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석기, 탈북자 명단 미군 기지 이전 자료 요구했다
소속 상임위 아닌데도 국가기밀 등 자료 요청
이상규는 집회시위 관리장비 오병윤은 물류 자료
이석기 통합진보당 의원 및 경기동부연합 사람들이 중추가 된 RO(혁명조직·Revolutionary Organization) 모임 녹취록에서 “전시 상황이 도래할 시 통신·철도·가스 등을 차단시켜야 한다”는 발언 등이 발견된 뒤 통진당 의원들의 그간 국회활동이 주목받고 있다. 국회의원은 국가 주요 기관에 각종 자료를 요구할 수 있는 권리가 있기 때문이다.
평소 의원들은 자신이 속한 상임위원회를 비롯해 각종 주요 기관들을 향해 공개 또는 비공개로 여러 가지 자료들을 요구할 수 있다. 다시 말하면 ‘국회의원의 권리’로 국가 주요 시설인 통신·철도 등과 같은 자료들에 쉽게 접근할 수 있단 얘기다. ‘내란음모죄’ 혐의를 받는 이 의원 또한 ‘국회의원’이라는 이유로 주요 자료 접근에서 배제되지 않는다.
특히 이 권리가 빛을 발할 때는 매년 9월경 열리는 국정감사 때다. 이때 의원들은 자신이 속한 상임위의 피감기관들에게 ‘국민을 대신하는 감시자’의 이름으로 ‘내밀한 자료’를 요청할 수 있다. 총 6명의 의원으로 구성된 통진당 의원들 또한 이러한 권리를 갖고 있으며, 의원들 모두 주요 상임위에 속해있다.
먼저 ‘논란의 핵’인 이석기 의원은 방송·통신 및 원자력 등에 대한 사무를 관장하는 미래창조과학방송통신위원회(미방위)에 속해있다. 이상규 의원은 경찰청, 중앙선거관리위원회 등을 담당하는 안전행정위원회(안행위) 소속이고, 당 원내대표를 맡고 있는 오병윤 의원은 수자원·철도·도로·항공·물류 등을 다루는 국토해양위원회(국토위)다. 이외에 원내부대표인 김선동 의원은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원회(농식품위), 원내대변인인 김재연 의원은 기획재정위원회(기재위), 김미희 의원은 보건복지위원회(복지위)다.
무엇보다 이석기·이상규·오병윤 의원 등이 속한 상임위는 30일 공개된 녹취록에서 전시 상황 시 RO의 주요 타깃으로 지목된 통신·공안·항공 등을 다루는 곳들이다. ‘데일리안’이 30일 통진당 주요 의원들의 2012년도 국감 요구자료를 입수한 결과, 곳곳에는 ‘타깃들’에 대한 자료 요청들이 있었다.
이석기, 소관 상임위 아닌데도 자료요구…'비공개 자료'는 확인 어려워
‘미방위 2012국감 자료요구 목록’에 따르면, 이석기 의원은 통신 정보에 주력하는 모습을 보였다. 녹취록에선 ‘혜화국’(KT 서울 혜화지사), ‘분당’(분당의 인터넷데이터센터) 등을 파괴해야 한다는 얘기가 나온다. 그는 미방위 피감기관인 방송통신위원회에 자신이 국회에 입성하기 전인 2011년도 국감 제출자료를 포함해 △(차세대 인터넷 통신규약으로 불리는) IPv6전환에 대비한 방통위의 계획 및 네트워크 장비 등의 시장규모 △방송 및 통신 분야 남북교류 현황 △각 통신사의 네트워크 투자 현황 △제4이동통신 진행경과 등을 요구했다.
