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의당-통진당 '교통정리' 새정치연합까지 '고차원 방정식' 풀어야
2010년 6월 3일 새벽, 6.2지방선거에 나섰던 민주당 한명숙 서울시장 후보 측은 고개를 숙였다. 오세훈 한나라당 후보와의 대결에서 ‘오세훈 대세론’에 밀릴 것이라는 당초 예측과 달리 새벽까지 오 후보와 각축을 벌였던 한 후보가 결국 패배했기 때문이다. 한 후보가 오 후보와 엎치락뒤치락 접전을 벌이면서 한 후보가 이길 수 있다는 기대감도 생겼지만 딱 거기까지였다. 한 후보(46.8%)는 오 후보(47.4%)에게 패배했다. 단 0.6%p 차이였다.
화살은 ‘실패한 야권연대’로 돌아갔다. 민주당과 함께 야권의 한축을 담당하고 있던 진보신당 노회찬 후보가 3.3%를 얻었기 때문이다. 두 후보의 표차(2만6000표)보다 더 많은 14만표였다. 야권에서는 노 후보를 향한 원망이 빗발쳤다. 야권연대의 중요성도 강조됐다. 이때부터 야권은 소위 모든 선거에서 반(反)한나라당 구도로 뭉쳤다. 하지만 2014년, 6.4지방선거를 앞두고 민주당에게는 ‘어게인 2010’의 악몽이 재현될 조짐이 보이고 있다.
2010년 직후 야권은 연대에 적극적으로 나섰지만, 좀처럼 성공을 거두지 못했다. 2012년 총선에서는 통합진보당만 이전보다 의석을 늘리면서 활짝 웃었고, 민주당은 과반 의석이라는 목표를 달성하지 못해 울었다. 이 또한 통진당이 종북 논란에 휩싸이면서 빛이 바랬다. 2013년 대선에서는 정의당 심상정-통진당 이정희 후보가 사퇴하고 민주당 문재인-무소속 안철수 후보간 어렵사리 연대를 형성했음에도 불구하고 박근혜 새누리당 후보를 꺾지 못했다.
이후 야권연대에 대한 인식은 달라졌다. ‘야권의 승리’라는 대의가 점차 어려워지자 군소정당들은 대의를 위해 자신들이 희생해야 한다는 ‘보통의 공식’에 반기를 들기 시작했다. 안철수 무소속 의원측 새정치연합은 물론 앞서 한 차례 ‘데었던 경험’ 때문에 연대에 긍정적이었던 정의당까지 연대보다는 경쟁력 강한 후보를 내세워 당을 알리겠다는 방침을 세웠다.
이로 인해 ‘정의당발(發) 하마평’이 만들어지기 시작했다.
현재 노회찬 전 정의당 의원은 당의 서울시장 후보로 유력하게 거론된다. 그는 ‘삼성 X파일’ 사건으로 지난 1년간 자격정지를 선고받았다가 이달 14일 피선거권을 회복했다.
노 전 의원은 자신을 둘러싼 출마설에 대해 19일 여러 라디오 프로그램에 출연해 “지난 서울시장 보궐선거 때 박원순 후보를 위해 선거운동까지 했는데 2년 만에 내가 나서는 것은 인간된 도리가 아니라는 생각”이라며 손사래를 쳤다. 하지만 당에서는 “모든 가능성을 열어두고 있다”며 적극적인 모양새다. 노 전 의원과 함께 천호선 당대표도 후보로 언급되면서 관심을 모으고 있다.
경기도지사 후보로는 심상정 원내대표가 입길에 오른다.
심 원내대표는 지난달 22일 국회에서 가진 기자간담회에서 경기도지사 출마설을 두고 “난 (야권에서) 양보 받은 것도, 빚진 것도 없어서 몸이 가벼운데 이번에 출마한다면 끝을 봐야 할 것”이라며 “판단을 말할 때가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경기도지사 출마에 대한 가능성을 높이면서 만약 출마한다면 반드시 완주하겠다는 강한 의지를 나타낸 것이다. 심 원내대표는 2010년 경기도지사 후보로 출마했다가 야권단일화를 위해 중도 사퇴한 아픔도 있다.
이런 상황에서 민주당의 속내는 복잡하다.
