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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천형 떠버리’ 혼다…일본축구 비상 원동력?


입력 2013.11.24 09:49 수정 2013.11.24 09:56        데일리안 스포츠 = 이충민 객원기자

선수·감독 언행, 경기에 막대한 영향 끼쳐

‘월드컵 전술 활용’ 대세..한국팀 떠버리는?

혼다 케이스케는 일본 축구를 대표하는 전형적인 떠버리다. ⓒ 연합뉴스

한 시대를 풍미한 운동천재들 중에는 유독 수다쟁이가 많다. 속칭 ‘떠버리’로 불리지만 그들의 말속엔 뼈와 살이 있다.

“나비처럼 날아서 벌처럼 쏜다”는 명언으로 유명한 복서 무하마드 알리가 대표적 예다. 특히 “당신들이 원하는 챔피언이 되지 않겠다(인종차별 반대, 베트남 징집 거부)”는 그의 소신은 오늘날까지도 복싱 팬들 사이에서 회자되고 있다.

1998 프랑스 월드컵에서 크로아티아를 4강으로 이끈 골잡이 다보르 수케르도 ‘현명한 수다쟁이’다. 그는 전란으로 얼룩진 조국 정부가 보너스를 주지 못하자 “미안해할 필요 없다. 국가 재건에 힘써라. 우리는 내전으로 실의에 찬 국민에게 단지 용기를 심어줬을 뿐”이라고 말했다.

‘아르헨티나 축구대통령’ 디에고 마라도나도 속칭 떠버리다. 마라도나는 2010 월드컵 한국과의 조별예선에서 허정무 전 감독을 겨냥해 “다시 한 번 태권도 돌려차기를 할 참이냐?”며 가시 돋친 혀를 놀려댔다. 허정무 감독은 1986 월드컵에서 마라도나를 거칠게 다룬 바 있다.

마라도나의 엄포는 아르헨티나가 한국을 4-1로 꺾는 데 도움이 됐다. 태극전사는 주요 외신에 실린 ‘태권도 축구 후예’ 오명을 의식한 탓일까. 리오넬 메시를 너무 쉽게 풀어줬다. 경기 직후 외신은 “한국 수비진이 지나치게 신사적이고 얌전했다”고 평가했다. 한국입장에선 얄밉지만, 마라도나는 결과적으로 현명한 떠버리였다.

일본 대표팀 간판 혼다 케이스케(27·CSKA 모스크바)도 전형적인 떠버리다.

혼다는 최근 자신의 고향과 같은 ‘일본 J리그’를 두들겼다. 그는 “유럽에서 뛰는 일본 선수들은 매주 수준 높은 경기를 치르며 선진축구 경험을 쌓는다”면서 “J리거가 무슨 수를 써도 대표팀 내 유럽파를 넘볼 수 없다”고 말했다.

혼다의 발언은 경솔했지만, 누구도 반박하지 못했다. 오히려 축구계는 “혼다가 총대 메고 우물 안 J리그 현실을 꼬집었다”며 흥행을 위해 진흙탕 몸싸움(투박한 축구)을 사전에 차단한 J리그 연맹의 마인드 개혁이 절실하다고 입을 모았다.

기세가 오른 혼다는 최근 벨기에와의 친선경기 직전 또 입을 놀렸다. “벨기에가 갑자기 전력이 급상승, 브라질 월드컵 톱시드까지 거머쥐었다”면서도 “그러나 지난 10년간 국제무대에서 위대한 역사를 만든 나라는 아니다. 콜롬비아와의 평가전 0-2 완패도 지켜봤다. 벨기에는 겁낼 만한 전력을 갖추지 못했다”고 주장했다.

혼다의 거침없는 발언에 참다못한 일본 축구계가 고함쳤다. 특히 고교시절 혼다를 가르친 카와사키 은사(세이료 고교 감독)는 “너(혼다)만 벨기에를 무시하고 있다. 너야말로 별 볼일 없는 선수야!”라고 꾸짖었다.

이처럼 속마음을 드러낸 혼다는 ‘건방진 이미지’다. 그러나 혼다는 떠버리 복서 알리처럼, 내뱉은 말을 ‘실천’해왔다.

벨기에전에서도 자신이 한 말을 현실로 만들었다. 벨기에는 혼다의 도발을 의식한 탓인지 과도하게 공격적이었다. 혼다는 이 부분을 공략했다. 전진 배치된 벨기에의 허술한 방어선을 깨고 통렬한 중거리 역전골을 넣었다. 경기직후 벨기에 언론은 혼다를 최우수선수로 선정했고, 벨기에 축구팬도 SNS을 통해 “혼다의 발언은 ‘허풍’이 아니었다”고 입을 모았다.

떠버리 혼다를 보면서 한국축구가 오버랩 된다. 홍명보호 대표팀에 ‘떠버리 캐릭터’는 전무하다. 최근 불거진 SNS 파문은 선수들을 더더욱 길들여진 얌전한 진돗개가 만들었다. 하지만 ‘팀킬’이 아닌 ‘상대팀’을 겨냥한 발언들은 오히려 심리 전략으로 가치가 있다.

세계적 명장 거스 히딩크 감독은 2002 한일월드컵 시절, 태극전사를 향해 고함쳤다. “순둥이들뿐이야! 이래선 ‘영악한 이탈리아’를 꺾을 수 없다”고 일갈한 바 있다. 태극전사는 히딩크의 벼락 같은 잔소리에 오기가 발동했는지 사납게 변모했고 이탈리아와의 16강전 대역전 스토리를 써냈다.

배울 부분은 배워야 한다. 혼다는 일본선수지만, 일본인답지 않은 ‘당돌한 성격’을 지녔다. 마치 이천수의 업그레이드 버전을 보는 듯하다. 히딩크가 태극전사에게 요구한 부분과도 일맥상통한다.

상대의 심리상태를 관통하는 비수 돋친 언변도 스포츠 전략이다. '프로레슬러 쇼맨십 기질' 혼다가 현명한 떠버리인 이유다.

이충민 기자 (robingibb@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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