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포 외국인타자 공습…우려하는 피해는?
홈런 경쟁 탄력 등 새로운 흥밋거리
1루 쏠림으로 경쟁 치열..수비 약화도 우려
올해 프로야구에서 가장 눈에 띄는 변수 중 하나는 바로 외국인 타자들의 가세다.
KBO가 올해부터 외국인 선수제를 기존 2인에서 3인으로 확대하면서 한 명 이상은 반드시 타자를 영입하도록 규정, 그동안 집안싸움에 그쳤던 토종 타자들도 새로운 경쟁체제에 놓이게 됐다.
외국인 타자의 영입은 역시 공격력 강화, 특히 홈런 증가가 초점이다. 그동안 프로야구는 30홈런 이상 보장할 대형 거포 부재로 아쉬움을 느껴왔다. 힘과 기술, 그리고 풍부한 경험을 갖춘 빅리그 출신 외국인 타자들의 공습으로 팀마다 좀 더 다양한 스타일의 야구가 가능해졌고, 홈런 타이틀 등 개인 타격 기록 경쟁에도 탄력이 붙을 전망이다.
외국인 선수제가 도입된 초창기에는 사실 투수보다 타자의 비중이 더 컸다. 타이론 우즈, 펠릭스 호세, 제이 데이비스, 클리프 브룸바 같은 타자들은 탁월한 기량과 쇼맨십 등을 두루 갖춰 국내 선수 이상의 인기를 누렸다. 스타일도 단지 홈런이나 장타를 노리는 거포형 타자뿐만 아니라 기동력과 수비까지 갖춘 호타준족형이 다수 등장했다.
올해 프로야구 외국인 타자 키워드는 '거포'다.
호르헤 칸투(두산), 브랫 필(KIA), 루크 스캇(SK), 루이스 히메네스(롯데) 에릭 테임즈(왼쪽) 등이 대표적이다. 스타일상 대체로 1루수가 주 포지션이다. 내야나 외야 수비가 가능한 선수들도 있지만, 사실 공격에 비해 수비력은 아직 검증되지 않은 선수들이 많다. 수비가 아쉽더라도 지명타자 제도라는 수단이 있다.
타격을 받는 것은 그만큼 외국인 거포들과 포지션이 겹치는 토종 1루수와 지명타자 전문요원들이다. 대표적인 것이 KIA와 롯데다. 브렛 필을 영입한 KIA는 기존 1루 자원인 최희섭과 김주형의 입지 축소가 불가피하다. 최희섭은 잔부상으로 풀타임을 소화하지 못한 지 오래됐고, 김주형은 성장이 더디다. 롯데도 히메네스와 최준석까지 가세하며 지난 시즌 주전이었던 1루수 박종윤 입지가 좁아질 수밖에 없게 됐다.
다른 팀들 사정도 크게 다르지 않다. NC 에릭 테임즈나 넥센 비니 로티노는 외야자원들인데 두 팀 모두 이 포지션에 국내 선수층이 풍부하다. 고만고만한 선수들이라면 로테이션으로 어느 정도 안배가 가능하지만, 이종욱-이택근 같이 확실한 주전급 선수가 있는 팀들은 함부로 포지션을 이동하기 어렵다. 외국인 선수들과의 경쟁에서 밀린 선수들은 생존을 위해 포지션 전환까지도 감안해야한다.
많은 이들이 가장 우려하는 것은 수비 약화다. 공격이 좋은 외국인 선수들이 수비까지 겸비하면 바랄 나위 없지만, 모든 면을 만족시키기는 어렵다. 타선 강화를 위해 공격력이 좋은 선수들 위주로 라인업을 꾸리다보면 상대적으로 포지션이 겹치는 선수들이나 수비에 더 강점을 보이는 선수들이 손해를 볼 수밖에 없다. 선수층이 두꺼운 팀과 외국인 선수에 대한 의존도가 높은 팀들 스타일에 따라 확실한 차별화가 이뤄질 가능성이 높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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