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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와대가 불통인가 불법파업 노조가 불통인가


입력 2013.12.25 10:01 수정 2013.12.25 10:07        김아연 기자

시민단체 "공기업 개혁은 김대중 정부 때부터 논의"

"독점만이 안전하다는 노조 논리 설득력 없어"

민주노총 조합원들이 23일 오후 서울 중구 정동 민주노총 사무실 앞에서 열린 ‘민주노총 결의대회 평화대행진’에서 구호를 외치며 박근혜 정부 퇴진, 철도민영화 저지, 민주노총 불법난입을 규탄하고 있다. ⓒ데일리안 홍효식 기자

“철도노조 파업을 지켜보면 외부세력과 연계해 정부를 상대로 정치투쟁을 벌이는 양상이다.”

철도노조 파업이 16일째로 접어들면서 국민들의 불편이 가중되고 있는 가운데 이번 사태가 벌어진 배경에 철도노조가 파업을 정쟁의 수단으로 이용해 자신의 잇속을 챙기려는 ‘꼼수’가 내재된 것이라는 비판도 거세지고 있다.

코레일 산하에 KTX 자회사를 설립하려는 정부 정책에 반발해 지난 9일부터 파업에 돌입한 철도노조는 ‘민영화 반대’ 구호를 앞세우는 한편 실질적으로는 6.7% 임금인상 및 정년연장을 요구하고 있다.

아울러 정부가 불법파업을 주도한 철도노조 지도부에 대한 체포영장 집행을 위해 지난 22일 민주노총 본부를 강제 수색하자 “정부가 철도파업을 공권력으로 탄압한다”며 정부를 규탄하고, 민주노총은 오는 28일부터 총파업에 돌입하겠다고 밝혔다.

이번 사태에 대해 대부분의 전문가들은 철도노조가 시대의 흐름인 경쟁체제를 거부한 채 파업을 이슈화시켜 현 정부에 대한 정치투쟁을 벌이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양준모 연세대 경제학과 교수는 “철도노조가 파업을 외부세력까지 연계하여 거대한 정치투쟁 담론으로 키워가는 것으로 보인다”면서 “불법파업으로 산업계와 시민들에게 끼치고 있는 피해에도 불구하고 파업을 멈추지 않는 것은 다른 정치적 의도가 있는 것이 아니겠느냐”고 말했다.

박주희 바른사회시민회의 사회실장도 “철도노조의 파업은 국민을 가운데 두고 정부와의 관계에서 정치적 상황을 전개하려는 것”이라며 “공기업 구조개혁의 필요성은 이미 김대중정부 때부터 충분히 논의됐기 때문에 파업의 명분이 될 수 없는 사안”이라고 비판했다.

박 실장은 이어 “독점체제만이 공공성을 갖추고 안전하다는 철도노조의 논리는 더 이상 설득력이 없다”며 “다른 어느 국가에서도 독점체제로 철도를 운영하는 곳은 거의 없다. 쌓여 있는 부채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코레일도 자회사 설립을 비켜갈 수 없다”고 지적했다.

현재 코레일은 17조6000억원에 달하는 부채를 떠안고 있고, 지난해에만 3384억원의 적자를 냈다. 국토교통부는 2020년까지 코레일의 부채가 약 20조원에 이를 것으로 예상하고 있고, 이는 결국 국민들에게 부담이 돌아갈 수밖에 없어 악순환의 고리를 끊어내기 위해서는 경영효율화가 시급하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양 교수는 “코레일은 부채를 줄여야만 한다는 시대적 압박을 갖고 있다. 자회사를 설립하고 경쟁체제를 도입해 하루빨리 경영을 효율화 및 정상화 시켜야 하는데 언제까지 이를 미룰 것인지 모르겠다”고 꼬집었다.

정부 소통부족? "대통령·총리·관계부처 장관까지 나서 충분히 전달"

일각에서는 정부가 “민영화와 무관한 일이다”, “경쟁 시스템과 인력 구조조정으로 경영을 효율화시키려는 목적이다”라는 등 철도노조 주장에 해명하는 수준의 소통에 그치고 있다는 지적도 나왔다.

