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경기에서 '과실로 인한 득점'과 '고의적인 자책골'이 동시에 등장하는 진풍경이 펼쳐졌다.
3일 전주월드컵경기장서 벌어진 ‘현대오일뱅크 K리그 클래식 2013’ 16라운드 전북-성남전은 뜻하지 않은 해프닝이 발단이 됐지만, 결국 훈훈한 페어플레이로 마무리됐다.
사건의 발단은 성남이 2-1 리드한 경기 후반 30분, 박진포가 부상으로 쓰러지자 골키퍼 전상욱이 치료를 위해 공을 잠시 사이드라인 밖으로 걷어냈다. 통상적으로 이런 경우는 경기가 재개되면 상대팀에 소유권을 되돌려주는 것이 축구의 '불문율'.
전북 주장 이동국이 볼을 잡고 성남 진영을 향해 길게 걷어찼다. 상대에게 볼 소유권을 되돌려주려는 패스의 의도였지만, 공교롭게도 성남 골문을 향한 공은 골키퍼 전상욱 키를 넘기고 그대로 골문을 가르고 말았다. 의도한 것은 아니지만 어쨌든 ‘비매너골’이 터진 셈이다.
격분한 성남 측은 이동국이 비신사적인 행위를 했다며 강력하게 항의했고, 선수들 사이에서 잠시 승강이가 벌어졌다. 이 과정에서 성남 김태환이 거칠게 어필하다가 전북 권경원을 밀쳐 넘어뜨리며 퇴장 명령까지 받자 분위기는 더 험악해졌다. 사실 양팀 선수들 모두 골이 들어가자 당황, 어찌할 바를 모르다가 순식간에 벌어진 일이었다.
잠시 후 소동이 어느 정도 진정되자 전북 측은 성남에 골을 '배상'하기로 결정했다. 득점자 이동국이 '책임'을 지고 공을 자기편 골대 쪽으로 패스했고, 전북 골키퍼 최은성이 골문 안으로 밀어 넣으며 고의 자책골을 기록했다. 최강희 감독과의 교감이 있었다.
종료가 얼마 남지 않은 시간. 실점이 곧 패배로 직결될 수도 있는 상황이었다. 골키퍼 최은성으로서는 어쨌든 불명예스러운 기록으로 남을 수밖에 없는 자책골이었지만, 전북은 승리보다 중요한 페어플레이를 선택했다. 결국, 이것이 결승골이 되면서 성남의 3-2 승리로 끝났다.
최은성의 아름다운 희생으로 자칫 감정싸움으로 번질 수 있었던 경기는 훈훈하게 마무리됐다. 경기가 끝나고 양팀 선수와 감독들은 악수를 주고받으며 서로를 위로했다. 매 경기 살얼음판을 달리는 것 같은 치열한 승부의 세계에서 상대에 대한 존중과 페어플레이의 매너는 아직 살아있다는 것을 보여준 장면이었다.
댓글 쓰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