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억$ 다저스' LA이글스 벗어던지고 수영장 파티까지
타선 침체와 잦은 실책으로 손가락질 당했던 침체기 딛고 지구우승
커쇼 등 고액연봉자 활약 뒤 류현진-푸이그 등 새얼굴 맹활약 덕
류현진(26) 소속팀 LA 다저스가 대망의 지구 우승을 확정지었다.
다저스는 20일(한국시각) 애리조나 피닉스서 열린 ‘2013 MLB' 애리조나 다이아몬드백스전을 7-6 승리로 장식하며 88승(65패)째를 수확, 내셔널리그 서부지구 우승을 확정지었다. 메이저리그 6개 지구 가운데 가장 빠른 우승이다.
결과적으로는 예상과 기대대로 이뤄진 것이지만 과정은 참으로 극적이었다. 다저스는 올 시즌 어느 때보다 공격적인 투자를 감행했다. 시즌 연봉 총액 2억 1480만 달러(약 2392억 원)를 훌쩍 넘겼다. 연봉 총액 2억 달러를 넘어선 팀은 양키스와 다저스뿐이다.
잭 그레인키, 헨리 라미레즈, 아드리안 곤잘레스, 칼 크로포드 등 대형 선수들이 연이어 다저스 유니폼을 입었고, 한국 프로야구에서 메이저리그로 직행한 1호 선수가 된 류현진도 여기에 포함됐다.
메이저리그를 대표하는 부자구단 뉴욕 양키스도 혀를 내두를만한 엄청난 투자였다. 전 NBA 스타이자 다저스의 공동구단주인 매직 존슨이 "올해 월드시리즈에 진출하지 못하면 실패"라고 평가한 것은 그만큼 다저스의 열망을 드러내는 대목이었다.
하지만 시즌 초반까지만 해도 다저스 구단은 '돈값'을 전혀 하지 못했다. 주전들의 연이은 줄부상으로 전력누수가 심했고, 공수밸런스는 엇박자를 거듭했다. 돈 매팅리 다저스 감독은 한때 경질설까지 나돌 만큼 벼랑 끝에 몰렸다. 한화 이글스 시절 ‘소년가장’으로 불리기도 했던 류현진이 터지지 않는 타선과 잦은 실책으로 승리투수가 되는 데 몇 차례 실패하자 국내 팬들은 ‘LA이글스’라 부르기도 했다.
다저스는 6월 이후 조금씩 진가를 드러내기 시작했다. 부상 선수들이 하나둘 복귀하면서 투타에서 안정을 찾아가자 상황이 달라졌다. 6월 23일까지 31승 42패로 지구 1위 애리조나 무려 9.5게임차 뒤진 꼴찌였던 다저스는 7월3일 처음으로 지구 꼴찌에서 탈출했다. 3주 뒤인 7월23일에는 애리조나마저 제치고 선두에 등극하는 극적인 반전을 일궜다.
에이스 클레이튼 커쇼 같이 고액연봉자 중에서도 제몫을 다한 선수들이 있지만, 다저스 반격의 원동력은 바로 류현진과 야시엘 푸이그 등 젊은 신인 선수들의 깜짝 활약이 컸다.
올해 메이저리그에 데뷔한 류현진은 검증되지 않은 선수라는 현지의 우려를 딛고 13승 7패 평균자책점 3.03의 호성적으로 단숨에 주축 선발투수로 자리 잡았다. 28차례 등판 중 무려 21번이나 퀄리티스타트를 기록했고, 5회 이전 조기 강판은 단 한 차례도 없을 만큼 꾸준했다.
‘쿠바산 야생마’ 푸이그는 마이너리그에서 승격해 지난 6월 늦은 데뷔전을 치렀지만, 켐프가 빠진 외야 주전 자리를 꿰차며 공수 양면에서 맹활약했다. 94경기 17홈런 39타점 타율 0.336을 기록하며 신인왕 후보로 거론될 만큼 인상적이었다.
류현진과 푸이그 같은 젊은 선수들 활약에 힘입어 다저스는 시즌 초반 침체기를 극복할 수 있었다. 중반 이후 잭 그레인키, 헨리 라미레즈, 리키 놀라스코 같은 베테랑과 이적생들의 활약이 조화를 이루며 더욱 강한 팀으로 거듭났다. 성공적인 리빌딩과 성적의 두 마리 토끼를 동시에 잡은 다저스의 역전 우승 드라마는 올 시즌의 성공이 단지 머니파워만으로 이뤄진 게 아님을 입증했다.
다저스의 진정한 도전은 이제부터 시작이다. 시즌 막바지 다소 부진해 우려를 낳은 다저스는 이제 포스트시즌의 관문을 통과해야 한다. 류현진은 꾸준한 호투를 앞세워 데뷔해 팀의 포스트시즌 3선발로 나설 유력한 후보로 거론되고 있다. 박찬호도 이루지 못한 월드시리즈 우승을 류현진이 다저스 유니폼을 입고 달성할 수 있을지 주목된다.
한편, LA다저스가 애리조나 홈구장 수영장에서 우승 자축 행사를 벌인 것에 대해 구단 관계자들과 팬들은 이틀째 불편한 심기를 감추지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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