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치기 소년도 아니고... '특권 내려놓기' 외치기만

이슬기 기자

입력 2014.02.04 11:08  수정 2014.02.04 11:17

세비 삭감 불체포 특권 폐지 등 해묵은 약속 되풀이…민주당 내부 합의도 못봐

김한길 민주당 대표가 3일 오전 국회에서 '국회의원 특권 내려놓기 혁신안'을 발표하고 있다. ⓒ데일리안 박항구 기자

민주당이 지방선거를 앞두고 3일 ‘국회의원 특권방지법’(가칭 의원 특권 내려놓기법)을 야심차게 내놓은 가운데, 벌써부터 실효성에 대한 의구심이 제기되고 있다. 이미 ‘전적’이 있어서다.

지난 대선 당시 새누리당과 민주당은 앞 다투어 ‘특권 내려놓기’를 선언했었다. 최근 논쟁이 불붙었던 기초선거의 정당공천폐지를 비롯해 의원세비 30% 삭감과 국회 예산결산위원회 상설화, 국회 윤리특별위원회 외부인사 참여 확대는 양당 모두 경쟁적으로 내걸었던 사항이다.

그 외 박근혜 당시 새누리당 후보는 국회의원 면책·불체포특권 폐지, 국민참여경선 법제화, 윤리위·선거구획정위 전원 외부인사로 구성, 공천금품 수수 시 30배 과태료 부과 및 공무담임권 20년간 제한 등을 약속했다.

문재인 당시 민주당 후보도 국회의원 면책·불체포특권 제한, 선거구획정 기능 독립기구에 일임, 정당 외부감사 제도 의무화, 헌정회 연금 폐지, 국회의원 영리 목적 겸직 금지, 세비심의위 설치, 국감 상시화, 비례대표 공천제 국민에게 환원 등을 공약으로 내놓았다.

이를 위해 여야 정치권은 정치쇄신특위를 구성, 국회의원 겸직 금지와 헌정회 연금 폐지, 국회의원 평생 연금 지급 중단과 국회 폭력 처벌 강화 등 나름대로 성과를 거뒀다.

물론 연금 폐지 약속은 재임기간 1년 미만, 금고 이상의 형을 선고받은 뒤 복권되지 않은 경우, 부채를 제외한 자산이 18억5000만 원 이상인 경우 등에 월 120만 원의 지원금을 받을 수 없도록 고쳐 당초 안에서 후퇴됐다.

하지만 문제는 간판으로 내걸었던 주요 공약들이다.

기초선거 정당공천폐지는 여야가 삿대질로 먼지만 날리다 사실상 없던 일이 되었고 의원 세비 30% 삭감, 면책·불체포특권 폐지와 국민참여경선 법제화, 국민에게 공천권 환원, 선거구획정위 독립화 등도 모두 휴지조각이 된 상태다.

의원 세비는 오히려 18대 국회보다 20% 늘어났다. 대선후 19대 국회의원의 세비를 2012년과 똑같은 1억3796만원으로 되돌린 것. 게다가 상향식 공천은 민주당 내 지분이 가장 많은 친노 세력의 반대로 벌써부터 당내 갈등이 예상된다.

이 뿐만이 아니다. 면책·불체포특권은 자당 의원 구하기를 위해 대놓고 감싸는 상황이다. 김 대표가 이날 국회의원 특권방지법을 발표한 후, 정치혁신실행위원회 소속 설훈 민주당 의원은 최근 2심 판결을 통해 무죄가 확정된 같은 당 이석현 의원을 예로 들며 “권력의 횡포가 있는 상황에서는 (법 개정에) 조심스러워야한다”고 주장했다.

여기에 “권력으로부터 보호받기 위해 이 장치가 생겼다. 이를 위한 국민의 인식이 수정돼야 한다고 생각한다”며 국민의 인식까지 들먹이는 것을 고려할 때, 의원의 특권 폐지는 요원한 상황이다.

한편 세비 삭감과 관련, 이종걸 민주당 의원은 “세비 30% 삭감 약속을 제대로 이행하지 못해 진심으로 사과드리고 죄송하게 생각한다”면서 “30%든 50%든 다소 감정적이고 즉흥적이었던 결정을 합리적인 방법으로 논의하고 그 중 10% 삭감 등 적정화를 시도하겠다”라며 즉답을 피했다.

같은 당 최재천 의원 역시 “원칙적으로 저희들도 30% 삭감을 주장했고, 새누리당도 주장했는데 여전히 유효하다”면서 “100% 외부인사로 구성된 세비심사위원회를 구성해서 이분들이 판단해주시면 전적으로 따르겠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현재까지 실천 못한 건 여전히 죄송하게 생각하고”라며 말꼬리를 흐렸다.

또한 여당과의 협상이 잘 이뤄지지 않을 경우 대책을 묻는 질문에 최 의원은 “대단히 좋은 말씀이다. 대표가 한 말씀대로 2월 국회 때 이 법안들을 통과시키길 희망한다”라며 “가장 적극적으로 협상에 나설 것이지만, 이것이 우리 내부의 가이드라인이 되길 희망하고 그렇게 해나갈 것”이라고 답했다.

그러나 이러한 당 지도부의 개혁 시도에도 불구하고 당내에서조차 의견 일치가 되지 않는 상황이라 난항이 예상된다. 출판기념회 등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는 내용들이 다수 포함돼 있기 때문.

이에 대해 최 의원은 “현역의원들에게 절차를 좀 부족하게 거친 측면이 있다”고 인정했다. 다만 “그렇지만 오늘 아침 최고위에서 결정했고 그간 당내 혁신에 대한 여러 논의들을 종합한 것이라 아무 문제가 없다고 생각한다”며 말을 아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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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슬기 기자 (wisdom@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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