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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IA 공격개시 단초 '슈퍼소닉 부활'


입력 2013.12.29 10:25 수정 2013.12.30 11:41        데일리안 스포츠 = 이일동 기자

‘3년 연속 60도루’ 기량이면 이적 공백 최소화

최희섭-브렛필 앞에서 김주찬과 스피드업 기대

이대형 ⓒ 사진제공 = 더그아웃매거진

한화이글스 김응용 감독이 해태 감독 시절 인기를 끈 말이 있다.

'동열이도 없고 종범이도 없고'다. '~도 없고 ~도 없고'의 포맷은 선풍적인 히트를 쳤다. 야구계 뿐 아니라 사회 각 분야의 탄식 패러디에 ‘애용’될 정도로 반향을 일으킨 바 있다. IMF로 무너진 한국 사회를 대변하는 상실과 허무의 상징으로 인식되기도 했다.

1997시즌이 끝난 뒤 선동열에 이어 이종범까지 주니치에 진출, 김응용 감독의 장탄식이 이어진 바 있다. 당시 모기업 해태는 IMF 위기로 재정 위기가 찾아왔고, 구단은 선수 보강은커녕 선수를 타 구단에 팔아 구단 운영 자금을 충당하는 아픔을 겪기도 했다.

16년 뒤 상황이 바뀌었다. 이제는 '~도 없고'의 주체였던 선동열 감독이 장탄식을 늘어놓을 처지에 놓였다. 바로 KIA 붙박이 리드오프 이용규의 FA 이적 때문이다. 이용규는 공교롭게도 스승 김응용 감독의 한화 유니폼을 입게 됐다.

에이스 윤석민마저 미국 진출을 타진 중이고, 또 국내 잔류 시에도 KIA 잔류 가능성조차 불투명하다. 이제는 ‘용규도 없고 석민이도 없는’ 2014시즌을 대비해야 할 처지다. 이용규의 FA 이탈을 대비, KIA는 작년과 올해 나름의 대비를 했다.

작년에는 김주찬을 영입해 이용규로 인한 외야 공백을 사전에 대비했고, 준족의 외야수 이대형을 FA로 영입 사후 보강도 끝냈다. 나름 이용규의 이탈 가능성에 대해 완벽하게 대비한 셈. 관건은 이대형 활약 여부다.

3년 연속 60도루의 대업을 달성한 대도 시절로 복귀한다면, 이용규의 이적 공백은 최소화될 수 있다. 관건은 출루율이다. 이대형은 최근 3년 동안 극심한 타격 침체와 더불어 출루율이 급격하게 떨어졌다. 2011시즌 6월 롯데전에서 김수완(두산) 투구에 맞아 복사뼈에 실금이 간 후 상승 페이스가 꺾였다.

이후 이대형은 도루 시도 횟수도 줄었고 타격 슬럼프에도 빠졌다. 출장 기회마저 줄어든 이대형은 백업 중견수 혹은 대주자로 활용되는 처지로 전락했다. 이제는 대주자와 백업이 아닌 테이블 세터로 복귀해야 KIA의 공격 물꼬가 트인다.

이대형은 2003년 신인 드래프트에서 LG에 지명됐고 이용규는 한 해 뒤인 2004년에 LG에 지명됐다. 좌호타준족의 좌타 외야수로 포지션이 겹친 LG는 체격조건이 빼어난 이대형을 낙점, 이용규는 KIA로 트레이드했다. 광주가 고향인 이대형은 LG에서, 서울이 고향인 이용규는 KIA에서 중심선수로 성장했다.

이대형의 KIA행은 이용규의 한화행에 따른 선수 공백 때문이다. 둘의 묘한 인연은 FA에서 한 번 더 얽혔다. 둘의 질긴 인연은 이대형이 이용규의 빈자리를 메우느냐 여부에 따라 재차 부각될 수도 있다. 발은 이대형이 빠르고 타격은 이용규가 앞선다는 게 중론이다.

출루율과 함께 끌어올려야 할 게 또 있다. 바로 도루 성공률이다. 이대형의 별명인 슈퍼소닉이 무색할 정도로 올 시즌 도루 성공률(59%)은 좋지 않다. 22차례의 도루 시도 중 성공한 도루는 13개, 무려 9번의 도루 실패가 있었다. 테이블 세터로 나서 상대 내야를 휘저으려면 최소 70% 이상의 도루 성공률은 기록해야 한다.

이대형이 하루 빨리 지워야 할 트라우마도 있다. 바로 두산과의 플레이오프 3차전 9회 홈에서 당한 주루사다. 9회 1사 2루 상황에서 2루주자 이대형은 정성훈의 좌전 안타 때 홈으로 파고들다 김현수의 완벽한 어시스트와 최재훈의 철벽 블로킹에 막혀 결정적인 주루사를 당했다. 이대형의 발이 살아나려면 일단 나쁜 기억부터 치유할 필요가 있다.

LG보단 KIA가 이대형에겐 기회의 땅이 될 가능성이 크다. 박용택과 이진영, 정의윤 등 내로라하는 외야수가 포진한 LG에 비해 상대적으로 KIA 외야는 경쟁이 덜한 편이다. 좌익수는 김주찬, 우익수는 신종길 중견수는 이대형에게 기회가 일단 주어질 전망이다.

백업으로 밀린 뒤 잃어버린 타격감과 자신감을 끌어올릴 수 있는 여건이 KIA에선 제공된다는 점. 부활을 꿈꾸는 이대형으로선 최적의 조건이다. 고향인 광주에서 편한 마음으로 야구를 하게 됐다는 점 역시 LG에선 누리지 못한 심리적인 안정감이다.

이대형이 김주찬과 더불어 테이블세터를 구축하는 데 성공한다면, KIA 라인업 짜기는 훨씬 수월해질 수 있다. 클린업에 이범호와 나지완, 그리고 최희섭과 외국인 타자 브렛 필이 버티고 있다. 최희섭과 브렛 필은 플래툰을 통해 1루와 4번을 분담할 가능성이 크다.

우타자인 김주찬과 좌타 이대형의 조합이 기동력을 살린다면 브렛 필과 최희섭 장타에 기대를 걸 수 있다. 짜임새 있는 상위 타선이 형성될 수도 있다는 얘기다. 결국, 그 단초는 이대형이 쥐고 있다. 이대형이 3년 연속 60도루를 하던 시절의 감각을 회복한다면 침체된 KIA 야구의 활력은 이대형을 통해 되찾을 수도 있다. '슈퍼소닉' 이대형이 2014시즌 KIA 공격 야구의 키워드인 이유다.



이일동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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