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유하기

카카오톡
블로그
페이스북
X
주소복사

이석기 제명을 두려워하지 말아야할 이유


입력 2013.09.06 08:08 수정 2013.09.06 11:29        데스크 (desk@dailian.co.kr)

<칼럼>또 다른 종북주의자 승계돼도 '비싼 수업료'

통진당 해산시키면 제2통진당으로 재기하라 돕는것

'내란음모' 혐의로 현역의원 사상 12번째 체포동의안이 처리된 이석기 통합진보당 의원이 4일 저녁 국정원 직원들에 의해 국회 의원회관에서 강제 구인돼 수원지법으로 이송되고 있다. ⓒ사진공동취재단

이석기 의원의(그는 대한민국 국회의원이다) 내란음모사건으로 우리 사회가 상당한 충격을 받은 듯하다. 그러나 이들의 존재와 행태를 잘 알고 있던 우리로서는 사실 놀랍지 않다. 우리가 놀란 것은 130명이나 되는 사람들을 모아놓고 그런 엄청난 일을 토론하였다는 점이다.

130명이나 되는 RO조직원들에게 북한의 전쟁을 일으킬 경우를 대비하여 “물질·기술적 준비체계 구축”을 주문하여 유류저장소 폭파등을 논의한 것은 지하단체를 조직해 본 사람들이 보기에 도저히 이해하기 어렵다고 한다.

이런 논의는 보안이 생명일 터인데, RO조직원들의 사상무장이 아무리 투철하다 하더라도 130명이나 되면 누설될 우려가 매우 높기 때문에 이런 회합은 한 마디로 정신 나간 짓이었다는 것이다. 결국 고스란히 누설되고 말았으니 타당한 지적이다.

혹자는 김정은 집단이 2013년 3월 이후 정전협정무효화선언, 핵공격 위협 등 곧 전쟁을 개시할 듯한 언행으로 남한과 미국을 위협하는 것을 보고, 오버한 나머지 이런 무모한 모임을 가졌다고 분석하는데, 그보다는 김정은 집단이 지시했기 때문이 아닐까 싶다.

녹취록에 나타난 이석기의 발언을 보면, 전쟁이 곧 시작될 것이고 이러한 경우 자신들은 6·25때 보도연맹처럼 검속될 것이라는 위기감과 함께 북한이 시작하는 100일전쟁을 승리로 이끌기 위하여 구체적으로 어떤 물질·기술적 준비를 해야 하는지, 이러한 경우 사상무장이 얼마나 중요한지 긴박하게 강조하고 있는 점에 비추어 이석기 집단은 어쩌면 곧 북한이 곧 개전할 것을 전제로 그 준비를 위하여 회합을 가졌음이 명백하다.

전쟁이라는 게 상당한 준비를 해야 하는데, 인공위성과 정찰기로 북한의 움직임을 손바닥 들여다보듯이 하는 한미의 정보망에 북한의 전쟁준비 움직임이 전혀 없었기에 우리는 북한의 온갖 전쟁협박에도 전혀 두려움을 느끼지 않았지만, 이들이 보통사람들과 달리 곧 전쟁이 날 것이라고 판단한 것은 비서동지(김정은)의 지령 외에는 설명할 길이 없다.

그런 것을 보면, 김정은은 참으로 '반(反)공화국'적이다. 지난 봄의 아무 쓸데없는 협박으로 인하여 중국을 포함하여 전세계적으로 빈축을 샀을 뿐만 아니라 북한에 온정적이던 남한의 많은 사람들로 하여금 북에 등을 돌리게 했고, 가장 충성스럽고 강고한 조직인 이석기일당이 일망타진되도록 만듦으로써 북한의 국익을 엄청나게 해쳤으니 반공화국적이 아니고 무엇이겠는가.

곧 전쟁이 일어날 것이니 이에 대비하여야 한다는 이들의 상황인식이 얼마나 터무니없는지는 새삼 지적할 필요도 없다. 그러나 상황인식이 비현실적이라 하여 내란음모죄가 성립하지 않는다는 몇몇 법률가들의 주장은 엉터리다. 지존파나 막가파의 상황인식이 현실적이어서 그들에게 사형이 선고되었던 것은 아니다.

