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산은 25일 보도자료를 통해 내년 시즌을 대비, 김선우(36)를 비롯해 외국인 투수 핸킨스와 김동길, 오성민 등 4명과 재계약하지 않기로 결정했다고 발표했다. 특히 구단 측은 김선우에 대해 "은퇴 후 코치 연수를 제의했으나 선수 생활을 이어가겠다는 본인 의사가 있어 방출을 결정했다"고 밝혔다.
기량 저하로 선수에게 은퇴를 권유하거나 방출하는 일은 프로세계에서 흔히 있는 일이다. 실제로 적지 않은 나이의 김선우는 올 시즌 17경기 소화에 그쳤고, 5승 6패 평균자책점 5.52이라는 최악의 성적표를 받아들었다. 어찌 보면 두산의 결정은 당연하다고 할 수 있다.
하지만 시기가 묘하다는 점에서 두산의 행보가 쉽게 납득이 가지 않는 것도 사실이다. 두산은 이번 스토브리그서 다양한 방법으로 베테랑 정리 작업에 나섰다. FA와 2차 드래프트, 보류선수 등을 통해 두산 유니폼을 벗은 30대 베테랑만 무려 7명이다.
이종욱(33)과 손시헌(33), 최준석(31)은 FA 자격을 얻은 뒤 두산과의 우선 협상에서 의견 차를 보였고, 결국 결별 수순을 밟았다. 임재철(37), 이혜천(34), 김상현(33)은 2차 드래프트를 통해 이적한 경우다. 그리고 김선우는 끝내 보류명단에 포함되지 못했다.
문제는 이들이 지금까지 팀 내에서 차지하고 있던 비중이다. 최근 나이에 따른 노쇠화로 하락세가 뚜렷했지만 그래도 팀이 위기에 빠졌을 때는 ‘한 몫’ 해주는 해결사 역할을 담당했다. 특히 이번 포스트시즌서 최준석은 보스턴 레드삭스의 데이빗 오티즈로 빙의된 듯 신들린 방망이를 휘둘렀고, 손시헌은 한국시리즈 1차전 MVP로 선정됐다. 또한 임재철은 LG와의 플레이오프 3차전서 정확한 레이저송구로 팀 승리를 지켜냈다.
주장직(손시헌, 임재철)을 역임하거나 고참으로서 후배들을 잘 이끌어주는 정신적 지주였다는 점 또한 기록으로 나타나지 않는 진정한 가치다. 게다가 이들은 2000년대 후반 두산이 SK와 라이벌 관계를 형성할 때 전면에 나서 베어스 특유의 끈끈함을 몸소 실천한 일등공신들이었다.
게다가 두산의 리빌딩은 아직 끝나지 않은 현재 진행형이다. ‘두목곰’ 김동주(37)가 남아있기 때문이다.
사실 두산은 이번 2차 드래프트 당시 40인 보호명단에 김동주를 제외할 것이란 소문에 휩싸였다. 올 시즌 고작 28경기 출전에 그친 것은 물론 포스트시즌 엔트리에서도 이름을 찾아볼 수 없었기 때문이었다. 그러나 팬들의 여론을 의식한 듯 구단 측은 김동주를 잔류시키기로 했다.
물론 김동주의 내년 시즌 출전 여부는 여전히 불투명하다. 이미 그의 포지션이었던 3루 자리는 이원석이 연착륙하는데 성공했고, 지명타자 역시 홍성흔이 굳게 지키고 있다. 현실적으로 두산 내에서 김동주가 할 수 있는 역할은 대타 요원이 고작이다. 현재 두산의 행보로 볼 때 김동주와는 FA 계약(3년)이 끝나는 내년 시즌 후 결별할 것으로 보인다.
두산이 공격적으로 리빌딩에 나설 수 있는 원동력은 두터운 선수층을 보유한데서 비롯된다. 이번 2차 드래프트서 가장 많은 5명의 선수들이 빠져나간 것이 좋은 예다. 1군급 선수들을 대거 빼앗겼음에도 불구하고 아직까지 ‘화수분 야구’의 샘은 마르지 않았다는 평가가 대부분이다.
여기에 2000년대 중반 이후 한국시리즈 진출만 네 차례 일궜던 두산은 대표적인 강팀으로 자리 잡았지만 끝내 우승과는 인연을 맺지 못하고 있다. 공교롭게도 당시 팀을 이끌던 선수들을 하나 둘 정리에 나서고 있다. 결국 두산의 리빌딩은 새 술을 새 부대에 담아 다시 한 번 도약하겠다는 의지로 해석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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