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여준도 가고...최장집도 가고...안철수 옆엔 왜?
노선 달라 시작부터 화학적 결합에 의문부호
안철수측 "인재영입 진행중" 향후 일정 강행
안철수 무소속 의원의 싱크탱크인 ‘정책네트워크 내일’ 이사장인 최장집 고려대 명예교수가 지난 10일 이사장직 사의 의사를 표한 것으로 알려진 가운데 안 의원의 향후 일정이 주목받고 있다. 안 의원의 ‘인재영입 제1호’라는 딱지가 붙었던 최 교수가 안 의원 측에서 발을 빼면서 안 의원의 인재영입 및 창당 계획에 차질이 있지 않겠느냐는 의문이 제기되는 것이다.
최 교수는 자신이 ‘정치학자 이상의 것’을 요구받는데 부담을 느껴 사의를 표한 것으로 전해졌다. 안 의원은 12일 오전 ‘금융실명제 20주년 정책토론회’ 축사 뒤 기자들과 만나 “최 교수가 이사장직은 맡은 이후, 학자적인 신념을 갖고 하는 말씀도 주위에서 정치적 의도를 갖고 해석하고, 왜곡되는 게 많이 힘드셨다(고 한다)”고 말했다.
하지만 우리나라 ‘정치통’ 중 한 명인 최 교수가 주목 받는 정치인의 싱크탱크 이사장직을 맡으면서 그만한 마음의 준비를 하지 않고 직을 수락하지는 않았을 것이란 분석이 나온다. 이 때문에 최 교수가 기존 군림하고 있던 안 의원 측과 내부 마찰이 있었을 것이란 추측이 제기되고 있다.
앞서 박상철 경기대 교수는 지난달 24일 본보와의 통화에서 “정치 입문 당시 안 의원은 ‘중도적 보수’ 성향이 짙었다. 그런데 최근 안 의원이 ‘내일’에 진보 인사들을 영입하면서 이념적 혼선이 빚어지고 있다”고 설명한 바 있다. 그는 이어 “안 의원의 과거 지지자들 중 안 의원의 최근 행보에 불만을 갖고 있는 이들도 있는 것으로 안다”고 귀띔했다.
실제로 안 의원과 최 교수가 결합한다고 했을 때 정치권 안팎으로는 우려하는 눈초리가 많았다. 최 교수는 정당주의자이자 노동정책을 중시하는 진보적 색채가 강한 정치학자였고, 안 의원은 기존 정당의 역할에 그다지 중점을 두지 않는 입장인데다 보수와 진보를 아우르는 중도적 성향을 내세우고 있었기 때문이다.
이러한 틀에서 바라본 최 교수와 안 의원 측은 여러 번 마찰을 빚는 모습을 보였다.
최 교수는 이사장이 된 뒤 ‘노동 중심의 진보정당’, ‘진보적 자유주의’와 같은 정당·노동·진보 중심적 사고를 내비쳤지만, 안 의원 측은 이에 대해 “최 교수 개인의 시각”이라며 다소 거리두기를 했다. 안 의원은 대선 공약으로 ‘기초선거 정당공천 폐지’를 내놨지만, 최 교수는 최근 “정당공천제를 폐지하면 선거에서 정당의 책임이 모호하다”고 반대했다.
"최장집 간 것 아냐"…"사임 절차 남아있어"
박상병 정치평론가는 12일 ‘데일리안’과의 통화에서 “최 교수가 기초선거 정당공천 등과 관련, 일방적으로 얘기하는 것에 대해 안 의원 측 내부에서 반발이 많았던 것 같다”며 “이 때문에 최 교수가 ‘내 의견을 말하면서 눈치를 보며 못하게 하느냐’고 생각해 관둔 측면이 큰 것 같다”고 분석했다.
앞서 안 의원은 ‘정치권의 제갈량’으로 불리는 윤여준 전 환경부장관과도 결별한 경험이 있다. 윤 전 장관은 안 의원의 서울시장 출마설을 암시한 뒤 얼마 지나지 않아 안 의원으로부터 ‘잘렸다’. 안 의원은 ‘윤여준 멘토설’에 대해 “개인적으로 따로 윤 전 장관을 만난 일은 없었다”며 “석달 전 뵙기 전까지 이름도 몰랐다”고 말했다. 그는 또 “그분이 내 멘토라면 내 멘토 역할을 하는 분은 300명 정도 된다”고 매몰차게 선을 그었다.
안 의원의 ‘신선함’을 보고 정치권 안팎의 저명한 인사들이 모여들었다가 이 같이 곧바로 떨어져나가는 현상이 나타나면서 안 의원의 창당을 위한 인재영입에 비상이 걸렸다는 분석과 동시에 안 의원의 ‘리더십’ 문제도 부상하고 있다.
박 평론가는 “안 의원 쪽에서 사전에 끌어안을 준비를 하지 못하거나 준비를 해도 관리하지 못하면서 갈등이 촉발된 것인데 이는 ‘안철수 리더십’으로 연결될 수밖에 없다”면서 “안 의원이 여전히 아마추어리즘을 벗어나지 못한다는 평을 받아도 할 말이 없을 것”이라고 했다.
안 의원 측은 ‘정치적 타격’이 만만찮을 것으로 보고 일단 최 교수를 잡기 위한 만류작업에 힘을 쏟을 것으로 보인다. 안 의원은 이날 오전 기자들과 만났을 당시 “(최 교수가) 가신 것은 아니다”고 말했다. 핵심참모들 또한 긴급 대책회의를 통해 최 교수의 사의를 만류키위해 안 의원이 직접 최 교수를 찾아가는 방식을 고안했던 것으로 전해졌다.
‘내일’ 측 관계자 또한 본보와의 통화에서 “최 교수가 연구소에 사의를 표명한 걸로 알고 있고, 사임이 되려면 이사회가 열려야 한다”며 “후임자 또한 아직 (사임) 절차가 남아있으니 뭐라고 말할 수가 없다”고 전했다. 아울러 안 의원은 창당의 밑바탕이 될 인재영입에 대해 “지금도 진행 중”이라며 흔들리지 않겠다는 입장을 보였다.
한편, 안 의원이 ‘최장집’이라는 멘토를 잃었지만, 향후 일정에 크게 차질을 받진 않을 것이란 관측도 제기된다.
장의관 경기대 정치전문대학원 교수는 “안 의원 측이 어떤 것을 주도하기 때문에 (창당 등에) 영향을 받을 것이란 생각은 별로 들지 않는다”면서 “(새누리당의 대안으로 생각했던) 민주당의 지금까지 구조 자체를 불만족스러워하는 사람들이 꽤 있는 만큼 민주당이 (여러 사안에 대해) 어떻게 대처하는지가 도리어 영향을 줄 것”이라고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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