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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준석, 0.1톤의 파급효과 '최적화 롯데 4번'


입력 2013.12.02 10:31 수정 2013.12.02 10:37        데일리안 스포츠 = 이일동 기자

포스트시즌 최다홈런 타이 '괴력 어필'

롯데, 고민 덜고 파괴력 시너지 효과 기대

0.1톤의 거구 최준석이 채운 건 배트 박스만이 아니라 롯데 클린업의 박스다. ⓒ 연합뉴스

한국시리즈가 끝난 게 벌써 한 달이다.

가장 마지막에 웃은 자는 삼성이었다. 3연속 한국시리즈 정상에 오른 삼성이 시리즈 주인이었지만, 가을을 지배한 것은 오히려 '미러클(Miracle)' 두산이다. 첫 2연승을 하고도 체력 저하와 부상 선수가 속출하면서 질주하던 두산의 엔진은 거기서 멈춰 섰다. 가장 눈부신 활약을 펼친 메탈은 단연 최준석(31·롯데)이었다. 단언컨대, 최준석은 가장 완벽한 '물질'이었다.


'이대호 같았던' 최준석의 가을

한국시리즈에서 무려 3개의 홈런을 터뜨리며 삼성 마운드를 압박했던 공포의 4번타자였다. 비단 한국시리즈뿐만 아니라 가을 전체를 관통했다. 말 그대로 가을의 사나이였다. 최준석은 가을야구 16경기에 출장, 타율 0.341 6홈런 9타점 맹타를 휘둘렀다.

정규시즌 타율 0.270 7홈런에 머물렀던 최준석은 한 시즌 전체 홈런에 버금가는 대포를 10월에 다 쏘아 올렸다. 자신의 정규시즌 타격 성적이 신통치 않았음에도 최준석의 가을은 분명히 인상적이었다.

잠실구장에서 밀어서 넘기고 또 잡아서 넘긴 최준석의 파워스윙 앞에서 구질과 코스는 장애가 되지 못했다. 최준석이 기록한 6홈런은 단일 포스트시즌 개인 최다홈런 타이(2001년 타이론 우즈) 기록이다. 오랜만에 진정한 'Mr.10월'을 만난 가을이었다.

상대팀 투수를 가릴 것 없이 강한 면모를 보인 최준석이 돋보인 결정적인 이유는 ‘큰 경기에 강한 4번타자’였다는 점이다. 우람한 체격과 괴력의 파워를 갖춘 최준석은 간결한 스윙 메커니즘으로 담장 밖으로 넘겨 보내는 능력이 탁월하다. 최준석은 마치 ‘롯데 빅보이’ 이대호 전성기를 연상케 했다.

봄 남자보단 가을에 강한 남자가 야구의 특성상 대접을 받는다. 최준석이 롯데와 4년 총액 35억 원(계약금 15억, 연봉 4억, 옵션 4억)의 특급 대우를 받고 친정 롯데로 금의환향한 이유다.


롯데 고민 '빅보이 공백'

포철공고를 졸업하고 롯데에 포수로 입단한 최준석은 거구의 몸집 때문에 포수 수비에 애로를 겪었다. 그 후 1루수와 지명타자로 전향했지만 이대호와 포지션이 겹쳤다. 롯데는 최경환을 받는 조건으로 최준석을 두산으로 보냈다. 최준석은 두산에 최적화된 타자로 성장했다.

그동안 롯데는 많은 변화가 있었다. 절친이자 선의의 라이벌이던 이대호는 일본으로, 홍성흔마저 두산으로 떠났다. 김주찬(KIA)도 줄줄이 FA로 이적, 그야말로 롯데 타선은 손아섭의 원맨쇼에 만족할 수밖에 없었다.

롯데가 자랑하던 화끈한 야구의 맥이 끊기면서 사직구장도 덩달아 썰렁해졌다. 무엇보다 배트 박스를 꽉 채우던 '빅보이' 이대호의 빈자리가 너무 컸다. 4번 같은 4번이 없는 게 롯데의 가장 큰 문제였다. 롯데가 친정인 최준석은 롯데 4번에 최적화된 FA였다.

최준석 가세로 작년 김대우, 전준우 등 4번 실험을 지속해야 했던 김시진 감독 입장에선 가장 큰 걱정거리를 덜었다. 더구나 손아섭에 실린 부담을 완화시키고 클린업의 좌우 밸런스를 확보한다는 장점도 있다.

0.1톤의 거구 최준석이 채운 건 배트 박스만이 아니라 롯데 클린업의 박스다. 손아섭과 최준석, 그리고 외국인 타자로 구성될 클린업 조합이면 작년보다 예측 가능한 야구가 가능할 전망이다.


최준석 '최적화된 롯데 4번'

롯데 10번은 아무나 달 수 없는 번호다. 작년엔 신인 송창현이 과감하게 그 10번을 달았지만 바로 한화 김응용 감독의 부름을 받았다. 다시 리치몬드가 10번을 달았지만 부상으로 퇴출된 마의 등번호다.

절친 이대호는 최준석의 롯데행이 결정된 뒤 마치 자신이 친정으로 복귀한 마냥 기뻐했다. 자신의 등번호 10번을 최준석에게 권유했지만 최준석은 롯데의 상징 10번에 부담을 가졌다. 혹시 친구에게 누가 되진 않을까 고심하는 모양새다.

두산 시절 10번을 달고 가을 사나이가 된 최준석조차도 롯데의 10번은 부담이다. 10번 대신 다른 등번호를 요구하고 있다. 오릭스를 떠난 이대호는 다시 부산으로 돌아오지 않는다. 자신의 등번호 10번을 최준석에게 선뜻 권유한 것은 자신이 떠난 롯데의 4번타자, 10번의 빈자리를 절친이 채워주길 바라는 마음이 컸다.

최준석은 이대호의 절친이 아닌 최준석 그 자체로 롯데팬들에게 복귀 인사를 하고 싶은 모양이다. 10번을 달던 다른 번호를 선택하든 롯데팬은 내년 최준석의 타석에서 이대호 데자뷰를 기대하고 있다. 배트 박스에 꽉 채운 최준석의 우람한 체구에서 빅보이의 추억을 다시 살려낼지도 모른다.

두산 빅보이는 이제 친정 롯데의 빅보이로 돌아왔다. 떠나기 전엔 무명에 백업의 설움을 받았지만 지금은 다르다. 총액 35억의 성공한 FA, 위풍당당한 4번타자로 돌아왔다. 최준석에겐 20번을 달고 뛰던 롯데 시절의 후보가 아닌 주전으로 새 출발에 나선다.

첫 FA를 맞이한 올해 최적화된 10월을 만끽한 최준석, 동시에 롯데는 4번 빅보이를 10월 두산에서 발견했다. 최준석이 7년 상경기를 끝내고 4번타자에 최적화된 타격을 자랑하며 친정에 복귀하게 된 결정적 계기다. 가장 롯데 4번타자 다운 모습을 부산 팬들에게 유감없이 뽐낼 수 있을지 새 봄이 기대되는 이유다.

이일동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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