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논란왕국 쇼트트랙판 ‘천재 사수하라’


입력 2014.02.19 16:14 수정 2014.02.20 10:16        데일리안 스포츠 = 이충민 객원기자

전설 진선유, 치명적 부상과 파벌 후폭풍 속 스케이트 벗어

떠오르는 천재 심석희, 외부변수에 흔들리지 않을 보호막 필요

진선유가 파워 스케이팅을 구사했다면, 심석희(사진)는 정교한 기술과 타고난 순발력으로 날렵한 쇼트트랙을 보여준다. ⓒ 연합뉴스

‘비운의 천재’ 진선유(26·은퇴)는 현역시절 파워 스케이팅을 구사했다.

탄탄한 피지컬과 폭발적인 속도, 무서운 집중력으로 경쟁자를 따돌렸다. 중국 쇼트트랙 영웅 왕멍조차 진선유에 비할 바 아니었다. 같은 파워 스케이팅을 구사했지만, 왕멍은 진선유와의 맞대결서 연전연패했다.

진선유는 스피드 스케이팅의 2배에 달하는 원심력을 이겨낸 선수이기도 하다. 하체 근력이 타고나 현역시절 마음만 먹으면 ‘안쪽 코너’를 사수했다. 경이적인 추진력도 놀랍다. 선두와 반 바퀴 격차를 따라잡고 역전 우승을 일궈낸 레이스가 숱하다.

진선유가 파워 스케이팅을 구사했다면, 심석희는 정교한 기술과 타고난 순발력으로 날렵한 쇼트트랙을 보여준다. 18일 열린 ‘2014 소치 동계올림픽’ 여자 3000m 계주에서 심석희의 장점이 묻어났다. 레이스 막판 3바퀴 남겨두고 믿을 수 없는 폭발적인 스퍼트를 뿜었다. 쇼트트랙 전설 KBS 김동성 해설위원도, 미국 NBC 안톤 오노 해설자도 놀란 ‘터보엔진’이었다.

중국이 한 걸음 앞선 가운데 중국 대기 선수(다다음 교대선수)가 심석희 진로를 가로막았다. 심석희는 찰나의 순간 인·아웃을 넘나들며 빠져나갔다. 뒤이어 선두 중국 선수를 바깥쪽에서 추월했다. 분노의 역전 질주였다. 심석희를 분노케 한 중국 계주 팀은 비신사적 행위로 실격 처리됐다.

안톤 오노는 “놀라운 레이스였다”며 “중국 실격은 정확한 판정이고 한국 쇼트트랙의 불가사의한 힘은 여전하다. 2006 토리노올림픽이 떠오른다”라고 혀를 내둘렀다. 안톤 오노가 말한 토리노 올림픽이란, 지금은 러시아 대표가 된 ‘빅토르 안’ 안현수가 남자 5000m 계주서 막판 스퍼트로 캐나다를 바깥쪽에서 추월하며 금메달을 따낸 레이스를 말한다. 당시 오노는 “안현수가 (캐나다 선수를) 추월하는 순간 전투기 발진이 연상됐다”며 표현했다.

심석희는 안현수와 진선유를 잇는 쇼트트랙 천재다. 게다가 아직 여고생이다. ‘비운의 천재’ 진선유의 안타까운 전철을 밟아선 안 된다. 진선유는 토리노 올림픽이 처음이자 마지막 올림픽이 됐다. 진선유는 질풍노도 시기 치명적 부상에 파벌 후폭풍까지 겹쳐 은퇴했다. 불세출 쇼트트랙 여왕이 사라지자 '2인자' 중국의 왕멍이 올림픽 2연패(500m)를 달성했다. 호랑이 없는 굴에서 토끼가 왕 노릇한 셈이다.

심석희는 4년 뒤 평창 올림픽은 물론 그 다음 올림픽까지 바라볼 수 있는 ‘쇼트트랙 천재’다. 쇼트트랙과 축구 비교는 낯설지만, 호날두가 18살 나이로 맨유 데뷔했을 때 그의 곁엔 ‘외압’에 꿈적 않던 퍼거슨 감독(은퇴)이 있었다. 18살 심석희 곁에도 어떠한 외부 변수에도 흔들리지 않을 투명하고 탄탄한 보호막이 필요한 때다.

이충민 기자 (robingibb@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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