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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즐기는 여제' 이상화, 맡겨둔 금메달 찾아왔다


입력 2014.02.12 01:32 수정 2014.02.12 17:20        데일리안 스포츠 = 김태훈 기자

소치동계올림픽 스피드 스케이팅 500m 금메달

크나큰 부담에 짓눌리지 않고 응원으로 승화

2014 소치동계올림픽 여자 스피드 스케이팅 500m 금메달리스트 이상화. ⓒ 연합뉴스

'빙속 여제' 이상화(25)가 올림픽 2연패 위업을 달성했다.

이상화는 12일(한국시각) 러시아 소치 해안 클러스터 아들레르 아레나서 열린 ‘2014 소치 동계올림픽’ 여자 500m에서 1·2차 레이스 합계 74초70의 올림픽신기록을 세우며 금메달을 획득했다.

2위 올가 파트쿨리나(러시아·37초57)에 0.15초 앞선 37초42의 기록으로 1차 레이스를 마친 이상화는 2차 레이스에서 앞서 레이스를 펼친 파트쿨리나가 37초49를 기록하며 합계 75초06으로 1위로 올라 37초63 이하로 결승선을 통과해야 금메달에 도달하는 상황에 놓였다.

다소 부담이 따를 수도 있었지만 '즐기는 여제' 이상화에게는 별 문제가 되지 않았다.

왕베이싱(중국)과 17조 인코스에서 레이스를 펼친 이상화는 10초17로 100m 구간을 통과했다. 이상화를 위협할 것으로 보였던 왕베이싱은 적수가 되지 못했다. 안정적인 코너링과 함께 스피드를 더욱 끌어올린 이상화는 37초28, 오히려 올림픽신기록을 세우며 결승선을 통과했다. ‘빙속 여제’를 보며 잠시나마 품었던 우려를 우습게 만든 순간이다.

예견된 금메달이다. 2010 밴쿠버올림픽 금메달 이후 500m에서 이상화의 적수는 없었다. 지난 시즌 월드컵에서 7차례나 정상에 등극했고, 종목별 세계선수권 2연패에도 성공했다. 세계신기록도 4차례나 갈아치우며 36초36까지 단축했다. 두 시즌 연속 500m 세계랭킹 1위다.

소치올림픽에서도 당연하다는 듯 금메달을 목에 걸었다. 밴쿠버올림픽에서 금메달을 따낸 이상화는 역대 세 번째로 여자 500m 올림픽 2연패를 달성했다. 그동안 여자 500m의 올림픽 신기록은 2002 미국 솔트레이크시티 동계올림픽에서 카트리오나 르 메이 도안(캐나다)의 37초30. 이상화는 12년 묵은 올림픽 신기록도 기분 좋게 깼다.

4차례 세계기록 경신은 물론 올림픽 2연패 달성 배경에는 안정된 자세가 크게 자리한다. 이상화는 자세가 더 낮아지고 안정되면서 불필요한 동작 없이 모든 힘을 스케이팅에만 쏟아 부었다. 결승선을 통과할 때까지 공기저항을 최소화하는 낮은 자세를 유지한 것이 2연패 비결 중 하나다.

4년 전 올림픽 때보다 줄어든 체중도 한 몫 했다. 이상화는 밴쿠버올림픽 당시보다 체중이 약 4~5㎏ 줄었다. 강도 높은 훈련으로 체중이 줄어든 반면, 근력은 더 좋아졌다. 몸에 있는 큰 에너지를 폭발적으로 발산하기 위해서는 지방을 분해하고 순수한 근육만 늘리는 것이 중요한데 이상화가 바로 그랬다. 힘은 늘어나는데 무게가 가벼워져 한층 가속이 붙은 것이다. 엔진을 키우고 차체를 줄인 것과 같은 효과다.

중국의 여자 단거리대표팀을 지도하면서 위징과 왕 베이싱 등을 정상급 선수로 육성한 케빈 크로켓(캐나다) 코치를 만나면서 약점으로 지적됐던 100m 기록도 많이 단축했다. 이상화는 이에 대해 “기술적으로 크게 달라진 것은 없었지만, 코치가 자신감을 많이 불어 넣은 것이 큰 힘이 됐다”며 기록 단축 원동력을 소개했다.

크나큰 기대가 부담으로 바뀌어 짓눌릴 수도 있지만, 이상화는 뜨거운 응원으로 받아내며 결전의 날을 즐겼다. 이상화는 '멘탈'에서 이미 금메달의 절반을 차지하고 들어갔다. 이상화는 경기 전날 자신의 SNS를 통해 “4년이 흘러 또 찾아온 결전의 날, 반갑다. 또 도전할게. 잘해보자”는 글을 남기며 자신감을 나타냈다. 이상화는 오랜 경험을 통해 축적한 자신의 심리상태를 관리하는 비법도 있다.

올림픽 금메달리스트다운 실력에 철저한 자기계발과 관리, 무엇보다 크나큰 기대를 뜨거운 응원으로 승화시키는 ‘강심장’을 지닌 이상화의 스케이트는 소치를 밟기 전 이미 금빛으로 빛나고 있었다.

김태훈 기자 (ktwsc28@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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