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가와 울먹울먹? 모예스 정말 매정한가
가가와, 일본 언론 통해 현 입지 우회적 불만 토로
가가와 체력으로 모예스 전술 소화 무리 분석
가가와 신지(24)에게 모예스 감독(50)은 정말 매정한 새 아버지(?)일까.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이하 맨유) 신임 모예스 감독의 개혁은 언뜻 ‘모 아니면 도’로 보인다. 취임과 동시에 퍼거슨 전 감독의 오른팔 펠란 수석코치에게 작별을 고했다. 대신 스티브 라운드(수석코치), 지미 럼스덴(1군 코치), 크리스 우드(골키퍼 코치)를 불러들였다. 모두 에버턴 시절 모예스 감독을 보좌한 핵심인사들이다.
속전속결 인사개혁은 ‘당연히’ 부작용을 불렀다. 맨유는 올 시즌 초반 2승1무3패에 그치며 12위로 추락했다. 이적여부를 놓고 말이 많았던 웨인 루니만 고군분투할 뿐이다. 가장 큰 원인은 덜 다듬어진 조직. 맨유 기존 세력과 신진이 손발을 맞춰볼 시간이 부족해 실수가 잦다는 지적이다.
일본 언론도 기회를 틈타 잔소리를 쏟아낸다. 2시즌 만에 ‘낙동강 오리알’이 된 가가와 신지의 위상 제고를 바라는 목소리가 크다. 그러나 모예스 감독은 꿈적도 않는다. 퍼거슨 오른팔 코치까지 쫓아낸 모예스 ‘강단’ 앞에 가가와는 쥐죽은 듯 냉가슴만 앓을 뿐이다.
모예스 감독은 맨유를 ‘에버턴 진화형’으로 만들 생각이다. 골키퍼를 제외한 선발 10명이 공격수이자 수비수가 돼 일사불란하게 움직이는 슈퍼파워 조직을 꿈꾼다. 체력이 떨어지는 가가와는 당연히 모예스 감독 눈 밖에 났다. 지난달 28일 브롬위치와 2013-14 잉글리시 프리미어리그 6차전에 선발 출격했지만 전반만 뛰고 벤치로 물러났다.
경기 직후 가가와는 일본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어두운 표정 속 "몸 상태는 문제없다”고 하소연했다. 그러자 자국 평론가들이 벌떼처럼 날아올라 “가가와를 교체한 뒤 조직력이 틀어졌고, 결국 브롬위치에 1-2로 졌다”며 가가와 대신 분통 독침을 쏘아댔다.
분명 일본 시각에서 모예스 감독과 가가와는 불편한 관계처럼 보인다. 퍼거슨 감독 시절 가가와는 행복했기에 극명하게 대비된다.
모예스 감독이 가가와를 찬밥 취급한 이유는 무엇일까. '치명적 약점’을 노출했기 때문이다. 모예스 감독은 최근 영국언론과의 인터뷰에서 “가가와의 재능은 준수하다. 다만, 여전히 지구력이 준비되지 않았다”며 90분을 소화하긴 무리라는 의견을 피력했다.
가가와가 중앙이 아닌, 다른 포지션에서 뛰는 배경에 대해서도 맨유 관계자는 “일본 대표팀에서도 (경쟁에서 밀려) 측면서 뛰지 않느냐”고 되물었다. 가가와를 아낀 퍼거슨 전 감독도 가가와에게 중앙을 맡기진 않았다.
프리미어리그(EPL)의 '중앙'은 한 마디로 격전지다. 피비린내 진동하는 싸움판으로 공을 빼앗기면 역습과 실점으로 직결된다. 이곳에서 가가와는 버티기 어렵다는 것을 체감했다. 모예스 감독은 이미 가가와 단점을 파악했다.
지금은 맨유의 과도기다. 시간이 지나면 맨유는 명문구단 위용을 드러낼 가능성이 크다. 루니, 반페르시, 펠라이니 등 ‘슈퍼스타’와 야누자이, 자하, 린가드 등 잠재력 있는 원석이 협력한다면 ‘모예스호’는 침몰하지 않을 확률이 높다.
가가와는 슈퍼스타와 원석의 연결고리 역할에 충실하면 된다. 농구의 식스맨(조력자)처럼 가가와도 교체로 나왔을 때 기회를 살린다면 주전으로 도약할 길이 열린다. 그러기 위해선 일본 언론의 도움도 필요하다. 가가와 기를 살려준답시고 연일 맨유 전술을 비판하고 모예스 감독에게 언성을 높인다면 오히려 가가와 입장이 곤란해질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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