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영환의 세상읽기>무오사화 획책하려하나 조의제문이 없네
난장(亂場)이다. 점입가경이다. 부끄러워 얼굴을 들 수가 없다.
강변(强辯)이 판을 치고 이 사태에 대해 사과 한마디가 없다. 정치권은 무오사화(戊午士禍)를 획책하였으나 조의제문(弔義帝文)이 사라져버렸다. 귀신이 곡할 노릇이다. 민주당도 여기에 공모하였으니 기막힌 일이다. 이것은 여야의 문제가 아니라 정치권의 천박함이 드러난 사태이다.
이제 우리는 회의록 실종에 대해 특검이든 검찰수사든 피할 길이 없게 되었다. 세상에 야당이 검찰을 끌어들이고 스스로 적벽(赤壁)에 동남풍(東南風)을 불러들이다니 기기묘묘한 정세다. 야당게이트가 완성되어 가고 있다. 누굴 탓하랴? 대선 패배이후 국정원 국기문란을 한방에 허공에 날려버렸다. 통탄할 일이다.
이번 일은 대선에 지고, 노무현 대통령에 대한 애정으로 뭉친 특정계파만의 문제가 아니다. 그들의 절제되지 못한 주장을 단절하지 못한 지도부에게도 책임이 있다.
아무리 생각해 보아도 민주당은 닭 쫓던 개 신세가 되어 멍하니 지붕을 쳐다보게 되었다. 그 많던 막말은 어디로 갔고, 정계은퇴의 비장함은 어디로 숨었나? 우리가 따라 나선 깃발이 결국 이런 것이었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