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리무중’ 난처한 LG, 껄끄러운 숙적 3연전
추석연휴 삼성 4연승 상승세..LG 2연패로 선두 내줘
28-29-30일 잠실서 숙적들과 연달아 빅매치 '곤혹'
오리무중(五里霧中)이 아닌 삼리무중(三厘霧中)이다.
말 그대로 '2013 한국야쿠르트 세븐 프로야구' 선두경쟁은 한 치, 아니 반 치 앞도 내다볼 수 없는 승률 전쟁에 빠져들었다. 선두 삼성과 2위 LG는 승차 없이 승률 3리.
20일 잠실구장서 열린 두산과 LG의 ‘한 지붕 두 가족’ 라이벌 맞대결에서는 복귀한 에이스 더스틴 니퍼트를 앞세운 두산이 '총알탄 사나이' 레다메스 리즈를 앞세운 LG를 6-0 대파, 추석 연휴를 더욱 뜨겁게 달궜다.
니퍼트 vs. 리즈 '파이어볼러 맞대결'
두산은 결정적인 솔로포 포함, 5타수 4안타 3타점을 몰아친 주포 홍성흔 활약 속에 LG를 힘으로 제압했다. 초반 분위기는 LG 우세였다. 리즈가 1회초 탈삼진 2개를 곁들이며 순조로운 스타트를 한 반면, 65일 만에 1군에 복귀한 니퍼트는 변화구 제구 불안 등 실전 감각이 떨어졌다.
1회 제구 불안으로 박용택과 김용의를 연속 볼넷으로 출루시켜 무사 1,2루 위기를 자초한 니퍼트는 두 개의 호수비 덕분에 잃었던 투구 감각을 찾을 수 있었다. 이진영과 정성훈을 삼진과 좌익수 플라이로 잡은 니퍼트. 7번 이병규에게 중전 안타성 타구를 허용했지만 두산 유격수 김재호의 호수비로 실점을 한 번 막았다.
2사 만루 위기에서 두산 수비는 다시 빛을 발했다. 9번 이병규의 우전 안타성 타구를 두산 1루수 오재일의 다이빙 캐치로 1회 위기를 모면했다. 2회부터 에이스 니퍼트는 살아났고, 타자들은 LG 리즈를 상대로 홍성흔의 4회 좌월 솔로포 포함 3회부터 6회까지 연속 득점하는 집중력을 과시했다.
두산은 니퍼트-홍상삼-오현택 투수 3명의 깔끔한 계투로 팀 완봉승을 기록했고, LG는 리즈를 비롯 7명의 투수를 투입하는 총력전을 펼치고도 영봉패 수모를 당했다.
'삼리무중' 선두 경쟁
천적 두산에 덜미를 잡힌 LG는 70승 49패를 기록, 이날 경기가 없던 삼성에 밀려 2위로 주저앉았다. 68승 47패 2무의 삼성(0.591)과 승차는 없지만 승률 3리 뒤졌다.
추석 연휴 시작 전까지 삼성에 1.5 경기차로 리드를 잡았던 LG로서는 추석 연휴가 채 끝나기도 전에 1위를 다시 내준 것. 삼성이 최근 4연승의 상승세를 탄 반면, LG는 2연패에 빠진 게 결정적이다.
두산은 에이스 니퍼트와 이용찬의 복귀 덕에 막판 순위 경쟁의 다크호스로 급부상했다. 3위 넥센 역시 KIA를 6-0 완파, 선두 삼성과의 승차를 1.5경기로 좁혔다. 선두권 3개팀은 사실상 일일천하의 가시방석에 올라있는 셈. 더구나 3위 넥센과 4위 두산과의 승차는 1.5경기 차에 불과, 막판 연패를 당하면 4위로 떨어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가을야구가 사실상 확정된 4개팀은 맞대결 한 번의 승패로 1위에서 3위까지 순위가 요동칠 수 있는 초박빙의 순위 싸움이 펼쳐지고 있다. 게다가 에이스 니퍼트와 이용찬이 복귀, 막판 총력전을 펼칠 두산의 전력이 탄탄해졌다는 게 또 다른 변수다.
4개팀 간의 경기 결과에 따라 순위는 요동칠 가능성이 크다. 당장 21일 1위 삼성과 3위 넥센의 목동경기 결과에 따라 선두와 3위 싸움이 0.5 경기차로 줄어들 수 있다. 삼성이 2위 LG에 반 게임차 앞서나가느냐 다시 2위로 내려앉느냐가 달려있다.
난처한 LG '껄끄러운 라이벌 구도'
남은 일정 중 최대 격전은 다음 주말 빅매치다. 28일은 '엘넥라시코' 넥센과 LG가 잠실에서 맞붙고 29일은 선두싸움을 하고 있는 라이벌 삼성과 역시 잠실에서 자웅을 겨룬다. 30일에는 잠실 라이벌 두산과 LG가 리턴 매치를 갖게 될 예정. LG는 홈에서 3경기를 치르지만 가장 힘든 일정이 될 전망이다.
LG는 9월 말 3경기에 운명이 달려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모두 전날 휴식하고 LG전에서 총력전을 펼칠 수 있는 일정상의 여유가 있는 반면, LG는 3일 연속으로 총력전을 펼쳐야 하기 때문. LG가 상대해야 할 세 팀 모두 숙명의 라이벌 관계라는 점 또한 껄끄럽다.
하룻밤 자고 나면 순위가 바뀌는 막판 순위 경쟁이 가을 야구를 달구고 있다. 그중 선두 싸움은 승차 싸움도 아닌 승률 싸움, 5리도 아닌 3리 경쟁이다. 기회와 위기는 네 팀 전부 공평하다. 삼성-LG-넥센은 1위를 목표로, 4위 두산은 2위를 현실적 목표로 삼을 수 있다.
2위로 끝나면 한국시리즈 우승을 노릴 수 있지만 3위 이하로 끝나면 사실상 우승은 물 건너간다는 것을 모두 잘 알고 있다. 그래서 늦여름 가을에 펼쳐진 '삼리무중' 프로야구는 여름보다 더 뜨겁고 치열할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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