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집스러운 트리플 악셀로 척추에 무리
요통 여파로 전일본선수권 3위 '자초'
피겨 스케이팅이 이렇게 위태롭고 고통스러운 스포츠였나.
아사다 마오(23)의 연기를 보노라면, 관객은 마치 전쟁터에 나간 군인을 둔 부모의 심정이다. 일본 중계방송 캐스터는 비장함까지 담아 “이번에는 승리(성공)할 것인가”라고 분위기를 돋우지만, 반복된 실패에 “아~” 외마디 탄식을 내지른다.
아사다는 이번에도 패잔병이 돼 돌아왔다. ‘요통’에 시달렸다고 밝힌 아사다는 지난 23일 끝난 전일본선수권서 실수를 연발하며 3위(199.50점)에 머물렀다. 대회 우승은 격정적 연기를 펼친 스즈키 아키코(215.18점)가 차지했고, 19살 기대주 무라카미 카나코(202.52점)가 뒤를 이어 2위에 올랐다.
'진통제 투혼' 아사다는 만원 관객 앞에서 특유의 미소를 잃지 않았다. 그러나 어딘가 부자연스러워 보였다. 목뼈에서 엉덩이 골로 이어지는 척추가 문제였다. 올 시즌 그랑프리 대회 내내 아사다를 괴롭힌 척추 추간판 이상으로 발생한 요통이다. 아사다는 “대회 전부터 아팠다”며 “3위 성적표는 (허리통증으로) 충분한 연습을 하지 못한 결과”라고 아쉬워했다.
요통의 직접적 원인 중 하나는 잘못된 자세다. 아사다의 잘못된 습관은 구겨진 트리플 악셀이다. 아사다는 완충 없는 빙판서 외날 구두를 신고 체중까지 실어 수천 번 척추를 비틀어 이른바 ‘꽈배기 악셀’을 시도했다.
사실 트리플 악셀은 여자 선수에겐 굉장히 부담스런 기술이기도 하다. 자타공인 ‘완벽한 트리플 악셀’ 이토 미도리조차 현역 말년 무릎 통증으로 울면서 피겨를 탔다. 안도 미키 역시 지난 2002년 ‘당시 15세’ 나이로 쿼드러플 살코(4회전)를 소화했지만 후폭풍은 거셌다. 고관절 부상, 습관성 어깨 탈골로 고난도 점프에 대한 미련을 접었다.
반면, 아사다는 무모하리만치 고난도 점프에 집착한다. 이런 아사다를 두고 일본 언론은 “김연아 타도를 위한 불가피한 선택이다. 트리플 악셀은 단일 점프 중 가장 높은 기본점수(8.5)를 준다”고 평가한다.
문제는 아사다의 올 시즌 트리플 악셀 성공률이 제로(0%)라는 사실이다. 자존심에 상처 입은 아사다는 시즌 내내 우격다짐으로 트리플 악셀을 뛰었다. 자연스럽게 요통이 찾아왔다. 소치 올림픽을 앞두고 “김연아 타도”를 외치기 전에 “요통 타도”를 외쳐야 할 판이다.
아사다에게 피겨는 고난의 행군이 됐다. 아사다 연기를 보면 피겨가 이렇게 불행한 스포츠였는지 의문이 든다. ‘피겨퀸’ 김연아는 스케이트 타는 순간 세상을 다가진 것처럼 행복해 보인다. 한때 거식증으로 사경을 헤맸던 스즈키 아키코도 마찬가지다.
반면, 아사다는 보는 이로 하여금 ‘식은 땀’나게 만든다. 결국, 승산 없는 트리플 악셀에 집착한 아사다가 불구덩이로 돌진한 꼴이 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