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연아·아사다 마오, 적대적 관계 아닌 동반자
일부 일본 언론, 지나치게 적대적 구도로 몰아 넣어
선수들 "자극적인 경쟁자 언급 자제해달라" 호소
'우리는 적대적 관계가 아닌 동반자’
아사다 마오(24)도 잘 알고 있다. 일본 피겨 간판 아사다는 17일 “소치 올림픽에서 라이벌이 신경 쓰이느냐”는 질문에 “피겨 스케이팅에서 라이벌은 자기 자신일 뿐이다. (김연아도) 나도 내면과 싸움을 하고 있다. 강한 정신력으로 내 자신에게 승리하겠다”고 말했다.
'피겨퀸' 김연아(24)도 잘 알고 있다. 김연아는 최근 "아사다와 나는 라이벌이 아닌 동반자"라고 말했다. 일본 빙상연맹도 2013 세계선수권 당시 아사다 기자회견에서 일본 취재진을 향해 “제발 김연아에 관한 질문은 하지 말아 달라. 아사다가 괴로워한다”고 읍소했다.
이런 상식적인 답을 일본 언론만 모르고 있다. 일본 유력 일간지 ‘산케이신문’은 지난 14일 김연아와 아사다를 둘러싼 유언비어를 마치 사실인 것처럼 꾸며 일본 내 혐한 감정을 부추겼다. 산케이는 “소치에 입성한 김연아가 기자회견서 경쟁자로 떠오른 율리아 리프니츠카야에 대해서만 언급했다”며 “이는 라이벌 아사다를 무시한 처사”라고 유감을 표했다.
망상에 가깝다. 김연아는 리프니츠카야를 직접 언급한 적이 없다. 단지 “러시아 홈 텃세나 상대 선수의 기량을 신경 쓰는 것보다 내가 준비한 만큼 발휘하는 게 더 중요하다”고 말했을 뿐이다. 김연아는 아사다를 단 한 번도 무시한 적 없다. 오히려 “아사다도 노력한 만큼 소치 올림픽서 메달로 보상받았으면 좋겠다”고 격려한 적은 있다.
피겨 스케이팅은 ‘도그 파이터’가 아니다. 상공에서 두 대의 전투기가 꼬리잡기 하다가 한 대가 추락해야 직성이 풀리는 싸움이 아니다. 피겨는 타인을 굴복시키는 전쟁이 아닌, 고독한 내면과의 ‘스포츠’일 뿐이다.
차가운 빙판에서 끊임없이 회전으로 울렁거리면서도 고통을 참고 관중들에게 환한 미소를 지어야 하는 것이 피겨다. 김연아도 아사다도 피겨가 주는 고통을 알기에 서로를 격려한다. 일본의 일부 언론이 김연아와 아사다 사이를 적대적 구도로 몰고 가는 현실이 안타까울 따름이다.
한편, 20일 열리는 쇼트프로그램에서 김연아는 오전 2시 24분(경기시간) 3조 5번째 선수로 연기를 펼친다. 또 리프니츠카야는 오전 3시 47분 5조 첫 번째 주자로, 아사다는 전체 선수 가운데 마지막인 30번째 주자로 4시 20분 출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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