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제도는 유지하되 공천권을 당원에게 돌려줘야
우리나라는 1990년 지방자치제도의 부활과 더불어 기초자치단체장과 기초의원에 대한 정당공천제를 도입하였으나, 1991년도 첫 지방의회 구성때는 당의 공천이 허용되지 않은 가운데 내천으로 선거를 치루었고, 그 내천에 대한 부작용이 심화되면서 기초자치단체장의 정당공천은 1995년부터, 그리고 기초의원의 정당공천은 2006년부터 시행되고 있다.
필자는 기초의원 및 기초단체장 선출 전 과정에서의 각 정당의 공천은 현행대로 유지되어야 한다는 생각을 하고 있다. 왜냐하면, 지방선거에 있어서 정당공천은 중앙정치와 지방정치를 연계하여 정치의 효율성을 제고할 수 있으며, 대의민주주의에서 가장 효율적인 대의기제인 정당정치의 실천으로서 의미가 있기 때문이다.
다만 이와 같은 정당공천제의 도입 의의에도 불구하고, 정당공천제는 밀실공천, 국회의원과의 종속관계에 매몰되어 건전한 지방자치를 실현하지 못한다는 비판이 지속적으로 제기되어 왔다는 점도 인정하며, 따라서 공천과정을 좀더 투명하게 할 수 있는 제도가 도입되어야 한다고 본다.
그런데 정당공천제의 부작용에 대한 비판 때문에 지난 18대 대통령선거때 박근혜후보와 문재인 훕후보는 공천제 폐지를 공약으로 채택하였고, 민주당은 지난 7월 25일 당론으로 기초선거 정당공천제 폐지를 결정하였고, 새누리당은 아직 입장을 정리하지 못하고 있다.
금년도 2월에는 새누리당 정갑윤 의원이 기초자치단체장과 기초의원 정당공천제 폐지와 기초의원 소선구제 환원의 내용을 담은 공직선거법 개정안을 제출하였다. 이와 같은 정치권의 움직임은 기초자치단체 선거에 대한 정당공천제가 지방의 독립성을 훼손하므로, 기초자치단체장과 기초의원 선거에 정당이 후보자를 추천할 수 없도록 하는 데 초점을 두고 있다.
그러나 실은 현행의 정당공천제를 폐지하는 경우, 현역 기초자치단체장의 집권이 유리하고, 지방선거에서의 후보자 난립으로 당선자의 득표율이 상대적으로 낮아져 대표성을 확보할 수 없게 될 수 있다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을 뿐만 아니라 정당공천제의 폐지의 당위성과 부작용에 대한 우려가 복합적으로 드러나고 있는 실정이다.
2014년 4월 지방선거에서 정당공천제의 폐지 또는 수정 후 유지에 관한 결정을 위해서는 공직선거법 개정이 시급하게 처리되어야 하지만, 정당공천제의 유지가 타당하다는 입장에 있는 필자는 정당공천의 문제점을 보완하는 선거법 개정을 염두에 두고 입법발의가 필요하다고 본다.
사실 정당공천제의 폐지에 대해서는 그 이해당사자인 국회의원과 지방이 찬성과 반대의 서로 다른 의견을 제시하고 있다. 먼저, 지난 대선에서 여야 후보 모두가 공약한 정당공천제의 폐지에 대해서, 여야는 지방선거에 대한 정당공천제의 폐지에 대해 소극적이다. 이와 다르게, 전국 시·군·구청장 협의회는 국회에서 지방선거 정당공천제 폐지공약을 우선과제로 상정·처리할 것을 촉구하는 등 정당공천제 폐지에 찬성입장을 표명하고 있다.
정당공천제의 폐지에 대해 찬성과 반대의 입장이 엇갈리는 만큼 정당공천제는, 그 장점과 단점을 모두 가지고 있다. 정당공천제의 장점으로는, 첫째, 정당공천제는 지방선거에 있어서 중앙정치와 지방정치를 연계하여 정치의 효율성을 향상시키며, 정치지망생에게는 지방자치의 훈련장을 통해 중앙의 정치무대로 진출할 수 있는 통로 역할을 한다.
둘째, 정당공천제는 정당의 뿌리가 지방에서부터 내리기 시작하여 당내 민주화가 이루어지고, 중앙당의 전횡이 없어지게 된다.
셋째, 규범론적인 차원에서 현대 대의민주주의에서 정당정치가 가장 효율적인 대의기제임을 고려할 때, 정당공천제는 지방행정을 정치중립적인 행정이 아닌 가치배분을 결정하는 지방정치로 발전시킨다.
