류현진 QS+, 1-16 대패 덮은 ‘반전 투구’
전날 21개 안타 뽑은 필라델피아 타선에 2실점
9회 실책으로 7승 놓쳤지만 팀 상승모드로 돌려놔
'코리언 몬스터‘ 류현진(26·LA다저스)이 ’롤 모델‘ 클리프 리(35·필라델피아)와 수준급 진검승부를 펼쳤다.
30일(한국시각) 다저스타디움서 열린 필라델피아 필리스와의 홈경기에 선발 등판한 류현진은 7이닝 7피안타(2피홈런) 2실점(2자책) 6탈삼진 3볼넷 호투, 3-2로 앞선 7회말 2사 후 대타 제리 헤어스톤 Jr.로 교체됐다. 승리투수 요건을 충족하고 내려갔지만 9회 푸이그와 켐프의 연이은 실책으로 다잡은 승리를 놓치고 말았다. 다저스가 9회말 A.J. 엘리스의 끝내기 안타로 4-3 승리한 것으로 위안을 삼아야 했다.
'우상' 클리프 리에 판정승
이날 호투로 류현진의 시즌 평균자책점은 2.83(종전 2.85)으로 내려갔다.
같은 7이닝을 던져 4피안타 3실점(3자책) 10탈삼진을 기록한 리에 전혀 손색없는 호투다. 무엇보다 인상적인 부분은 자신의 롤 모델이자 우상이던 클리프 리와의 맞대결에서 사실상 판정승을 거뒀다는 점. 리그 정상급 위기관리능력을 보유한 2008 AL 사이영상 홀더인 리와의 승부에서도 빼어난 위기관리능력을 선보였다.
독보적인 위기관리 능력이 돋보인 장면은 6회초. 선두타자 델몬 영을 볼넷으로 내보낸 뒤 후속타자 존 메이버리를 투수 앞 1-4-3 병살타로 잡아내며 자신의 능력을 유감없이 발휘했다. 올 시즌 15번째 병살타. 시즌 15개의 병살타는 선발 맞대결한 리, 애덤 웨인라이트(세인트루이스)와 NL 공동 1위, 메이저리그 통틀어서도 3위에 해당하는 기록. 류현진의 클러치 능력은 이미 우상 리에 근접한 셈이다.
류현진은 이날 투구에서 우타자들은 완벽하게 틀어막았다. 다만, 좌타자와의 승부에서 다소 아쉬웠다. 체이스 어틀리에게 허용한 연속 솔로포가 결정적이다. 여기에 벤 리비어에게 3안타를 허용한 점이 호투 속 유일한 옥에 티였다.
'불붙은 강타선' 잠재운 류현진
전날 필리스 타자들은 다저스 선발 크리스 카푸아노를 상대로 선발 전원 안타의 불방망이를 과시했지만, 이날은 류현진 호투에 막혔다. 전날 필리스가 뽑아낸 안타는 무려 21개, 홈런도 2방 곁들였다. 필리스의 16-1 대승. 1번 마이클 영과 5번 델몬 영의 타격감이 가장 좋았다. 선발 존 래난이 4타수 3안타를 기록할 정도로 완벽한 다저스 패배였다.
때문에 6연승의 상승세를 구가하던 다저스는 상당한 충격에 휩싸였다. 이런 최악의 상황에서 류현진은 등판했다. 일반적으로 연승이 끊기면 그 다음 경기는 상당히 힘들다. 팀의 신체적·정신적 사이클이 일제히 하락 추세로 접어들기 때문이다. 연승이 끝날 때 당한 충격적인 참패를 추스르는 시간이 필요한 데 류현진이 등판하는 타이밍은 아쉽게도 팀을 추스르는 타이밍이었다.
불리한 여건 속에서 류현진은 시즌 16번째 선발 등판을 감행했다. 물론 최근 필리스 타선이 불을 뿜고 있지만 그리 강타선은 아니다. 폭발적인 상승 곡선을 그리고 있지만 타격 성적 자체는 메이저리그 평균 수준에 불과하다. 필리스는 다저스와 팀 타율 전체 공동 15위(0.255)의 동률을 이룬 팀이다.
전날 불붙은 필리스 타선은 1회초에도 이어졌다. 1번 마이클 영을 삼구 삼진으로 잡았지만 2번 체이스 어틀리에게 던진 3구째 121km/h짜리 느린 커브가 우월 솔로포로 연결됐다.
다저스의 반격도 만만치 않았다. 1회말 1사 후 2번 야시엘 푸이그의 중전안타와 3번 아드리안 곤살레스의 볼넷으로 만든 1사 1,2루 역전 찬스에서 4번 헨리 라미레스가 클리프 리의 몸쪽 높은 포심을 중월 역전 3점포로 연결시켰다. 제압당한 기선을 바로 되돌리는 의미 있는 한 방이었다.
2회초 선두타자 6번 존 메이버리를 유격수 땅볼로 가볍게 처리한 류현진은 7번 벤 리비어에게 좌중간 2루타로 위기를 맞았지만 후속타자 8번 카를로스 루이스와 9번 투수 리를 연속 삼진으로 솎아내며 위기를 넘겼다.
3회 1사 후 다시 어틀리를 맞이한 류현진은 2구째 143km/m짜리 포심을 던졌지만, 연타석 우월 솔로포로 연결됐다. 첫 타석에 이은 연속 몸쪽 승부가 화근이었다. 어틀리처럼 팔꿈치가 옆구리에 붙어 나오는 스윙을 구사하는 타자들은 몸쪽 승부에 능하다. 4회 선두타자 델몬 영에게 볼넷과 리비어에게 우전안타를 허용하며 1사 1,2루 위기를 맞은 류현진은 후속타자 루이스와 투수 리를 범타로 처리하며 위기를 넘겼다.
충격 대패 씻어낸 '반전 호투'
4회말 다저스는 절호의 기회를 잡았다. 선두 헨리 라미레스의 우익선상 2루타와 볼넷 2개로 무사 만루 찬스를 잡았다. 선발 리를 완전히 무너뜨릴 기회를 잡았지만 후속타자 A.J. 엘리스의 1-6-3 병살타와 후안 유리베의 유격수 앞 땅볼로 기회가 무산됐다.
8회초에는 류현진에 이어 올라온 세 번째 투수 로날드 벨리사리오가 1사 만루의 위기를 자조하는 등 불안했다. 결정적인 위기는 9회초. 마무리 켈리 잰슨이 선두타자 마이클 영에게 우전 안타를 허용했다. 이때 우익수 푸이그가 공을 뒤로 빠뜨리는 실책을 저지르며 무사 2루의 동점 위기에 놓였다.
이어진 1사 3루 위기에서 지미 롤린스의 중견수 플라이 타구 때 중견수 맷 캠프의 송구가 1루 쪽으로 빗나간 틈을 간파한 영의 홈 대시로 3-3 동점, 승리 아웃카운트 한 개를 남겨두고 류현진의 시즌 7승이 수포로 돌아갔다.
잘 던지고도 7승의 문턱에서 좌절한 이유는 9회 외야수의 수비 실책 2개였디. 최근 승리 운이 없는 류현진으로선 안타까운 장면이었다. 하지만 루키 류현진은 이날 리그 최고 좌완 클리프 리와의 맞대결에서 한 단계 더 성장할 수 있는 기틀을 마련했다. 그리고 6연승 이후 1-16 충격적인 대패를 당한 다저스를 바로 상승 모드로 되살린 데는 류현진의 호투가 결정적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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