특히 이 의원은 각 통신사의 네트워크 투자 현황을 요청하면서 ‘각 통신사의 망 증설을 위한 네트워크 투자 현황’, ‘통신사별 케이블 회선 증설 현황 및 투자 비용’을 포함시켜달라고 적었다. 이외에도 그는 정보통신시설과 관련, △국정원 요청사항과 협의사항 △전력공급 중단 시 방송·통신 대응 매뉴얼 등을 요청했다. 이 의원은 미래창조과학부에는 △한국형 발사체 조기 개발 관련 보고서 등을 요청했고, 원자력안전위원회 측에는 △한미원자력협력협정 개정협상 참석자 명단 △사용 후 핵연료 처리방안 연구현황 등을 요구했다.
아울러 이 의원은 소관 상임위가 아닌 곳에도 권한을 행사, 국방부로부터 주한미군이 보유하고 있는 군사 건설비 미집행 축적금에 대한 자료를 받기도 했다. 그는 또 미군 기지 이전, 방위비 분담금, 전시작전통제권 등 기밀자료 20~30건에 대해서도 제출 요구를 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국방부는 외부 공개 자료에 한해서만 자료를 제출했다. ‘탈북자 명단’에 대한 제출 요청도 있던 것으로 알려졌다. KBS는 30일 “이 의원이 2001년 이후 12년간 KBS한민족방송에 출연한 탈북자 명단을 제출해달라고 요구했다”고 보도했다. KBS는 이 의원의 요구에 탈북자들의 신변 보호를 위해 자료 제출을 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이상규 의원의 경우, 피감기관인 경찰청에게 △최근 5년간 집회시위 관리장비 구입내역 △불심검문 계획안, 인원운용 계획 및 과거 불심검문 자료 △최근 20년간 공안사건 범죄발생 추이 통계 △SOFA 대응 경찰청 내부규정 및 평택사건 관련 112신고 후 대응 전까지 상황 등을 요구했다. 친북·반미(反美)적 사고를 갖고 있는 것으로 알려진 당의 기치와 무관하지 않은 내용들이다. 이 의원은 이때 경찰청에 국가안보사범과 간첩 등을 수사하고, 북한 관련 정보를 수집하는 부서인 보안담당부서 경찰 명단을 요구해 논란이 되기도 했었다.
이와 함께 이 의원은 안행위에는 △안행부와 지자체·행정기관의 VoIP(인터넷전화) 도입 후 이용현황 △국가재난망 사업 진행경과 및 현황 문서 사본 등을 요청했다.
국토위 소속인 오병윤 의원은 철도·항공·물류 등의 상세자료를 피감기관들로부터 받았다. 그는 인천국제공항공사·한국공항공사에 △인천공항 물류단지 입주현황(물류단지 조성 사업계획, 소요예산, 투입예산, 물류단지 현황, 입주업체 현황, 연도별 입주율 명시) △최근 5년간 인천공항 내 구조·시설물 보수 및 보강공사 현황 △인천공항 수출화물터미널 RFID(전자태그) 인프라 구축사업 추진현황 △인천공항 급유시설 운영권 매각 관련사항 등을 요구했다. 아울러 한국철도공사에는 △철도전철전력설비시설지침에 따른 조명설비와 소요조도 기준의 적용현황 및 개선 계획 등을 요청했다. 육·해·공의 길에 대한 정보를 ‘접수’한 셈이다.
문제는 각 상임위에 속한 의원들 간 공유하는 책자나 CD로 만들어진 국감 자료들은 각 의원실에서 비공개로 요청한 자료들은 포함되지 않은 ‘일부 자료집’이라는 것이다. 비공개 자료들은 요청한 의원실만이 확인할 수 있기 때문에 위에서 언급된 자료들 외에도 더 민감한 자료들이 이들 통진당 의원들에게 넘어갔을 수 있다.
특히 한 의원실 관계자는 “공개든 비공개든 보통의 자료 요청은 여야를 아우른 상임위 차원으로 요청되기 때문에 민감한 내용이더라도 피감기관에서 거부를 하기가 어렵다”며 “결국 정당한 의정활동 외의 자료 요청을 한다고 해도 이를 확인할 거름 장치가 없어 우려스럽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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