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빅토르안 응원·안현수 걱정되는 이유


입력 2014.02.07 14:07 수정 2014.02.08 13:13        데일리안 스포츠 = 임재훈 객원칼럼니스트

부조리한 현실 딛고 귀화 감행..인간 승리 응원

한편으로는 지나친 '복수 의식' 깔려 있을까 우려

안현수는 소치동계올림픽에서 다른 종목은 몰라도 5000m 계주에서 만큼은 꼭 메달을 따고 싶다는 욕심을 드러낸 바 있다. ⓒ 연합뉴스

동계올림픽 사상 처음으로 러시아서 열리는 2014 소치동계올림픽이 마침내 화려한 막을 올린다.

개최 전부터 국내의 관심은 한국 선수단에 금메달을 선사할 것으로 기대를 모으는 피겨 스케이팅의 김연아와 이상화-모태범-이승훈 등 스피드 스케이팅 3총사에 집중됐다. 그리고 대한민국 국가대표가 아닌 한 선수에게도 관심이 모아졌다. 2006 토리노 동계올림픽에서 한국에 3개의 금메달을 안겼던 ‘쇼트트랙 황제’로 현재는 태극기가 아닌 러시아 국기를 달고 소치 동계올림픽에 출전하는 빅토르 안(한국명: 안현수)이다. 여자친구 우나리 씨도 화제가 될 정도.

‘빅토르 안’이 아닌 ‘안현수’는 한국에서 선수생활 하는 내내 한국 빙상계의 병폐 중 병폐인 파벌싸움에 휘말려 정신적·육체적으로 시달렸고, 설상가상 부상과 소속팀 해체 등 현실적인 이유가 겹치면서 선수생활을 접을 수도 있는 위기에 놓였지만 러시아빙상연맹의 귀화 제안을 수용하면서 러시아 국가대표가 됐다.

귀화를 결심하기 전인 2011년 4월, 한 국내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지금까지 한국에서 할 만큼 했다고 생각한다. 내 가슴에 어느 나라 국기가 달리든 크게 상관 안 한다. 올림픽에 출전할 수 있는 게 훨씬 더 중요하니까”라고 말했다. 2010 밴쿠버 동계올림픽 출전이 무산된 지 약 1년 경과된 시점이다.

2006 토리노올림픽 3관왕에 오른 젊고 유능한 선수가 부조리한 국내 사정으로 인해 올림픽 2회 연속 3관왕 달성의 꿈을 포기해야 했고, 다음 올림픽에서 명예회복을 할 수 있다는 기약도 없는 상황에서 그가 선택할 수 있는 길은 많지 않았다. 빅토르 안이 되어서라도 올림픽 무대에 다시 서는 것이 일생일대의 목표가 됐고, 결국 그 꿈을 이루게 됐다.

러시아 귀화를 감행한 지 3년이 채 지나지 않은 지금 빅토르 안은 전성기와 다름없는 기량을 되찾았고, 소치 동계올림픽 전체 통틀어 가장 주목 받는 선수 가운데 한 명이 됐다. 그가 꿈꿨던 올림픽을 향한 꿈이 100% 이상 달성될 수 있는 충분한 가능성과 상황이 조성되어 있는 셈이다.

러시아인들에게 빅토르안은 단순히 안방서 열리는 올림픽에서 홈팀 러시아에 금메달을 안겨줄 고마운 선수 정도로 인식되겠지만 국내 팬들에게는 온갖 역경을 딛고 8년이라는 시간을 뛰어 넘어 올림픽 영웅이 되는 인간 승리의 상징으로 인정받고 있다. 러시아 국민들뿐만 아니라 국내 스포츠 팬들이 빅토르안을 응원하게 되는 이유다.

하지만 그를 바라보는 걱정스러운 시선도 있는 게 사실이다. 러시아 대표 빅토르 안에 대한 걱정이 아닌 한국 대표선수 출신 안현수에 대한 걱정이다. 일부 국내 팬들은 안현수가 이번 소치동계올림픽에서 한국 선수들을 모두 제치고 금메달을 획득, 한국 빙상계에 부메랑을 날려주길 바라고 있기도 하다. 실제로 안현수의 아버지는 각종 언론과의 인터뷰를 통해 복잡한 속내를 드러내면서 한편으로는 한국 빙상계에 대한 비판적 시각을 숨기지 않았다.

안현수는 소치동계올림픽에서 다른 종목은 몰라도 5000m 계주에서 만큼은 꼭 메달을 따고 싶다는 욕심을 드러낸 바 있다. 모든 멤버가 합심해서 따낸 금메달이기 때문에 더욱 더 값질 것이란 것이 그의 설명이기도 했다. 하지만 이 같은 발언은 듣기에 따라서는 ‘한국에서는 그렇지 못했기 때문에’라는 말이 생략된 것으로 들리기도 한다. 파벌싸움으로 인해 계주에서 금메달을 따도 각자의 코치와 그에게 함께 지도를 받은 동료들과 가쁨을 나눌 뿐 ‘저쪽’ 코치님이 가르친 선수들과는 기쁨을 나눌 만한 여유가 없었던 것이 사실이었기 때문이다.

게다가 안현수의 아버지로 그 동안 국내 빙상계의 부조리에 대해 끊임없이 문제제기를 해왔던 안기원 씨도 소치동계올림픽 개막이 임박해 오면서 각종 방송을 통해 그 동안 한국 빙상계에 서운했던 점을 하나하나 풀어내고 있다. 이런 상황들을 보자면 소치동계올림픽 출전을 눈앞에 두고 있는 지금 안현수나 그의 아버지 뇌리에는 실제로 ‘복수’라는 단어가 박혀있을지도 모를 일이다. 여전한 ‘한국의 쇼트트랙 황제’ 안현수가 걱정되는 이유다.

이런 상황은 분명 안현수라는 선배를 자랑스러워하고 이번 소치동계올림픽 무대에서 선의의 경쟁을 펼치기를 원하는 한국 대표팀의 후배 선수들에게 큰 부담이고 서글프기까지 한 것이 사실이다. 남자 대표팀의 한 선수는 소치동계올림픽 경기가 끝난 뒤 자랑스런 선배 안현수와 뜨겁게 포옹하고 싶다는 바람을 밝힌 바 있다. 그의 바람대로 안현수 선배와의 뜨거운 포옹을 나눌 수 있다면 안현수와 한국 빙상계에 모두 흐뭇한 장면이다. 그렇다면 안현수를 바라보는 국내 대중들의 시선도 조금은 더 편안해 질 수 있다.

임재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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