탈북자 위장 난민, 어학연수 도착하면 바로 여권 찢고...

김소정 기자

입력 2014.03.19 16:41  수정 2014.03.21 09:48

점조직 브로커 유혹 넘어가…추방되거나 불법체류자 전락

2012년 당시 캐나다 불법체류 탈북자 1000여명 추산

최근 한국 국적을 받은 탈북자들이 캐나다에서 위장 난민신청을 했다가 적발돼 600여명이 추방 위기에 놓였다는 소식이 전해진 가운데 이들 중 상당수가 점조직처럼 운영되는 브로커에 의해 쉽게 유혹받는 것으로 나타났다. 캐나다 이민국 홈페이지 화면 캡처.

“남한에서 어학 연수프로그램을 목적으로 사람들을 모은 다음 캐나다에 입국시키면 곧장 여권을 찢어버리고 난민 신청 수순을 밟도록 돕는 거죠.”

최근 한국 국적을 받은 탈북자들이 캐나다에서 위장 난민신청을 했다가 적발돼 600여명이 추방 위기에 놓였다는 소식이 전해진 가운데 이들 중 상당수가 점조직처럼 운영되는 브로커에 의해 쉽게 유혹받는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불법 난민신청은 젊은 층을 대상으로 하고 있어 근절 대책이 절실해 보인다.

사실 탈북자들의 위장 난민신청은 캐나다에서 문제가 되기 이전부터 영국, 호주 등에서 사회문제로 불거지면서 해당 국가의 난민심사 강화 등의 조치를 불러왔다.

그러던 것이 최근 젊은 층의 탈북자들이 늘면서 어학 연수프로그램 등을 명분으로 하는 캐나다 불법 난민자가 크게 늘어난 것이다. 이 밖에 탈북자들은 대출이나 취업을 알아보다가도 불법 난민 유혹을 받는 등 한순간에 불법 난민자로 전락할 위험 요소가 각처에 도사리고 있다고 한다.

탈북자들에게 전수되는 위장 난민신청 방법은 먼저 여행자로 가장해 해당 국가로 들어갔다가 불법으로 체류하면서 난민 신청을 하는 경우가 있다. 이때 난민 신청이 안 받아들여질 경우 추방되거나 혹은 도망다니면서 불법 체류자로 전락하는 것이다.

또 국내에서부터 사전에 철저하게 계획을 세워 정부로부터 받은 임대아파트를 반납해 목돈을 챙기고, 은행에서 대출도 받고, 심지어 다른 사람 명의로 자동차를 여러 대 구입했다가 곧바로 되파는 등 갖은 수단을 동원해 현금을 긁어모아서 해외로 도주하는 경우도 많다. 이 또한 난민 신청에는 성공하더라도 국내에서는 사기범으로 낙인찍히면서 돌이킬 수 없는 길을 걷게 된다.

실제로 탈북자들의 해외 위장 난민의 실태를 잘 파악하고 있는 조요셉 목사(전 경찰대 치안정책연구소 연구부장)는 “탈북자들의 위장 난민을 부추기는 브로커가 있는 것이 사실이고 대부분 같은 탈북자들 사이에서 부추기듯이 정보가 유통되고 있다”면서 “남한에서 탈북자들을 보내는 브로커와 현지에 도착하면 위장 난민신청을 돕는 브로커까지 연결돼 있는 등 나름 조직적으로 불법 행위가 조장되고 있는 형편”이라고 말했다.

문제는 해외로 어학연수를 떠나거나 취업을 할 수 있을 정도의 젊은 층을 대상으로 불법 행위가 조장되고 있는 데다 같은 처지에 있는 탈북자들 사이에서 새로운 브로커가 양산되고 있어 장기적으로 통일 역량을 훼손시킬 요인이 될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특히 중국 정부가 유엔 인권이사회의 탈북자에 대한 난민인정 권고를 무시하고 있는 것에 당위성을 줄 우려도 커져 정부의 적극적인 대책 마련이 절실해 보인다.

이와 관련해 남한에 정착한 한 탈북 대학생은 “2년 전 캐나다의 한 북한인권단체의 초청으로 강연 차 캐나다를 방문해서 파악한 바로는 당시 불법 체류하는 탈북자들이 1000여명 정도로 거의가 남한 국적을 가진 탈북자들이었다”고 전했다.

이 탈북 대학생은 “사실 중국으로 나와 있는 수많은 탈북자들이 곧바로 서방 세계로 망명하기란 더 쉽지 않고 대부분 남한에서 이런 저런 정보를 입수하고 브로커로부터 도움을 받아야 위장 난민도 가능하다”고 설명했다.

현재 남한에 정착한 탈북자 수가 2만7000여명에 이르지만 이 중 2000~3000명의 거주지 파악 등이 불확실한 상태이다. 당초 탈북자들에게 주민등록번호를 부여할 때 하나원이 있는 경기도 안성을 본적으로 정했지만 주민번호만으로도 탈북자 신분이 드러나는 데 대해 불만이 제기되면서 8년여 전에 이런 제도가 사라졌기 때문이다.

조 목사는 “목숨을 걸고 국경을 넘은 탈북자들이 처음 남한에 발을 디딜 때에는 어느 정도 동족에 대한 환상이 있었다가 현실 적응이 쉽지 않으니까 쉽게 유혹에 빠지게 되는 만큼 이런 부분까지 고려한 탈북자 지원정책이 새롭게 수립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조 목사는 특히 “35세 미만 탈북자들에 대해서는 대학 특례입학 제도가 있지만 이 중 졸업을 하지 못하고 탈락하는 비율이 남한 학생의 6.3배에 달하는 것을 볼 때 정부의 탈북자 지원 정책에서도 사각지대를 없애는 현실적 방책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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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소정 기자 (bright@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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