잇단 '트러블메이커'에 머리 지끈지끈 민주당
조경태 시작으로 정청래 장하나 양승조까지…다음은 또 누구?
[기사수정 : 2013.12.10.12:30]
민주당이 당내 ‘트러블메이커(troublemaker·말썽꾼)’들로 인해 곤혹스러운 모습이다.
각 의원들은 하나의 헌법기관으로서 자신의 소신대로 정치적 발언을 할 수 있지만, 그 수위가 당론을 넘어서 국민의 정서에 반하거나 당 지도부 등과 상의하지 않은 갑작스러운 발표일 경우엔 당의 안위를 위협할 수 있다. 최근 들어 이러한 성향의 발언들이 쏟아지면서 당은 당황스러워 하고 있다. 당내 한 관계자는 “진보는 분열로 망한다”는 경고도 남겼다.
근래 ‘대선불복’, ‘선친 전철 답습’ 발언으로 각각 논란을 일으킨 장하나 의원, 양승조 최고위원과는 결이 다르긴 하지만, 그간 ‘소신발언’이란 명목으로 종종 눈길을 받았던 인사로는 조경태 최고위원이 첫손에 꼽힌다.
조 최고위원은 당 지도부에 속하면서도 지도부가 추진한 천막당사, 국가정보원 대선개입 사건 특별검사제 도입, 새누리당의 기초선거 정당공천 폐지 촉구 등에 반기를 들고 자신의 의견을 밝혀왔다. 이로 인해 아침마다 열리는 당 회의 때 그의 발언 순서가 돌아오면 일순간 묘한 분위기가 감돌기도 한다.
특히 조 최고위원은 같은 당 문재인 의원의 저격수를 자처하면서 비판의 눈초리를 받아왔다. “옳은 말을 한다”는 등 당 안팎의 응원도 있긴 하지만, 임계점을 벗어났다며 “당내 분열을 조장하는 야당 내 여당”이라는 식의 의견도 심심찮게 나오곤 한다. 이 때문에 우원식 최고위원, 정청래 의원 등과 신경전을 동반한 입씨름을 벌인 적도 있다.
그러나 정 의원 또한 만만찮다는 평을 받는다. 정 의원은 자신의 트위터를 통해 의견을 개진하는 ‘트위터 정치’를 하고 있는데 그 발언이 ‘소신’과 ‘불편함’ 사이를 넘나들고 있기 때문이다. 정 의원은 지난 8일 불거진 장 의원의 ‘대선불복’ 발언과 관련, 장 의원을 옹호하면서 뜬금없이 “내가 당 지도부면 이적행위 해당분자 조경태를 징계하겠다”고 공격했다.
아울러 그는 당 지도부가 사건을 주시하고 있는 가운데 김무성 새누리당 의원이 이전에 고 노무현 전 대통령을 인정하지 않았다면서 “출당조치 하라”고 주장하고 나섰다. 앞서 여야의원들이 불우이웃 성금을 마련하기 위한 크리스마스 캐럴 음반을 내겠단 훈훈한 소식엔 “지금 상황이 여야의원들이 모여 X마스 캐럴 합창할 때인가”라며 독설을 남기기도 했다.
그는 김한길 당대표가 “대한민국을 조국으로 생각하지 않는 무리들을 절대로 용납하지 않을 것”이라며 ‘종북논란’이 인 통합진보당과 선을 긋고 있는 와중에 화기애애한 분위기를 연출해 논란이 되기도 했다. 또 국정원 국정조사 야당 측 간사일 당시엔 국조 구성원들을 이끄는데 설왕설래한다는 혹평 및 당 지도부와도 소통이 매끄럽지 않다는 등 ‘우왕좌왕하는 강경파 리더십’이 도마 위에 오른 바 있다.
하지만 누구보다 ‘핫한 말썽꾼’은 19대 청년 비례대표로 국회에 입성한 장 의원이다.
제주해군기지와 밀양송전탑 사건 등에서 강경한 입장을 내세워왔던 장 의원은 8일 18대 대선이 국정원 등 국가기관의 개입으로 치러졌다며 박 대통령의 사퇴를 촉구하고, 내년 6.4지방선거 때 대선 보궐선거를 치러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는 지난 대선의 불공정성은 지적하지만, 대선불복에 대해선 일축하는 당론과는 완전히 상반된 내용이다.
당은 당황스러워하며 곧바로 “개인의견”으로 선을 그었고, 장 의원은 당론과 다른 입장을 개진한데 대한 책임을 지고 원내부대표직을 사퇴했다. 그러나 논란은 지속되고 있다.
여기에 양승조 최고위원이 ‘또 다른 말썽꾼’으로 가세했다.
그는 9일 당 최고위회의에서 박 대통령의 아버지인 고 박정희 전 대통령의 암살사건을 언급하며 “박 대통령은 박 전 대통령의 교훈을 타산지석으로 삼아야한다”고 발언했다. 해당 발언은 ‘암살발언’으로 불리며 파장을 일으켰다. 박수현 원내대변인은 이날 기자들과 만나 공개최고위회의 전 열리는 비공개사전회의에서 해당 발언에 대한 논의는 없었다고 했다.
당은 “진의를 호도하고 있다”며 양 최고위원을 감싸긴 했으나 논란이 증폭되자 장 의원과 마찬가지로 양 최고위원의 발언도 “개인의견”이라고 선을 긋는 등 사태수습에 나서는 모습이다. 두 인사의 발언으로 심기가 불편한 새누리당은 10일 열리기로 했던 국정원 개혁특위를 무기한 연기한다고 했다. 이날 특위에선 남재준 국정원장의 비공개 업무보고가 있을 예정이었다.
아울러 지난 대선 당시 후보로 활약한 문재인 의원도 종종 ‘말썽꾼 대열’에 합류하곤 한다.
당 지도부는 지난 10월 문 의원이 ‘대선불공정 성명’을 낸다고 하자 만류한 것으로 알려진다. 이보다 앞서 고 노무현 전 대통령의 ‘NLL포기발언’ 논란이나 ‘NLL회의록 실종사건’ 당시 당은 문 의원이 개인의견을 내는데 탐탁지 않단 반응을 보였지만, 그는 끝내 의견을 내놨다. 일련의 사건들과 관련, 일각에선 “문 의원이 당에 피해를 준다”는 비판의 목소리가 나왔다.
한편, 민주당은 문제가 있긴 하지만 각 의원들의 의견을 통제할 순 없다는 입장이다.
9일 기자들과 만난 박 원내대변인은 “(9일이) 국정원 개혁특위가 시작되는 날이기 때문에 (장 의원의 발언 등을 두고) 상대방에게 종북·대선불복 프레임의 빌미를 주는데 안타까워하는 의견들이 있을 것”이라며 “(그러나) 그런 프레임이 강하게 작동되는 시점이란 걸 당 의원들이 잘 알고 있기 때문에 스스로 (옳은) 판단을 할 것이라 생각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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