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포의 1번타자’ 추신수…왜 중심타선 아닐까
가장 잘 맞는 옷 1번 타자, 장타는 보너스
무리한 도루보다는 홈런 한 방으로 득점까지
연일 맹타를 휘두르고 있는 추신수(31·신시내티)가 시즌 20홈런에 단 1개만을 남겨두고 있다.
가시권으로 들어온 20홈런 고지를 밟게 된다면, 지난 2010년 이후 3년 만에 이루게 될 쾌거다. 역대 동양인 타자 중 한 시즌 20홈런 이상을 추신수보다 많이 기록한 선수는 은퇴한 마쓰이 히데키(5회)뿐이다.
홈런은 물론 2루타 등의 장타 생산능력도 뛰어나다. 현재 31개의 2루타를 생산 중인 추신수는 이 부문 내셔널리그 10위에 올라있다. 특히 43개를 몰아친 지난해에는 메이저리그 공동 9위에 오르며 장타력을 뽐내기도 했다.
올 시즌 추신수의 장타율은 0.466으로 내셔널리그 28위에 랭크돼있다. 특히 2루타 이상의 장타 개수는 51개로 11위까지 치솟는다. 이만하면 어느 팀에 가더라도 클린업트리오에 들 수 있는 파워라 할 수 있다. 하지만 추신수의 타순은 클리블랜드 시절이던 지난해부터 1번에 고정돼있다.
사실 추신수의 1번 기용은 중심타선에 어울리지 않는 것 보다는 장점을 극대화하기 위한 특단의 조치로 해석하는 것이 맞다. 이는 추신수의 세부적인 스탯이 증명한다.
현재 추신수의 시즌 성적은 타율 0.285 19홈런 46타점 17도루로 자칫 평범해 보이기까지 한다. 하지만 국내는 물론 미국 현지에서도 추신수의 2013시즌은 그야말로 ‘어메이징’이라고 평가하고 있다.
가장 눈에 띄는 기록은 역시나 출루율이다. 시즌 내내 4할 대 출루율을 유지 중인 추신수는 0.416으로 메이저리그 전체 4위, 내셔널리그 2위에 올라있다. 한해에 4할 이상의 출루율을 기록하는 선수가 고작 10명 이내인 점을 감안하면 대단한 수치임에 분명하다.
득점도 훌륭하다. 출루를 많이 하다 보니 홈을 밟는 횟수가 증가하는 것은 당연지사. 현재 93득점을 기록 중인 추신수는 팀 내 1위는 물론 맷 카펜터에 이어 내셔널리그 2위다. 산술적으로 2주 내에 생애 첫 100득점 돌파를 볼 수 있을 전망이다.
물론 1번 타자치고는 발이 빠른 편은 아니다. 시즌 최다 도루는 2010년 22개로 5~60개씩 베이스를 훔치는 정상급 대도와는 거리가 멀다. 하지만 영리한 주루플레이와 언제든 2루를 훔칠 수 있다는 이미지만큼은 확실하다. 즉, 뛰지 않고도 상대 배터리를 압박해 팀 동료들에게 보다 수월한 수싸움을 제공해주는 셈이다.
만약 추신수의 타순이 3~5번 등 중심타선에 배치됐다면 그의 가치는 지금보다 빛을 덜 발했을 가능성이 크다. 추신수 정도의 파워를 갖춘 선수는 각 팀에 2~3명씩 포진돼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1번으로 자리를 옮긴 후 추신수는 보다 특별한 선수라는 이미지로 자리 잡고 있다. 뛰어난 선구안을 바탕으로 한 출루 능력은 이미 메이저리그 최상급으로 발돋움해 자신의 역할을 충분히 하고 있다. 여기에 장타력은 추신수의 가치를 올리는데 결정적 역할을 했다.
현재 추신수는 메이저리그 전체 1번 타자 가운데 가장 많은 홈런을 쏘아 올리고 있다. 이 부문은 2위인 스털링 마르테(피츠버그, 11개)와도 2배에 가까운 격차를 보이고 있다. 장타율 역시 압도적이다.
비록 도루의 개수는 적지만 이는 전혀 문제될 것이 없다. 도루로 2루를 밟기 보다는 장타 한방으로 득점까지 올리는 것이 보다 효율적인 공격 수단이기 때문이다. ‘특별한 가치’를 지닌 추신수가 시즌 후 FA 시장에서 대형계약 선수로 분류되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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