역사상 성공한 반란보다 실패한 반란이 훨씬 더 많은데, 상황인식이 터무니없지 않았다면 실패한 반란은 대부분 일어나지 않았을 것이다. 반란은 오히려 상황인식이 터무니없기 때문에 일어날 수 있는 것이다. 상황인식이 터무니없기 때문에 오히려 더 위험한 것이다.

그럼, 이들의 행위가 내란음모죄를 구성할까? 그렇다고 쉽게 단정할 수는 없다. 좀 더 보완할 점이 있다.

다만, “총도 구하기 힘든 나라에서 군인이 아닌 민간인들 100여명이 모여 내란을 일으킨다는 것 자체가 비현실적이고 코미디 같은 얘기 아니냐"는 김형태 변호사의 의견은 타당하지 않다.

이석기를 비롯한 참석자들의 발언을 자세히 살펴보면, 이들이 선제적으로 폭동을 일으키겠다는 것이 아니라 북한이 전쟁을 일으켰을 경우 내응(內應)하여 유류저장고를 폭파시키거나 전화국을 파괴하겠다는 것이다.

이석기의 “3월 5일자 조선인민군 최고사령부에서 정전협정을 무효화했다. 정전협정을 무효화한다는 것은 전쟁인 것”이라며 “도처에서 동시 다발로 전국적으로 전쟁을 준비하자”는 발언, 이상호의 “우리가 전시에 차단해야 하는 활동에 대해서는 타격을 주자. 통신을 얘기한 거고 그다음에 이제 유류고”하는 발언이 이를 보여준다. 자기들 독자적으로 전쟁이나 폭동을 일으키겠다는 것은 아니라 후방교란을 하겠다는 것이니 훈련된 100명은 결코 부족하지 않은 인원이다.

또한, 박경신 교수는 “녹취록은 전쟁 발발을 전제로 발언을 하고 있지만, 거꾸로 생각하면 전쟁이 일어나기 전에는 아무 것도 안하겠다는 표지가 될 수도 있다, ‘전쟁 발발’이라는 시기도 구체적이지 않다”면서 내란음모죄가 성립되기 어렵다고 주장하는데, 이 역시 타당하지 않다.

북한이 전쟁을 발발할 때라는 명확한 시기를 전제로 하고 있는데, 왜 구체적이 아니라고 하는지 모르겠다. 정확한 일자가 언제인지 확실하지 않다는 것은 구체적이 아니라는 의미가 아니다. 시기가 구체적이지 않아서 범죄가 성립하지 않으려면 “언젠가는 범행을 하겠다”는 식일 경우다.

북한이 개전하면, 이에 맞추어 탄약고`가스저장고를 폭파하거나 전화국을 파괴하여 후방교란을 하겠다는 구체적인 계획하에 주소를 파악하고, 저장고의 재질과 벽두께(니켈로 만든 저장탱크를 90cm 벽돌로 감싸고 있다고 조사함 - 이상호 발언)까지 파악해 놓고 있을 정도라면, 내란의 범행방법과 시기의 구체성은 충분히 갖추었다 할 것이다.

다만, 내란음모죄가 성립하기 위해서는 더 나아가 '국토참절'이나 '국헌문란' 즉 국토의 일부를 점령하거나 국가기관을 무력화시키겠다는 계획이 있어야 하는데, 현재 녹취록에는 이런 내용이 부족하다. 전쟁시 내응하여 가스저장고나 전화국을 폭파시키겠다는 계획까지는 명확하지만 그 다음에 그 시설이나 지역을 점령하겠다는 것인지 여부가 불명확하다.

그러나 수뇌부에서 이에 대한 논의는 있었을 것이다. 2013년 5월 12일의 합정동 회합은 RO조직원들로서는 최초로 전시에 대비한 “물질·기술적 준비체계구축”을 처음 논의하는 자리였던 것으로 보인다.

