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이저리그 첫 무대를 밟은 윤석민(28·볼티모어 오리올스)이 1이닝 무실점과 함께 깜짝 구원승을 거뒀다.
윤석민은 16일(이하 한국시간) 미국 플로리다주 사라소타 에드스미스 스타디움에서 열린 뉴욕 양키스와 시범경기에서 7회 3번째 투수로 구원등판해 1이닝 1피안타 무실점을 기록했다. 윤석민이 내려간 뒤 볼티모어는 역전에 성공, 깜짝 구원승을 덤으로 얻었다.
경기 전 1이닝 정도를 소화할 것이라고 통보를 받은 윤석민은 선발 크리스 틸먼(5이닝 1실점)이 워낙 훌륭한 투구를 펼치는 바람에 투입 시점이 7회로 늦춰졌다. 마운드에 오른 윤석민은 모두 11개의 공을 던졌고 이 가운데 스트라이크가 8개, 직구 최고 구속은 91마일(147km)을 기록했다.
워낙 짧게 던졌기 때문에 향후 빅리그 선발투수로서의 성공가능성을 타진하기에는 다소 무리가 따른다. 하지만 윤석민이 갖고 있는 무기와 투구 스타일 등 어떤 투수인지는 확실하게 보여줬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먼저 윤석민은 4명의 타자를 상대로 무척 공격적인 스타일을 선보였다. 첫 타자 라몬 플로레스는 물론 대부분의 타자에게 첫 번째 투구는 직구였다. 양키스 타자들이 초구부터 배트를 내미는 바람에 많은 공을 보여주지 못했지만 변화구로 도망가기 보다는 직구로 윽박지르겠다는 의지가 엿보였다.
변화구와 제구 역시 훌륭했다. 특히 세 번째 타자 카일 롤러에게 던진 두 번째 변화구는 현지 중계진으로부터 "슬라이더인지 컷패스트볼인지는 알 수 없지만 볼 끝 움직임이 좋다"는 칭찬까지 받을 정도였다. 스트라이크존 한 가운데서 살짝 떨어진 윤석민표 고속슬라이더였다.
커브의 제구도 완벽했다. 특히 네 번째 키토 컬버에게는 3구째 74마일 커브를 던졌는데 이 변화구 역시 스트라이크로 들어오다 날카롭게 빠져나갔다. 이에 상대 타자도 움찔하며 타이밍을 완전히 놓치고 말았다.
물론 약점도 분명했다. 그리 빠르지 않았던 직구는 볼끝마저 밋밋한 모습이었다. 이날 윤석민이 상대한 양키스 타자들은 주축 대부분이 빠진 사실상 마이너리거들로 채워졌다. 그러나 한 단계 낮은 수준의 타자들임에도 불구하고 윤석민의 직구를 쉽게 공략하는 모습이었다. 특히 두 번째 타자 메이슨 윌리엄스를 우익수 플라이로 처리했지만 자칫 홈런으로 연결될 수 있는 아찔한 타구였다.
메이저리그에는 스윙이 빠르고 힘을 갖춘 타자들이 즐비하다. 아쉽게도 90마일 초반대의 윤석민 직구는 그리 위력적이라 할 수 없다. 만약 컨디션이 좋지 못한 날이라면 배팅볼 수준으로 전락할 수 있다는 뜻이기도 하다. 향후 관건은 직구의 완벽한 제구와 최대 장점인 다양한 변화구를 얼마나 적재적소에 사용하느냐가 될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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