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병호 쇼' 저지할 용병 거포는
홈런왕 박병호, 외국인 타자 가세로 '업그레이드 경쟁'
칸투-스캇-테임즈 등 대항마 많아
넥센 염경엽 감독은 최근 "넥센은 외국인 타자 둘을 보유한 팀"이라는 농담을 던졌다.
넥센은 작년 오릭스에서 이대호와 한솥밥을 먹은 비니 로티노를 외국인 타자로 영입했다. 나머지 한 명은 바로 2년 연속 정규시리즈 MVP에 선정된 박병호(28·넥센)다. 박병호는 현재 국내 프로야구 자타공인 최고의 타자다. 타격 재능이나 파워는 국내 최정상급, 속된 말로 '용병'급이다.
2012시즌 31홈런을 터뜨리며 타점왕과 장타율 1위 등 타격 부문 최고 타자로 각광을 받았던 박병호는 MVP 영광이 우연이 아님을 입증했다. 2013시즌 홈런은 무려 37개로 늘어났고, 타점도 117개로 점프했다. 장타율도 6할대(0.602)에 올라섰다.
'신개념 홈런왕' 박병호 전성시대
2011시즌 도중 LG서 넥센으로 트레이드된 박병호는 넥센에서 '주전 기회'를 보장받자 숨었던 거포 본능이 되살아났다. 성남고 3학년이던 2004년 고교생 최초로 4연타석 홈런의 대기록을 수립했던 '될 성 부른 떡잎' 박병호는 LG에 입단한 뒤 치열한 포지션 경쟁에 밀려 자신의 잠재력을 꽃피우지 못했다.
그러다 기회의 땅 넥센에서 당시 김시진 감독의 파격적 주전 기용 덕분에 박병호의 호쾌한 스윙은 정상궤도에 올라섰던 것. 이후 박병호는 '도루하는 4번'이라는 신개념 거포의 선두주자로 등장, 넥센의 상승세를 이끌었다. 그해 20-20클럽에 가입, 호타준족의 대명사로 각인되기 시작했다.
2013시즌 박병호는 부상 위험이 큰 도루 시도를 줄이는 대신 거포의 본업인 장타력 향상에 치중했다. 그 결과 홈런은 전년보다 7개 늘어났고 장타율도 6할 고지에 올라섰다. 덕분에 우타 라이벌 최정(SK)와 2011시즌 홈런왕 최형우(삼성)을 따돌리고 2년 연속 홈런왕 타이틀을 거머쥐게 된 것.
하지만 박병호의 올해는 홈런왕 타이틀을 자신할 수 없는 상황이다. 메이저리그 출신 거포들이 속속 입단, 박병호와 홈런왕 경쟁을 제대로 펼치게 됐다. 이런 위기감은 박병호만 타깃으로 정조준했던 최정이나 최형우도 마찬가지다.
이제는 소수의 국내 타자들끼리 홈런왕 경쟁을 펼치는 게 아니라 완전경쟁시대로 접어들게 됐다. 세 선수의 경쟁 국면에서 이제는 국내선수와 외국인 선수의 자존심 경쟁으로 국면 전환이 발생했다. 홈런 경쟁의 판이 커지고 구도도 다양화됐다. 덕분에 야구팬들의 홈런 레이스 관전은 흥미가 배가됐다.
박병호 새 대항마 '외인 4인방'
우선 박병호에 대항할 외국인 타자는 두산의 호르헤 칸투가 유력하다. 멕시코 출신인 칸투는 메이저리그 8년 동안 통산 104홈런을 터뜨린 강타자다. 통산 타율이 0.271에 이를 정도로 정교함도 평균 이상이다. 극단적인 오픈 스트라이드 자세에서 폭팔적인 스윙을 구사하는 칸투는 외형이나 스윙만 보면 박병호와 가장 흡사한 외국인 타자다.
칸투(Cantu)보단 '캔투(Can-Too)'라는 애칭으로 불렸던 칸투는 메이저리그가 아닌 한국에서도 또 할 수 있다는 것을 2014시즌 몸소 입증한다는 각오다. 칸투는 특유의 친화력으로 두산 애리조나 캠프에 미리 합류, 팀 동료와 케미스트리 쌓기에 나섰다. 팀 적응도가 높으면 높을 수록 한국에서 성공할 확률은 커진다.
SK가 영입한 루크 스캇의 메이저리그 경력은 칸투보다 더 화려하다. 메이저리그 통산 9년 동안 135홈런을 기록, 칸투에 비해 다소 장타력은 앞선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통산 타율 0.258을 기록한 스캇의 정교함은 칸투에 비해 약간 열세라는 평가. 타격자세는 칸투보다 스캇이 더 안정적이다. 박정권-이명기-한동민 등 기존의 좌타자와 더불어 장타와 정교함 두 마리 토끼를 잡는 사냥꾼이 될 확률이 커 보인다.
롯데 루이스 히메네스는 몸집만 보면 가장 위협적인 홈런왕 경쟁자다. 191cm의 큰 키에 127kg의 육중한 체구에서 뿜어져 나오는 스윙의 파괴력은 이대호 못지 않다. 문제는 유인구에 약하다는 점. 파워 스윙을 보유하고도 메이저리그 승격이 힘들었던 이유다. 마이너리그 11년 통산 154홈런을 기록한 파워 배팅이 최준석과 좌우 시너지효과를 일으키면 사직을 흥분시킬 수도 있다. 롯데가 가르시아의 재림을 기다린 지 오래다.
NC가 영입한 에릭 테임즈는 하향세인 칸투와 스캇과는 달리 유망주다. 토론토 블루제이스에서 2년 동안 메이저리그에서 활약한 테임즈는 2년 동안 21홈런을 기록할 정도로 장타력을 갖춘 외야 유망주였다. 좌타자 테임즈는 체구에 비해 큰 스윙을 구사한다. 이 스윙이 마산구장의 짧은 펜스와 화학반응을 일으키면 의외의 홈런포가 양산될 가능성이 크다. 스윙의 궤적이나 크기로 보면 스캇보다 테임스가 좌타 거포로 안착할 가능성이 커 보인다.
2014 홈런왕 경쟁 '완전경쟁'
이들 외에 브렛 필(KIA)도 있고 펠릭스 피에(한화), 로티노(넥센)도 있다. 이들은 거포형이 아니라 중장거리타자로 분류되고 있다. 특히, 피에는 제이 데이비스와 같이 공수주에 두루 능한 외야수 감이다. 그 외에도 내외야 포지션이 가능한 아마이코 나바로(삼성)과 조쉬 벨(LG)도 내년 활약이 기대되지만 거포형은 아니다.
2014시즌 박병호와 경쟁할 외국인 타자들은 칸투와 스캇, 그리고 테임즈가 될 확률이 현재로선 크다. 하지만 스프링캠프를 치르면서 국내 투수의 투구 패턴과 구질에 적응 여부에 따라 이들의 성적은 달라질 공산이 크다.
토종 자존심 박병호의 수성이냐 아니면 새 외국인 홈런왕의 등장이냐. 최정과 최형우도 호시탐탐 이 경쟁에 뛰어들 전망이다. 이승엽과 타이론 우즈. 호세 페르난데스, 심정수 등이 각축을 벌이던 90년대 국내선수와 외국선수의 홈런왕 경쟁 구도가 다시 불붙을 수 있을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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