이석기는 조별토론결과를 보고 받고 마무리하는 발언으로 “물질·기술적 준비의 첫 번째 시간인데 생소한 단어라서 그런 겁니까?”라고 했던 것이 이를 가리킨다. 그러나 RO조직원들로서는 처음 논의하는 자리였겠지만 조직의 핵심구성원들(10명 이내일 것이다) 사이에는 그 전에 구체적인 논의가 틀림없이 있었을 것이다. 혁명을 하겠다는 사람들이 130명이 모인 대규모회합에서 기본방침을 정하려고 시도하였을 리 없기 때문이다.

즉, 이석기집단의 수뇌부는 북한의 개전시 어떻게 할 것인지 기본방침과 구체적인 행위를 논한 후 이를 전체 RO직원들과 공유하면서 구체적인 방안을 논의한 것이 합정동 회합이었다고 보아야 한다.

따라서 수뇌부가 단지 후방교란을 위한 주요 시설물 파괴, 요인 살해 등만 결정하였는지 나아가 일정지역을 점령하거나 국가기관(예컨대 교도소나 경기도청 등)을 점령할 계획이었는지 여부에 수사력를 집중시킬 필요가 있다. 수사당국의 과제라 하겠다.

끝으로, 통합진보당에 대한 정당해산 주장이 거센데 이는 신중할 필요가 있다. 통진당이 이른바 RO와 이석기의 단일체제라면 정당해산의 요건이 충분하다고 할 수 있지만, 현재 RO와 통진당의 관계가 확실하지 않다. 이석기가 통진당의 실세요 주류인 것은 틀림없지만 그렇다고 통진당이 이석기당이라고 단언할 수는 없다.

그리고 통진당을 해산시키면 통진당 지지자나 동정적인 사람들(결코 무시할 숫자는 아니다)이 이석기 집단을 옹호할 우려가 있다. 이들은 공권력의 압박을 무서워하기는커녕 혁명가로서 겪는 고난이라고 생각하는 경향이 강한데, 이런 사람들에게 정당해산이라는 압박을 가해서 혁명투사를 자처하게 만들 필요가 없다. 단지 법을 어기는 행위를 하는 자만 엄격하게 처벌하면 된다.

무엇보다도 통진당을 해산시킨다한들 비슷한 성격의 정당을 다시 만드는 것을 금지할 방법이 없다. 통진당의 강령이 “북한과 호응하여 내란을 일으키자”는 식이었기 때문에 해산된 것이 아니므로 유사한 정당을 얼마든지 다시 만들 수 있다. 이런 마당에 통진당을 해산시키는 것은 그들을 단결시켜 제2의 통진당을 만들어서 재기하라고 도와주는 셈이 될 뿐이다.

이석기 의원이 유죄판결을 받으면 의원직을 상실하게 비례대표 후순위자가 의원직을 승계할 것이다. 그 역시 유명한 사람이라는데, 차마 눈뜨고 보기 힘든 장면일 것이다. 그러나 그런 장면을 온 국민이 보아야 한다. 그래야 이런 세력과 연대하여 국회로 진출시킨 집단에 반성할 기회가 생길 것이요, 무턱대고 지지표를 던진 유권자도 한 번쯤 되돌아볼 기회가 생길 것이다. 사람은 수업료를 내야 배우고, 비싼 수업료를 내면 더 많이 배운다.

통진당과 같은 세력은 정당해산과 같은 압박이 아니라 싸늘한 눈길과 무관심으로 고사(枯死)시키는 것이 가장 좋은 방법이다. 이들의 정체가 백일하에 드러났으니 이들을 이른바 민족세력이나 통일세력으로 보는 그릇된 인식도 불식될 것이고 이러한 세력은 점차 고사되고 말 것이다. 종북세력만 고사되어도 우리 사회의 극단적 갈등은 상당 부분 해소될 것이다. 이번 사건은 숫자는 적지만 영향력이 큰 종북세력을 고사시키기 위하여 우리가 한 번은 거쳐야 할 통과의례라 할 것이다.

글/이재교 세종대 교수·(사)시대정신 대표

데스크 기자 (desk@dailian.co.kr)
기사 모아 보기 >
0
0

댓글 0

0 / 150
  • 최신순
  • 찬성순
  • 반대순
0 개의 댓글 전체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