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스날 이적설’ 치차리토 무력시위…이래저래 우울한 박주영

치차리토, 리버풀 상대 결승골 ‘클래스 입증’

아스날, 영입 적극적..박주영 들어갈 틈 없어

치차리토 ⓒ SportLockerTV

최근 아스날 이적설로 화제가 된 치차리토(하비에르 에르난데스)가 올 시즌 첫 선발출전 경기에서 천금의 결승골을 터뜨리며 건재를 과시했다. 상대가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이하 맨유)의 오랜 숙적이기도 한 리버풀이기에 더욱 값진 승리였다.

맨유는 26일(한국시간) 새벽 영국 맨체스터의 올드 트래포드에서 벌어진 2013-14 잉글리시 캐피탈 원 컵 3라운드(32강)에서 후반 1분 터진 치차리토의 결승골을 앞세워 리버풀을 1-0으로 제압했다. 2009-10 시즌 이후 4년 만에 리그컵 대회 정상 탈환을 노리고 있는 맨유는 첫 고비를 무사히 넘기며 대회 16강에 안착했다.

치차리토는 지난 2010년 알렉스 퍼거슨 감독의 주도로 영입된 이래 맨유 공격진의 신성으로 떠오르며 맹활약했다. 그러나 퍼거슨 감독이 은퇴하고 데이비드 모예스 감독 체제가 들어선 이후 조금씩 주전경쟁에서 밀리더니 최근에는 아예 출전기회를 잡지 못했다.

로빈 판 페르시, 웨인 루니, 대니 웰벡에 이은 맨유 공격옵션 4순위에 그친 치차리토는 최근 공격진 보강을 노리는 아스날의 영입 리스트에 이름을 올리며 내년 1월 겨울 이적시장의 변수로 떠오를 가능성이 제기됐다.

지난 맨시티전 대패로 체면을 구긴 모예스 감독은 이날 그동안 경기에 나서지 못한 선수들에게 기회를 줬다. 치차리토 외에도 일본 출신 스타 가가와 신지와 베테랑 라이언 긱스, 그리고 루이스 나니 등도 포함돼 있었다.

리버풀은 스티븐 제라드와 빅터 모제스, 다니엘 스터리지 등 주전 멤버들이 대거 나섰고, 최근 출전정지 징계가 풀린 '핵이빨' 루이스 수아레스까지 복귀했으나 맨유의 1.5군을 넘지 못했다. 맨유는 후반 시작과 1분 만에 문전에 있던 치차리토가 루니의 어시스트를 받아 리버풀의 골망을 가르며 주도권을 거머쥐었다.

오랫동안 실전경기를 치르지 못해 경기 감각이 완전한 상태가 아니었으나 변함없는 치차리토의 골 감각은 시선을 끌기 충분했다.

잉글리시 프리미어리그(EPL)와 유럽축구연맹(UEFA) 챔피언스리그를 병행 중인 모예스 감독은 장기적으로 치차리토 역시 팀 전력의 일부분으로 안고 가겠다는 입장이다. 하지만 지난 시즌부터 부쩍 줄어든 팀 내 입지로 불만이 쌓인 치차리토로서는 무력시위로 자신의 존재감을 어필하며 맨유와 모예스 감독을 압박하는 모양새다.

영국 언론은 올겨울 이적시장에서 아스날이 치차리토의 영입을 위해 1700만 파운드(약 293억 원) 이상을 장전할 것이라고 전망하고 있다. 아스날은 올리비에 지루와 루카스 포돌스키가 건재하지만 치차리토의 영입으로 한층 두터운 공격진을 구축할 수 있다. 이는 아스날에서 주전경쟁에서 밀린 박주영에게는 달가울 게 없는 소식이다.

박주영은 같은 날 열린 컵대회에서 출전명단에 이름을 올렸으나 역시 2진으로 분류되는 니클라스 벤트너에게 밀려 끝내 경기에 나설 기회를 잡지 못했다. 잠재적인 경쟁자로 꼽히는 치차리토의 올 시즌 첫 골 소식까지 겹쳐 이래저래 더욱 우울한 하루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