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철수 홀로 본회의장 지킬 수밖에 없는 이유
휴게실 2개라 양당이 독차지 '갈데가 없어요'
무소속이라 의총이 없어서 기다리는 장면 자주 포착
“안철수 의원이 본회의장을 지키는 이유는 커피를 마시고 싶어도 갈 곳이 마땅치 않아서다.”
‘무소속’ 안철수 의원이 홀로 본회의장에 앉아있는 모습을 본 정치권 관계자의 말이다. 우스갯소리 같지만, ‘뼈’가 있는 농이다. 한국정치의 양당구조에서 나타나는 폐해를 꼬집어 냈기 때문이다.
국회의 의사를 최종적으로 결정하는 곳인 국회 본회의장으로 들어가기 앞선 공간에 국회의원의 편의를 위한 휴게실이 마련돼 있다. 이곳에서 의원들은 티타임을 갖고 서로 소소한 안부를 묻거나, 그간의 의정활동에 대한 이야기꽃을 피우기도 한다. 문제는 휴게실이 단 두 곳 밖에 없다는 것.
이로 인해 자연스럽게 ‘새누리당 휴게실’, ‘민주당 휴게실’로 나뉘는데, 이 같은 구조로 정당에 소속되지 않은 무소속 의원은 휴게실을 이용하는데도 본의 아니게 망설이게 된다는 지적이다.
특히, 신당창당에 가속도를 내고 있는 안 의원은 더욱 눈치를 볼 수밖에 없다. 정치권 안팎으로 ‘인물 빼간다’는 눈초리를 받고 상황에서 어느 휴게실로도 선뜻 발걸음을 내딛기가 어렵지 않겠느냐는 것이다. 양당 정치를 기반으로 하는 한국정치 구조가 국회 구조물에도 그대로 반영돼 있다.
이 관계자는 “자연스럽게 자당 의원들과 끼리끼리 모일 수밖에 없는 국회 구조인데, 이런 것들은 개선돼야 하지 않겠느냐”며 “여야가 서슴없이 소통하기 위해서는 자연스럽게 만나 이야기할 수 있는 분위기가 조성돼야 하는데, 휴게실조차 문턱이 높다”고 말했다.
안철수 신당 창당 준비 기구인 새정치추진위원회의 금태섭 대변인은 14일 ‘데일리안’과 통화에서 ‘무소속 의원으로 의정활동을 하는데 있어 고충은 없느냐’는 질문에 대해 “안 의원은 개인적인 고충에 대해서는 말 한 적이 없다”며 “다만, 의회는 세력이 있어야 하기 때문에 신당창당을 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는 한국 정치가 양당체제로 운영되는데 대해 문제의식을 드러낸 바 있는 안 의원도 결국 무소속의 한계를 실감한 것으로 해석된다.
아울러 안 의원이 본회의장을 ‘홀로’ 지키는 모습이 언론에 종종 보도되는 데에는 양당의 의원총회가 한 몫을 하기도 한다. 본회의에 상정된 안건에 대한 의원들의 최종의견을 수렴하기 위해 본회의 전 의총이 열리는 것이 보통이다. 그런데 민감한 사안에 따라서는 의총이 지연됨에 따라 본회의 일정도 연기되는 경우가 발생한다.
이런 경우 당에 속해있지 않는 안 의원은 의총에 참석하지 않기 때문에 예정된 시간에 본회의에 참석한 것이지만, 이 같은 모습이 언론을 타면서 아무도 없는 회의장을 ‘쓸쓸히’ 지키는 것으로 오인되기도 한다게 정치권 관계자의 전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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