한다”고 말했다.

김희상 한국안보문제연구소 이사장은 “대북지원에 초점을 맞춘 남북대화는 더 이상 안 된다”면서 “대북지원의 조건은 비핵화로 못 박아야 한다”고 말했다.

또한 이번 남북회담에서 북한에 휘둘리지 않기 위해선 천안함·연평도 사태 및 박왕자 씨 사건에 대한 북한의 책임 있는 사과와 재발 방지를 요구해야 한다는 지적도 있다. 그동안의 남북 간 합의를 법제화 시키거나, 최소한 북한 당국의 공식적인 사과를 이끌어내야 한다는 것이다.

송 소장은 “천안함·연평도·박왕자 씨 사건은 어떻게든 풀고 넘어가야 한다”면서 “재발방지, 보상책의 경우 정부 간 협의 후 공신력 있는 문서로 남겨둘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반면 김 이사장은 “천안함·연평도 문제는 북한 측이 사과할 가능성도 없고, 특히 우리 정부가 먼저 회담을 제의한 상황이기 때문에 책임을 묻기 힘들 것”이라면서 “한반도 신뢰프로세스가 대화를 기반으로 하기 때문에 천안함·연평도 문제를 강하게 제기할 수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와 함께 북한이 이번에 남북회담을 제의하면서 7.4 남북공동성명을 함께 기념하자고 한 이유에 주목해야 한다는 지적도 나왔다. 당시 7.4 남북공동성명의 골자는 '자주평화통일'이었는데, 북한이 이 부분을 부각시켜서 '주한미군 철수'를 다시 쟁점화시킬 수 있다는 것이다.

조영기 고려대학교 북한학과 교수는 "북한은 이번 남북회담 제의에서도 비핵화에 대해선 전혀 언급이 없다. 따라서 7.4 남북공동성명을 내세워 주한미군 철수 등을 이행하자고 주장하면서 기싸움을 벌일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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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용재 기자 (morkka@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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