이와 같은 정당공천제의 장점에도 불구하고, 그 폐지의 필요성이 제기되는 데에는 정당공천제에 따른 단점이 부각되고 있기 때문이다. 정당공천제의 단점으로 지적되는 사항으로, 첫째, 우리나라의 중앙집권적 정당제도에서는 중앙정치가 지방자치단체에까지 파급·확산되어 지방자치 본래의 목적인 생활자치를 실현하기 어려운 결과를 초래하고 있다. 즉 정당이 지역의 선거에 참여하는 경우, 중앙의 정치게임이 그대로 지역에 이식됨에 따라 지역이슈가 퇴색하고, 정치가 과열할 위험이 있다는 것이다.
둘째, 중앙집권적 정당체제에서 중앙 보스의 영향력이 지방자치단체장과 지방의회에 미칠 수 있어, 궁극적으로 지방분권이 약화될 수 있다는 것이다. 이는 지방자치단체장과 지방의원이 중앙당의 지휘·통제 하에서 그 지시를 무시하기 어려운 구조로 지방자치가 약화되고 정당을 매개로한 중앙집권화의 가능성이 있다. 즉 정당공천제는 지방이 중앙에 예속되도록 함으로써 지방자치의 본질을 훼손시킬 수 있다는 점이 단점으로 제기된다.
셋째, 정당에 적을 두고 있지 않은 유능하고 전문적인 인재가 지방자치단체 선거에 진출하는 것을 어렵게 한다. 정당공천은 지방정치에 진입장벽을 형성하여 소수 정치권력의 독점을 초래하여 신진인사의 진입을 가로막는다. 이는 정치시장에 진입장벽을 설치하여 독·과점적 제한적 경쟁제체를 구축함으로써 정치발전을 원천적으로 봉쇄하게 된다는 점이다.
현재의 우리나라의 상황에서 가장 최선의 대안은 정당공천제의 폐지 및 유지에 있는 것이라기 보다는 차제에 기초자치단체에 한해 의원내각제를 도입하는 것이다. 정당공천을 전제로 의회 구성을 하고, 그 구성된 의원들을 중심으로 집행부를 조각하는 것을 의미하는 것이다.
물론 기초의회 및 기초단체장 정당 공천폐지가 대선공약사항이며, 중앙집권적 정당체제에서 발생하는 다양한 문제점에 대한 근원적인 접근이라는 점에서는 공감을 하는 것이지만, 정서적 공감이나 페단에 대한 공감에 기반을 둔, 제도개선은 자칫 포플리즘을 낳을 수 있다는 것이고, 이 경우 빈번한 입법개정으로 이어지는 비효율적이고, 비생산적인 사항들만 지속적으로 돌출될 수 있다.
따라서 구체적으로 말하면 지방자치단체장 및 지방의회의원 선출에는 현 정당공천제를 유지하되, 후보공천 과정과 결정의 권한을 당원에게 돌려주어야 한다. 이는 지방자치선거 출마자 선출 규정 운영을 정치에서 풀뿌리 민주정신으로 전환하고, 후보자의 개인적 능력과 정치적 소신에 따라 선출함으로써 유능한 지역의 인재가 등용될 수 있도록 하는 것이다.
또한, 지방의 정치에 대한 중앙 정치인 영향력 배제로 지역문제에 대한 합리적인 정책결정을 가능하도록 하여 지방자치의 궁극적인 목적을 달성할 수 있도록 하는 개혁적인 조치가 필요하다.
이를 위해 첫째, 지방자치단체 선거에서 정당의 공천과정의 투명성, 공정성을 확보한다. 둘째, 제도적 보완을 통해 중앙의 정치가 지방의 이슈에 대한 합리적인 결정을 방해할 수 없도록 제한 한다. 셋째, 일본 등의 선진국처럼 지역정당제를 도입함으로써 정당정치를 통한 대의민주주의의 가치를 실현함과 동시에 지방자치의 민주적 가치를 도모한다.
지방자치단체 선거의 정당공천제는 유지되는 것을 궁극적인 목적으로 하되, 정당공천제 폐해의 실패에 따른 대안의 모색도 필요하다. 이를테면, 정당공천제가 유지된다면, 2014년 4월 지방선거에서 정당공천제의 단점에 대한 보완이 필요하다. 지방자치의 발전을 위해 중앙의 정치로부터 자유로운 단체장과 의회의 구성을 위한 공천제도의 공정성과 투명성을 확보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본다.
여기서 우리는 기초선거 정당공천제 폐지에 대하여 헌법재판소는 이미 2003년 5월 15일 위헌결정을 한 바 있었다는 점을 유의할 필요가 있다는 점을 강조하고자 한다.
글/석종현 단국대 명예교수·한국공법학회 고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