서울시장의 경우, 상대편인 새누리당은 이미 하나의 무대를 만들어놓고 정몽준 의원, 이혜훈 최고위원, 김황식 전 국무총리 등 후보들 간 경쟁만이 남아있을 뿐이다. 매끄러운 후보 선출 과정은 ‘컨벤션 효과’를 극대화시킬 수 있으며, 당초 민주당 소속 박원순 서울시장이 각종 여론조사에서 이들을 앞서는 것으로 나타났으나 그 기류도 점차 줄어드는 모습이다. 이제는 ‘일대일 구도’로 갔을 때는 결과를 예측할 수 없다는 분석이 속속들이 나오는 상황에서 진보가(家)에서 명망 있는 후보들의 출격은 민주당으로서는 굉장한 부담이 될 수 있는 것이다.
앞서 2011년 서울시장 보궐선거 당시 야권이 박원순 후보를 중심으로 최대한 뭉쳤을 때도 박 후보는 53.4%, 나경원 새누리당 후보는 46.2%로 7.2%p 차이만이 났다.
통진당, 종북논란에도 지지율은...
하지만 야권연대에 반대 기류가 강경했던 정의당에서도 최근 다시 연대에 대한 재고가 있는 것으로 보인다.
노 전 의원은 “야권연대를 전면적으로 하는 것 자체는 인위적이고 정치공학적이며 명분도 없다”면서도 “그러나 연대를 안하는 것도 대단히 경직된 자세”라며 문을 열어놨다. 그는 “개인적으로는 박 시장의 재선이 새정치가 아니냐는 생각”이라고도 했다.
특히 심 원내대표의 경우, 경기도지사 출마를 위해서는 의원직을 내놓아야 하는데 이렇게 되면 당내 의원수가 5명에서 4명으로 줄어드는 것은 물론 현행법상 최소 5명 이상의 현역 의원이 있어야 받을 수 있는 정당 국고보조금을 받기 어렵게 된다. 민주당으로서는 기회다.
아울러 정의당과 함께 민주당의 마음에 걸리는 또 하나의 야당은 통진당이다. 통진당은 진정 민주당에 ‘계륵’ 같은 존재다.
국회내 제3당이기는 하지만 이석기 통진당 의원 등이 내란음모사건에 휩싸여 당 자체가 종북 논란의 중심에 서있는데다 2012년 총선에서 연대했다는 ‘죄’로 민주당 또한 종북 논란에서 그다지 멀지 않은 거리에 서있다. 민주당은 이 논란에서 벗어나기 위해 통진당과 거리두기를 하고 향후 야권연대 협상에서도 제외한다는 지침을 세웠다. 또 주요 군사지역을 방문하는 등 ‘우향우 정책’을 써왔다.
하지만 선거에서는 단 0.1% 차이가 승부를 가를 수 있다. 노동계 저변에서는 통진당을 지지하는 기류가 적잖다.
특히 지난해 10월 치러진 화성갑 보궐선거에서 홍성규 통진당 후보는 8.2%의 득표율을 기록해 예상외의 선전을 보여줬다. 이 의원 등의 내란음모사건과 정당해산 문제 등이 맞물렸고, 보궐선거의 참여율이 그다지 높지 않다는 점에서 상당한 수치다. 게다가 통진당은 2~3%대의 당 지지율을 꾸준히 보유하고 있기도 하다. 민주당과 정의당 일각에서는 이 의원의 의원직 제명과 정당해산 문제 등에 대해 안타까워하는 분위기도 있다.
통진당은 6.4지방선거에서 역대 최대 규모로 후보를 내겠다는 방침이다. 이정희 통진당 대표는 지난달 16일 신년 기자회견에서 “2006년 지방선거에서 800여명의 후보를 출마시킨 것이 최대 규모였는데 올해는 그보다 더 많은 수의 후보들이 출마하게 될 것”이라고 밝혔다. 이후 지난 18일 기자회견에서도 현재까지 1000여명의 예비후보가 있다고 했다.
결국 민주당에는 두 정당 모두 불가근불가원의 관계이기 때문에 하루라도 빨리 교통정리가 필요한 상황이다. 현재 민주당은 안철수 무소속 의 측 새정치연합 열풍이 불고 있기 때문에 새정치연합과의 교감을 나누는데 힘을 쏟고 있지만, 향후에는 두 정당과의 관계 또한 정립하기 위해 ‘고차원 방정식’을 풀어나가야 할 것으로 보인다.
©(주) 데일리안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