자회사 설립의 정당성 및 국가 이익에 대한 구체적인 설명보다는 “민영화와 무관하다”는 정부의 초지일관이 오히려 국민들이 민영화에 대한 나쁜 인상을 갖게 되고, ‘민영화는 곧 요금인상’이라는 노조의 논리에 설득 당하도록 만들었다는 것이다.

이에 대해 전문가들은 정부가 정당성 없는 불법파업이 벌어지는 동안 정부의 입장을 충분히 국민들과 철도노조에 전달했다고 분석했다.

박 실장은 “공기업의 방만한 경영 실태, 특히 코레일의 부채 문제는 오랜 시간동안 되풀이되어 온 논란거리였고, 박근혜 대통령을 비롯하여 국무총리, 안전행정부·국토교통부 장관까지 나서 정부의 입장을 계속해서 밝혀왔다”고 말했다.

박 실장은 오히려 정부의 소통부재를 걸고넘어지는 것은 좌파언론이나 노조의 전통적인 전략이라고 분석했다. “전략에 휘말려 이 시점에서 정부가 뒷걸음친다면 양측이 팽팽히 맞서는 현재 상황에서 불법을 자행하고 법치를 흔드는 세력의 손을 잡아주는 것”이라며 “정부가 더 강경하고 엄중히 대응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김정호 연세대 경제대학원 특임교수도 “정부가 누누이 KTX 자회사 설립의 필요성과 민영화가 아니라는 입장을 밝혔음에도 귀를 막고 있는 것은 파업세력”이라고 지적했다.

아울러 그는 “철도파업은 이미 철도노조만의 문제가 아닌 지금까지 특권을 누려온 좌파세력들까지 개입된 문제이기 때문에 이들은 어떤 식으로든 ‘공권력 동원하는 탄압 정부’로 여론을 몰고 갈 것”이라면서 “정부는 법치주의에 더욱 입각해 엄연히 불법행위를 저지른 이들에 대해서는 법대로 처벌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국무총리 "철도파업 관련 정부입장 홍보 강화" 지시

한편 정홍원 국무총리는 관계장관회의를 24일 열고, 철도파업과 관련한 정부 입장에 대해 대국민 홍보를 더욱 강화할 것을 지시했다.

현오석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서승환 국토교통부 장관, 유정복 안전행정부 장관 등 7개 부처 장관과 이성한 경찰청장 등이 참석한 이날 회의에서는 17조6000억원에 달하는 코레일의 부채를 줄이기 위해서는 자회사 설립 및 경쟁체제가 불가피하고, 철도파업의 불법적인 측면에 대해 집중적으로 홍보한다는 방침이 논의됐다.

아울러 정부는 철도노조와 야권에서 요구하고 있는 철도 민영화 금지법 제정 문제와 관련, “국가 외의 투자를 원칙적으로 제한하기 때문에 입법기술상 한미 자유무역협정(FTA)에 위배된다”며 수용불가 입장을 표명했다.

정 총리는 또한 파업 종료 시점까지 국무조정실장을 팀장, 관계부처 차관을 팀원으로 하는 ‘철도파업 관련 정부 대책 태스크포스(TF)’를 즉각 구성하여 철도 운행감축에 따른 국민들의 불편을 최소화하겠다고 밝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민주노총은 오는 28일 10만명의 인원을 동원해 민영화 반대 총파업 연대투쟁에 나서겠다고 선언한 상태이다.

민주노총은 “경찰의 진압 작전을 강행한 박근혜정부 퇴진운동도 함께 벌이겠다”며 투쟁 의지를 드러내고 있다. 화물연대와 전국금속노동조합, 한국노동조합총연맹까지 민주노총의 총파업에 동참하겠다고 밝혀 철도파업을 둘러싼 정부와 노동계의 긴장이 고조되고 있다.

김아연 기자 (withaykim@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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